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어나는 가계 빚… 다음주 금통위 회의 ‘긴축 논쟁’ 불 지필 듯
IIF “韓 GDP 대비 가계부채 100.2%, 세계 4등”
총재도, 금통위원도 우려 반복하는데 되레 ‘악화’
11월 30일 “통화정책 충분히 긴축적?” 논의 주목
가계 빚이 잡히기는커녕 다시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 빚 잔액은 3분기 말 기준 1876조원까지 쌓여 1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4분기인 10·11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심상치 않아,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다음 주인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연다. 가계부채를 잡을 만큼 현 수준의 통화 정책이 ‘긴축적이냐’의 논쟁이 이 회의에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3분기 가계 빚 ‘최대’인데, 4분기도 흐름 이어갈 기미
한국은행은 21일 ‘2023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을 통해 지난 9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이 187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7~9월 3개월간 증가한 가계 빚 규모는 14조3000억원으로, 2분기(8조2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지난 1분기까지 잡히는가 싶었던 가계 빚이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요인이다.
이런 흐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기미가 보여 문제다. 한은이 뒤늦게 집계해 공표하는 가계신용에 앞서 추세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을 보면 알 수 있다. 전월 대비 증가분이 9·10·11월 점점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전월 대비 9월 가계부채는 1조5174억원 증가했는데, 10월엔 3조6825억원을 기록했다. 11월엔 1~16일 보름치 기준, 이미 10월 한달 치 오름폭과 유사한 증가세(3조5462억원)를 나타냈다.
한은은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가계부채 잔액 증가는 자연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과도한 우려를 경계했다. 서정석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자금 중개 기능이 제고되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한은은 가계부채를 급격히 줄이는 것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을 점진적으로 하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하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및 국제 비교 순위 등 객관적 지표로 미뤄봐도 한국의 가계부채 상황은 우려할 만하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3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100.2%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100.5%) 처음 100%를 넘기기 시작했다가 2021년 3분기(105.7%) 정점을 찍고 점차 하향하는 추세다. 하지만 61개국 중 스위스·호주·캐나다에 이어 4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지속하고 있다.
◇ “안 잡히면 한은이라도…” 금리 인하 논의 발목 잡는 가계부채
가계부채의 급증은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에 ‘딜레마’를 안기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발표 이후 물가 상승세가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피벗’(pivot·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논의가 한창이다. 이처럼 주요국의 금리 인하 논의가 활발해지고 우리도 물가 목표에 빠르게 도달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요구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이런 논의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보다 ‘물가 안정’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목표 하나로 통화 정책을 구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부동산·대출 규제 등 정부 정책의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정도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 금리 결정에 있어서 비중 있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번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정부가) 완화한 규제 정책을 다시 타이트하게 먼저 하고(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그래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정부의 어떤 정책 도구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최후엔 한은이 나설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금통위원들 중에도 특히 최근의 가계부채 문제를 주시하는 위원이 있어, 다음 금통위 회의에서도 ‘긴축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가계와 기업 대출의 꾸준한 증가 규모는 통화신용정책이 의도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한은이 더욱 긴축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개최한다. 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훌쩍 커진 분위기에, 지난달 처음으로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가 언급된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시장에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으로 7회 연속 ‘동결’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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