[재테크 Lab] 아들 증여 준비한다고요? 당신 노후는요
자녀 증여 준비하는 부부
정작 은퇴 준비는 ‘제로’
절세 효과 뛰어나긴 하지만
자신의 노후도 미리 챙겨야
여기 자식에게 일찌감치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부부가 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상속이 아닌 증여다. 미리 재산을 분할해 물려주면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그러고 나면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부부에게 남는 재산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직장인 오상훈(가명·50)씨는 상속에 관심이 많다. 몇개월 후면 수능을 마치고 성인이 되는 아들(19)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에게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든가 하는 암울한 배경이 있는 건 아니다. 오씨는 그저 자신이 사망할 때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 대신 살아 있을 때 이뤄지는 '증여'를 택하고 싶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현금 7000만원. 오씨는 이를 외동아들에게 전부 물려줄 생각이다. 액수가 적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증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만한 규모도 아니다. 그럼에도 오씨가 증여를 고민한 건 "사전증여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절세"라는 지인들의 귀띔을 들어서다.
실제로도 증여는 대부분의 경우 상속보다 과세표준이 줄어든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2000만원, 성인 이후에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를 할 수 있다. 기간도 중요하다. 첫 증여 이후 10년 이후에 추가 증여하면 각각의 증여에 개별적인 과세표준이 적용된다. 이는 상속재산이 많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증여를 시작할 경우, 30대가 될 때까지 총 1억4000만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증여를 하기에는 오씨의 은퇴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가 한 재테크라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마련했던 자가 아파트(시세 4억원)가 전부다. 아내 이혜영(가명·46)씨도 회사 생활과 자녀 뒷바라지를 동시에 하느라 주식이나 펀드 같은 투자 활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적금이나 연금저축 등 나름대로 미래를 위한 대비를 하곤 있지만, 저축액이 터무니없이 적다.
7000만원은 50대에 접어든 이 부부가 은퇴 후에 요긴하게 쓸 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에게 미리 증여해 버린다면 부부의 미래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불안해진 오씨는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아내와 함께 필자를 찾아왔다.
부부의 고민을 해결하기에 앞서, 일단 부부의 재정 상태부터 파악해 보자. 부부의 월 소득은 690만원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오씨가 450만원을 벌고, 김씨가 아르바이트 등 부업을 하면서 240만원을 번다.
정기지출로는 공과금 35만원, 식비·생활비 95만원, 통신비 19만원, 교통비·유류비 60만원, 보험료 48만원, 자녀 교육비 110만원, 가족 용돈 110만원, 병원비 11만원, 영양제 구입비 12만원, 모임회비 4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 45만원 등 585만원이다.
비정기 지출은 말 그대로 부부가 1년간 비정기적으로 쓰는 돈이다. 명절비(200만원), 경조사비(90만원), 자동차 관련 비용(130만원), 휴가비(90만원), 미용비(150만원), 의류비(150만원) 등 810만원이다.
한달로 치면 평균 67만원을 쓰는 셈이다. 금융성 상품은 적금 30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 연금저축 15만원 등 47만원이다. 이렇게 부부는 한달에 699만원을 쓰고 9만원 적자를 내고 있다.
부부의 가계부 상태는 겉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일단 적자가 거의 없고, 저축도 나름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곳곳에서 과소비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달에 모임 회비로만 40만원을 지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지인들과의 모임이 잦은 부부는 별도로 모임비를 걷고 있는데, 모임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지출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현재로선 증여를 위해 떼어 놓은 7000만원 이외엔 부부의 미래를 보장할 만한 요소를 가계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증여는 과세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래를 끌어다 쓴다'는 점에선 한계가 있다. 자기 명의가 아니므로 재테크로 돈을 불리기가 쉽지 않고, 미리 물려준 만큼 증여자의 삶이 궁핍해지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래도 증여를 하고 싶다면, 지출을 줄여 앞날을 대비하기 위한 여유자금부터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번 시간에는 일단 식비·생활비(95만원)만 줄이기로 했다. 필자의 경험상 맞벌이 부부는 식비에서 과소비를 하곤 하는데, 주범은 대부분은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배달음식이다. 매장에서 시킬 때보다 비싸게 가격을 책정한 곳이 적지 않은 데다, 여기에 배달비까지 더해지면서 한끼 식사비가 급격히 오르기 때문이다.
부부는 고민 끝에 인근 시장에서 반찬을 구해다 먹는 것으로 배달음식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반찬을 1~2가지만 놓고 먹으면 배달시켜 먹는 것보다 식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대신 수능을 앞둔 자녀가 있는 만큼, 자녀 식비는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는 식비를 90만원에서 85만원으로 15만원 절약해보기로 했다.
솔루션을 위해 해야 할 밑작업이 아직 산더미다. 부부의 지출을 전반적으로 손봐서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그걸로 부부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과연 부부는 노후 대비와 증여 모두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계속 살펴보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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