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한온시스템, 10.8대 1 흥행 무색… AA- 중 최고 발행금리 [4월 리뷰②]

두경우 2026. 5. 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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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본 기사 내용을 토대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한국금융신문이 4월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공모 회사채 발행 신고서를 분석한 결과, 수요예측 경쟁률 10.77대 1을 기록한 한온시스템(AA-)의 발행금리가 4.221%로 나타났다. 이는 AA- 등급 발행사 중 최고 수준이다.

수요가 충분히 몰렸음에도 발행금리는 낮아지지 않은 셈이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균 금리 대비 낮은 스프레드로 발행하는 흐름이 이달에도 뚜렷했으나, 발행금리의 절대적 수준을 결정짓는 요인은 따로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은행채, 여전채, ABS(자산유동화증권) 및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딜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4월 수요예측에 참여한 22개 발행사의 평균 경쟁률은 6.36대 1로 전년 동기(5.47대 1)를 웃돌았다. 전체 발행액은 3조 91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고, 발행액의 88.4%가 차환 목적이었음에도 경쟁률이 상승한 배경에는 '우량채 쏠림' 현상이 있다. 전년 동기 4조 6500억 원이었던 우량채(AA- 이상) 발행액이 이달 3조 1550억 원으로 32% 줄어들자, 평균 경쟁률은 두 배가량 높아졌다. 물량이 줄수록 남아 있는 우량채에 수요가 더 집중된 결과다.

HD현대 3.93%, 에스엘엘중앙 8.5%… 경쟁률이 가른 희비

이달 수요예측 성적표의 최상단은 HD현대(AA-)가 차지했다. 17.6대 1의 높은 경쟁률로 3년물을 민평 대비 15bp(1bp=0.01%포인트) 낮게 발행해 평균 발행금리 3.928%를 확정했다. HL만도(AA-)도 13.54대 1의 경쟁률로 민평을 10~11bp 밑도는 3.965%에 자금을 조달했다. 기관 수요가 두텁게 쌓일수록 민평 금리 아래에서 발행금리를 확정하는 '언더 발행' 기조가 이달에도 선명했다.

반면 에스엘엘중앙(BBB)은 경쟁률 0.35대 1로 이달 유일한 수요예측 미달을 기록했다. 발행금리도 공모 희망금리 밴드(7.50~8.50%)의 최상단인 8.50%로 확정됐다. 기관에 외면받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0.50대 1, 올해 1월 0.83대 1 등 최근 공모채 발행에서 경쟁률이 1배를 상회한 적이 거의 없다.

문제는 기관이 등을 돌릴수록 발행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다.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는 환경에서도 발행 시마다 금리가 뛰어 지난해 9월 7.60%, 올해 1월 7.80%에 이어 이달 8.50%까지 치솟았다. 이는 크레딧 스프레드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다.

현재 중앙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에스엘엘중앙과 중앙일보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부정적'으로 조정했고, 한국기업평가도 메가박스중앙·콘텐트리중앙의 기업어음 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했다. 그룹 측은 자금 확보를 위해 최근 중앙일보·JTBC·일산 스튜디오 등 사옥 3곳을 5500억 원에 통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금리 조달의 반복이 재무 부담을 가중하며 그룹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랜드월드(BBB)는 2.43대 1의 경쟁률로 수요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6.306%의 고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지난해 2월 미매각(0.00대 1)과 8월 사실상의 미매각(0.53대 1)을 겪은 뒤 이번에 처음으로 2대 1을 넘겼지만, 여전히 6%대 고금리라는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롯데케미칼(AAA)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4대 시중은행의 연대보증으로 최고 등급을 확보했음에도 경쟁률은 2.45대 1에 그쳤고, 결국 AAA 등급 민평 대비 33bp 높은 '오버 발행'으로 마무리됐다. 발행금리 4.135%는 AA- 등급인 포스코인터내셔널(3.845%)과 HL만도(3.965%)는 물론, A 등급인 CJ프레시웨이(4.013%)보다도 높다. 은행 보증이 형식적 등급은 끌어올렸으나, 시장이 바라보는 롯데케미칼 본연의 신용 위험은 그와 별개로 엄격하게 평가된 셈이다.

상기 인포그래픽은 한국금융신문이 분석/제작한 원본을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재구성하였습니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온시스템, 10.8대 1이 역부족이었던 이유

AA- 등급 내에서도 경쟁률과 발행금리의 상관관계는 기대를 비껴갔다. 한온시스템(AA-)은 이달 세 번째로 높은 10.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민평 대비 22~31bp 낮은 금리로 언더 발행에 성공했다. 수요 흡입력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최종 발행금리는 4.221%로,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AA- 발행사 중 가장 높았다. 흥행이 스프레드는 좁혔을지언정 금리 자체를 낮추지는 못한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결과의 배경은 시장이 한온시스템에 부여해 온 개별 신용 가격에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25년 기준 이자보상배율(EBIT/금융비용)이 1.1배에 불과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간신히 충당하는 수준이다. 등급 전망 역시 발행 불과 한 달 전인 3월에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재무적 불안 요소가 개별 민평 금리에 이미 반영되어 있었기에, 수요예측 당일의 경쟁률만으로는 이를 단번에 상쇄하기 역부족이었다.

현대차증권(AA-)도 유사한 궤적을 보였다. 5.65대 1의 경쟁률로 민평 대비 최대 23bp 언더 발행을 마쳤으나, 발행금리는 4.291%로 AA- 등급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사채 특유의 구조적 신용 프리미엄이 민평 금리에 이미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포스코인터내셔널(AA-)은 경쟁률 6.40대 1로 한온시스템에 크게 못 미쳤음에도 발행금리는 3.845%로 등급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금리 격차는 37.6bp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월 7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상향하며 수익성 개선과 우수한 재무 안정성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펀더멘털의 차이가 민평 금리를 통해 발행금리의 격차로 고착화된 것이다.

4월 수요예측 시장이 남긴 함의는 명확하다. 높은 경쟁률은 민평 대비 발행 금리를 낮추는 '필요조건'일 뿐, 금리의 절대적 수준을 결정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달 공모채 시장을 관통한 '쏠림의 역설'은 수요예측이라는 이벤트 이전에 이미 기업의 재무 체력에서 승부가 갈려 있었음을 방증한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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