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자본연구원 위원 "트럼프 관세, 전술일 뿐…진짜 압박은 환율" [현장+]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 세미나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환율 정책 영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미국의 관세전쟁은 전술일 뿐 핵심은 환율조정 압박이다. 한국이 미국의 패키지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경제정책 영향과 대응 방향' 세미나에서 미국의 무역·환율 전략을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관세 인상은 하나의 수단일 뿐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과 환율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은 최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인 스티븐 미란이 발표한 보고서가 핵심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미란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달러화 강세 때문이라고 규정하며 해법으로 관세 인상과 환율협정을 동시에 제시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가 미국 무역전략의 교과서처럼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무역적자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했지만 한국 역시 구조적으로 같은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관세 인상 △환율협정 체결 △방위비 분담 압박 △지식재산권 보호 점검 △외환시장 개입 여부 확인 등으로 국가별 압박수위를 조절할 계획이다. 특히 이 선임연구위원은 "환율협정 추진이 플라자합의(1985년)와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될 수 있다"며 "'마러라고' 협정이라는 이름으로 다자 간 통화 재조정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이 미국의 첫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하며 이유로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 상위권 △경상수지 흑자 지속 △방위비 분담 현실 △원화약세 지속 흐름 등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보면 한국은 정치적 저항이 비교적 작고 협상력이 약한 구조"라며 "특히 일본은 최근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모양새로 환율을 양보해 관세·방위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원화 환율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1500원을 위협한 원화약세 흐름이 미국의 정책 대응 압박을 초래할 환경을 만들었다"며 "이제는 원화절상을 못 이기는 척 수용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대응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이 위원은 다자 간 환율협정이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개별국가에 대한 환율 압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플라자합의처럼 주요 당국만 불러 앉히는 방식은 현재와 같은 민간자금의 비중이 높은 시장 환경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그래서 미국은 먼저 개별국가(특히 한국)에 환율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외환시장에 대한 미국의 개입 논리는 단순하지 않다"며 "미국은 자국 국채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통화협력을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본연은 환율협정이 실제로 이행되면 달러약세가 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위원은 이 같은 이유에 따른 부작용으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신뢰도 저하 △미국 국채 매력도 하락 △글로벌 자금 이탈 △금리상승 압력 확대 등을 꼽았다.

그는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72%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무역적자 해결을 위해 달러를 약세로 끌고 가는 전략이 오히려 신뢰를 훼손하고 자본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은 "미국의 '관세, 환율, 방위비' 패키지 압박을 한국이 역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3요소를 동시에 제기하는 미국에 맞서 부분적 양보와 전략적 반격을 조합해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며 "외환시장 안정, 금리정책 여력 확보, 민간·공적자금 운용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세안(ASEAN), 일본 등 역내 통화협력 채널을 활용한 공동대응 체제도 모색해야 한다"며 "과거 일본이 플라자합의 이후 나 홀로 환율절상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맞은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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