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3' 전시회에 참가한 최형익 에코프로 CSR추진팀 이사는 인파로 북적이는 전시장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최 이사는 "11년째 열린 인터배터리에 올해처럼 인파가 몰린 것은 처음"이라며 "배터리산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글로벌 배터리 기술력을 주도하는 한국 배터리 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참가 기업 역대 최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지산업협회, 코엑스, KOTRA가 주관하는 인터배터리는 국내외 배터리 기업이 참가해 최신 배터리 제품과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 배터리 각축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제조 3사가 동시에 참가하는 유일한 배터리 전시회로,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외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는 '모든 것과 연결된 배터리(Battery Connecting To ALL)'를 주제로 3월 15~17일 개최됐다. K-배터리 제조 3사 외에도 포스코퓨처엠(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고려아연 등 배터리 소재 및 부품 기업과 배터리 충전업체, 재사용·재활용업체까지 477개 기업이 총출동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197개 참가 기업 대비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특히 올해는 16개국 101개 해외 기업과 정부가 참가했으며, 이 중 7개국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직접 부스를 운영했다. 역대급 규모가 알려지면서 사전등록 관람객도 지난해 9623명에서 올해 3만4851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첫날 개막 시간인 10시 전부터 방문증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설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에서 인파가 가장 많이 몰린 곳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K-배터리 제조 3사 부스였다. 한 관람객은 "이번 전시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를 선도하는 K-배터리 제조 3사의 차세대 기술력이 관전 포인트인 것 같다"며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3사 부스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K-배터리 제조 3사는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 머스탱 마하-E'와 '루시드 에어'를, 삼성SDI는 '볼보 전기트럭 FM 일렉트릭'과 'BMW 뉴 i7'을 전시했으며, SK온은 '제네시스 eGV70'를 선보였다.
LG엔솔, LFP 배터리 실물 선보여
이번 전시에서 K-배터리 제조 3사는 그간 중국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프리폼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는 한편, LFP 배터리 셀의 실물을 국내 전시 최초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에 맞대응하고자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LFP 배터리는 리튬, 인산, 철로 구성된 양극재로 만드는 배터리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서 흔히 생산하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높다. 다만 이번에 LG에너지솔루션이 소개한 LFP 배터리는 전기차용이 아닌, 주택과 전력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형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기존 LFP 배터리와 달리 LG에너지솔루션의 LFP 배터리는 밀도와 효율 등 품질 이슈를 해결한 상태로 개발되고 있다"며 "주택과 전략망용 LFP 배터리의 경우 각 사용처에 맞게 필요한 용량만큼 사용이 가능하도록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 독립기업 쿠루(KooRoo)가 사업화를 준비 중인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attery Swapping Station·BSS)도 주목받았다. BSS는 전기이륜차용 배터리팩을 충전이 아닌 교환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BSS는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편의점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드 머스탱 마하-E'와 '루시드 에어' 전시 공간에서는 각 차량에 탑재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도 함께 전시됐다.
삼성SDI 부스는 볼보 전기트럭 'FM 일렉트릭'을 전시해 시선을 끌었다. 삼성SDI는 볼보 트럭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 2만8000여 개가 들어간 'FM 일렉트릭'은 이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모형을 전시하고 관련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에 LFP 배터리를 전시하지는 않았지만 "LFP 배터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배터리 2023에 참석한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LFP 배터리 개발과 관련된 질문에 "여러 측면에서 사실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같은 날 정기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가형 배터리인 LFP 배터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SK온, 각형 배터리 공개
SK온은 '무브 온(Move On)'을 주제로 부스를 구성했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인터배터리에 참가한 지난해에는 '출사표를 던지다'라는 의미의 '파워 온(Power On)'을 주제로 내세웠지만 올해는 확장과 발전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SK온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코발트 프리(Co-Free)' 배터리와 LFP 배터리, 각형 배터리를 공개했다. 그간 파우치형만 생산해왔으나 다양한 폼팩터(형태)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SK온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다양한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날 개막 행사에는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이 참석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에 대한 대응 마련을 밝혔다. 장 차관은 "올해는 16개국 101개 해외 기업이 참가할 정도로 인터배터리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시회로 자리매김했다"며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전국에 15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이어서 "배터리 분야에 2026년까지 39조 원을 투자해 2030년에는 배터리 세계 1위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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