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수급난에 울산 석유화학 업계도 ‘비상’

조혜정 기자 2026. 3. 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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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여파
지역 NCC 공장, 가동률 ↓ ‘타격’
여수 등 주요산단 연쇄 셧다운 우려
정부, ‘4월 원유 위기설’ 확산 차단
“비축유·대체선으로 통제 가능”
전남 여수시 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
울산지역 내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을 운영 중인 A사는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장기화하자 공장 가동률을 기존 85%에서 60%대로 낮췄다.

A사는 석유화학 기초 소재인 나프타(납사)의 절반은 수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정유사인 B사로부터 공급받아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원래 A사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연산 90만t 규모.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업황 불황이 몇년째 이어지자 공장 가동률을 85%대로 낮춰왔다. 설상가상 최근들어선 나날이 전선이 확산되는 중동 전쟁으로 '4월 원유 수급 위기설'이 고조되면서 나프타 수급 불안이 턱 밑까지 다가오자 공장 가동률을 60%대로 확 줄였다.

원유를 정제할 때 추출하는 나프타는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핵심 원료로, 국내에 수입되는 나프타의 54%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데 3주 전부터 해협이 막히며 수입이 사실상 끊기자 상황이 급변한 거다.

실제 중동 사태 이후 나프타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제 나프타 가격은 t당 637달러에서 지난주 1,161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중동산 원유 수급도 어려워지면서, 국내 석유화학사는 정유사를 통한 나프타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울산에서 에틸렌 생산능력 66만t 규모의 NCC 공장을 운영 중인 C사의 가동률은 80%대로 A사보다는 사정이 낫다. 자체 정유사가 있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프타를 자체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C사는 수입 나프타 물량의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전쟁 장기화로 '4월 원유 수급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져 생산량 감산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울산은 국내 3대 석유화학국가산업단지 중 NCC 비중이 10%대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여수와 대산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달 초부터 가동률을 설비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까지 낮추는 등 버티기 운영에 들어갔지만 '4월 중순 연쇄 셧다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이번 주 중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2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조만간 공시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여수에서 1공장(120만t), 2공장(80만t) 등 NCC 2기를 가동 중이다. LG화학 대산공장(에틸렌 127만t)은 지난 5일부터 가동률을 69%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낮춰 이번주 중 54% 수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곧 충남 대산공장의 NCC 가동률을 기존 80%에서 7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수 공장은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120만t 규모 설비의 정기 보수 일정을 약 2주 앞당겨 4월 초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셧다운' 공포와 관련, 정유사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리는 강도 높은 조정 명령을 통해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일 브리핑을 통해 "두바이유가 158달러를 기록하는 등 최근 국제유가 상승 속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유례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4월 중 국내 원유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 정유사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경로를 통해 물량을 확보 중이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도입하기로 한 2,400만 배럴 중 3월 말과 4월 1일 두 번에 걸쳐서 400만 배럴이 들어오고 1,800만 배럴도 4월 초중순부터 입항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4월에 도입되는 원유 물량이 평소보다 줄어드는 건 맞지만, 대체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4월 중순에는 비축유 방출까지 계획돼 있어 전체 수급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가동 중단 우려가 큰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선 "국내 나프타 공급의 약 55%를 차지하는 정유사들과 협의해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릴 계획"이라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양 실장은 "긴급 수급 조정 명령까지 발동하면 가동 중단 위기 시점을 4월 말이나 5월까지 충분히 늦출 수 있어 수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체 나프타 수입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추경 예산 반영도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산업 전반의 공급망 리스크를 밀착 관리하기 위해 이날부터 서울청사에 '공급망지원센터'를 설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총 12명의 전담 인력을 배치해 산업 생산과 국민 생활에 밀접한 30∼40개 핵심 품목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