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도 부담인데… 1년 만에 440만개 팔린 가루의 정체

"치킨에 뿌리고 국에도 넣는다"
440만 개 넘게 팔린 분말 수프
라면 수프 자료사진. / Chatchai Kumbabpar-shutterstock.com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라면 수프만 따로 담은 제품이 틈새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 팔도가 지난해 출시한 ‘왕라면 수프’는 컵라면 가격 인상 흐름 속에서 수요를 꾸준히 끌어올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1000원으로 컵라면 하나 사기도 어려워졌다. 지난 1일부터 오뚜기 진라면 작은컵, 농심 김치사발면 등 주요 컵라면 제품 가격이 일제히 100원씩 올랐다. 농심 신라면 작은컵은 1250원, 큰사발은 1500원까지 올라섰다. 오뚜기 참깨라면 작은컵은 1400원이다.

삼각김밥도 마찬가지다. 과거 1000원이던 참치마요가 1100원으로 올랐고, 일부 제품은 2000원을 넘어섰다. 4월 현재 편의점 주요 점포에서 삼각김밥 평균 가격은 1500원 내외로 형성돼 있다. 점심시간마다 컵라면 하나, 삼각김밥 하나로 간단히 때우던 ‘2000원 정식’은 사실상 사라졌다.

가격 인상은 간식과 음료로도 번졌다. 과자, 초콜릿, 껌, 아이스크림, 생수, 탄산음료까지 대부분 1000원을 초과했다. 껌 한 통도 1200원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식비 부담은 커지고 있다.

팔도 '왕라면 수프', 1년 만에 440만 개 판매… 캠핑족·1인가구 중심 반응

왕라면 수프. / 팔도 제공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아예 라면 본품 대신 ‘수프’만 따로 찾고 있다. 팔도가 지난해 4월 선보인 ‘왕라면 수프’는 분말형 조미식품으로,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441만 개를 기록했다. 특히 다이소에서 소포장 형태로 판매된 수프는 134만 개가 팔렸다.

왕라면 수프는 5g짜리 분말을 개별 포장한 제품이다. 뜨거운 물만 있으면 국물을 만들 수 있고, 찌개나 볶음요리, 치킨 시즈닝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라면 한 봉지를 끓이기엔 부담스럽고, 국물 맛은 포기할 수 없는 소비자에게 적합하다.

팔도는 지난달 ‘틈새라면 수프’도 추가했다. 스코빌 지수 9413SHU에 달하는 매운맛으로 유명한 라면을 수프로 변형한 상품이다. 간편한 소포장 덕분에 1인가구, 혼밥족, 캠핑족을 중심으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대용량은 식당용, 소포장은 개인용… 소비 패턴 달라졌다

틈새라면 수프. / 팔도 제공

기존 라면 업체들도 수프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업소용 대용량 제품이다. 농심, 오뚜기 역시 분말 수프를 판매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엔 현실적이지 않다. 삼양식품은 액상 소스 형태라 무게와 보관에서 불편함이 따른다.

반면 팔도는 소량 포장으로 개인 소비자의 일상에 들어갔다. 라면 국물 맛은 유지하면서도 조리 편의성과 휴대성을 높였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소 꿀템’이라는 말과 함께 찌개, 볶음밥, 간식류까지 수프 활용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며 기존 소비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기존처럼 한 끼 식사를 라면과 김밥으로 해결하는 방식보다, 필요한 만큼만 쓰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수프 하나로 국물 맛을 내거나 간편한 반찬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부각됐다.

1000원 시대 막 내리자 떠오른 ‘수프 단품’ 시장

라면과 수프 자료사진. / I need tickets-shutterstock.com

편의점 업계는 1000원 이하 상품 비중이 줄어든 상황에서 PB 상품을 확대해 대응하고 있다. GS25는 550원짜리 ‘리얼소고기라면’, 1000원 이하 아이스크림, 콩나물 등 초저가 시리즈를 운영 중이다.

CU도 880원 컵라면, 990원 우유·채소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만 이들 제품은 품목이 한정적이고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그 틈을 라면 수프가 메우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가성비보다 ‘취향 소비’, ‘활용도 높은 식재료’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이 수프 단품 시장에 반응하고 있다. 수프 하나로 국물 맛을 살리고, 간식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제품이라는 점에서 실속 있는 선택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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