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CEO’ LG생건 차석용, 실적 하락세에도 자리 지킬까

2022. 11.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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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실적 악화하며 역성장 지속…일흔 넘은 나이도 걸림돌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2005년부터 18년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LG생활건강)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 한 기업에 오래 다니기는 어렵다.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 10명 가운데 4명은 평균 1~2년 재직에 그친다. 3~4년 자리를 유지하는 비율도 10명 가운데 3명에 불과하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그런 면에서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다. 2005년부터 약 18년간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실적 개선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히면서 그룹사의 신임을 얻은 결과다.

다만 올해는 다르다. 해외 시장에서 K-뷰티의 입지가 좁아들면서 LG생활건강의 실적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차석용 부회장이 2023년 정기 인사에서 자리를 지키고 내년에도 LG생활건강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장수 CEO’ 차석용 부회장…올해로 18년째

11월 1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11월 내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해 다수의 계열사 CEO를 유임했다. 크게 실적이 고꾸라진 계열사가 없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하지만 올해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2018년 회장 승진 이후 LG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이 매년 세대교체를 정기 인사의 중점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고 지난해보다 변화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시각이다. 

차 부회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배경 중 하나다. 지난해 7연임에 성공하면서 예정된 사내이사 임기 만료일은 2025년 3월이지만 올해 실적이 역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만 51세 나이로 LG생활건강 CEO에 선임됐다. 차 부회장은 1974년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사(MBA)를 받고 1985년 미국 P&G 입사 후 쌍용제지·한국P&G·해태제과 사장 등을 지내고 LG생활건강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생활건강 이전에는 한 기업에서 오래 있지 않았다. 쌍용제지에서는 약 1년간(1998~1999년) 사장으로 있었고 한국P&G에서도 2년(1999~2001년)을 채우고 나왔다. 해태제과 사장 재직도 3년(2001~2004년)에 그친다. 

LG생활건강에서는 현재까지 약 18년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2012년에는 LG그룹 내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아 외부 영입 인사로는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차 부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실적 개선이다. 차 부회장 부임 이전의 LG생활건강 사업부문은 생활용품과 화장품이 전부였다. 또 생활용품 비율(2004년 기준)이 70% 이상을 차지해 화장품 사업으로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끌어내지 못했다.

차 부회장은 부임 초반부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생활용품 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부터 손봤다. 2005년 기저귀·생리대 시장에 진출했고 2007년에는 코카콜라를 인수하면서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화장품 사업에서는 럭셔리 브랜드 숨 등을 론칭하고 2008년에는 10대 화장품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기준 매출 비율이 화장품 61.8%, 생활용품 19.4%, 음료 18.9% 등으로 변경됐고 지난해에는 화장품 54.9%, 생활용품 25.4%, 음료 19.7% 등으로 조정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실상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의 유일한 선택지였을 것”이라며 “LG생활건강 내부에서도 대체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신망이 두터웠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실적이 꾸준히 좋아져 바꿀 이유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차 부회장의 주요 성과는 '음료 사업'이다. (사진=LG생활건강)



‘나이·실적’ 걸림돌…올해도 자리 유지할까

지난해에는 LG그룹 내 부회장 직급에서의 변수가 많지 않았고 외부 인사인 차 부회장이 지주사로 이동할 가능성도 낮아 LG생활건강 자리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LG생활건강의 실적과 나이가 차 부회장 연임의 걸림돌로 언급되고 있다. 

우선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말부터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은 연간 기준으로 17년 연속 실적 개선에 성공했고 분기 기준으로는 2005년 1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한 개 분기를 제외하고는 66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늘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2조231억원, 영업이익은 5.9% 감소한 24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감소 폭이 더 확대됐고 영업이익은 약 5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2% 감소한 1조6450억원, 영업이익은 52.6% 감소한 1756억원이다. 2분기에는 매출 1조8627억원(7.9% 감소), 영업이익 2166억원(35.5% 감소)을 기록했다. 3분기에는 매출 1조8703억원(7.0% 감소), 영업이익 1901억원(44.5%)에 그쳤다.

LG생활건강의 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7년 4분기(1852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8년 1분기부터 최근까지 LG생활건강은 분기별 2000억~4000억원 사이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다. 

나이도 연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차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만으로 따져도 69세다. 통상 기업 정년이 60세인 점을 고려할 때 차 부회장은 정년보다 10년을 더 재직한 셈이다. 차 부회장의 나이는 LG그룹의 적극적인 세대교체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인 132명의 신임 상무를 발탁했다. 신규 임원 중 40대는 82명으로, 전체의 62.1% 비율을 차지한다. 10명 가운데 6명은 40대로,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를 기용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연소 상무는 1980년생으로, LG전자에서 나왔다. 

2020년 11월 단행한 정기 인사 키워드 역시 세대교체였다. 60대 이상의 CEO급 인사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50대 인사로 대체했다. LG그룹은 2019년, 2018년에도 같은 기조의 정기 인사를 했다. 

LG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같이 언급되는 키워드는 성과주의다. 차 부회장은 2018년 이후 세대교체 분위기에서도 4년간 자리를 지켰지만 올해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악화한 만큼 성과주의 관점에서도 볼 때도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화장품업계 최장수 CEO의 연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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