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키스 재럿, 피아니스트 유니 인터뷰 ①

독일 언론은 그녀를 ‘Free Classic & Jazz 장르를 개척한 이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로 평가하며, 음악계의 전설 ‘키스 재럿’에 비견한다. 그런 그녀가 불현듯 독일 와인에 매료되어 ‘유니와인’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 신반을 발매한 그녀가 ‘음악과 와인의 페어링’을 주제로 한국에서 이벤트를 기획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티스트 유니로서의 삶과 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 유니가 소개하는 독일 와인까지 그녀를 만나 깊은 대담을 나눴다. 매력적인 소재로 숙성된 그녀의 이야기는 독일 와인만큼이나 독특한 향미를 지녔다.
ⓒ 곽유니
곽유니
· 2001년 제13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금상
· 2006년 키스피아노 1집 <愛>
· 2007년 키스피아노 2집 <French Kiss>
· 2008년 첫 해외 앨범 <True to You>
· 2014년 독일 데뷔 앨범 <Jugendstil>
· 2016년 독일 두 번째 앨범 <My Piano>
· 2024년 독일 세 번째 앨범 <Improvisations Live in Germany>

피아니스트 유니는...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클래식을 전공했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던 중 ‘나만의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 끝에 팝,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연구하며 음악적 지평을 넓혔다. 대학 시절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팝 음악 작곡과 노래를 시작했으며, ‘키스피아노’라는 이름으로 싱어송라이터 활동과 앨범 발매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2008년, 영국 프로듀서와 함께 음반 <True to You>를 제작·발표하며 영국 투어, BBC 출연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했다. 이후 독일 매니지먼트 회사와 협업하며 독일로 무대를 옮겼고, 세 장의 피아노 솔로 앨범을 발매하며 ‘Free Classic & Jazz’라는 독창적 장르를 선보이고 있다.

클래식과 재즈는 전혀 다른 음악 장르로 각기 다른 전통성을 고수한다. 그런데 독일 클래식과 재즈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가 있다. 아티스트 유니는 스스로를 ‘클래식 아티스트’ 또는 ‘재즈 아티스트’라는 이름으로 가두기를 거부한다.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가 즉흥연주를 추구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즉흥연주가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넘어 현재를 온전히 경험하고 그 순간의 에너지를 음악으로 변환하는 철학적 행위”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유니는 언제나 무대 위에서 관객과 대화한다.


어린 시절,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네 살 때 처음 피아노를 접했다. 당시 다니던 유치원에 피아노가 있었다. 버스나 TV에서 들은 음악을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었다. 집에서도 피아노를 치고 싶었지만, 집에는 멜로디언만 있었다. 그래서 긴 종이에 88개 건반을 그리고 음마다 색칠을 한 뒤 상상 속에서 연습을 하곤 했다.

일곱 살이 되어서야 부모님께 졸라 피아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연습하며 원하는 곡을 마음껏 연주했다. 피아노 치는 시간이 일상 속 오아시스처럼 느껴졌다. 그 행복을 이어가기 위해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독일에서 ‘Free Classic & Jazz’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즉흥연주는 파격적 시도였을 것 같다

피아노는 단지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아노 위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다양한 음악을 시도했다. 어릴 때부터 “베토벤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의 음악은 어떻게 달랐을까?”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모니, 리듬, 곡의 길이까지 모두 달라졌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베토벤 소나타를 치다 비트를 넣어 댄스 음악처럼 편곡해 보기도 했다. 이러한 상상이 즉흥연주의 기반이 되었다.

관객 앞에서 즉흥연주를 선보이게 된 계기는 2016년 독일의 한 야외 공연이었다. 앙코르 요청을 받은 상황에서 주어진 주제 없이 즉흥연주를 했는데, 관객들이 이를 매우 좋아했다. 이후 관객들의 격려로 무대에서 더 많은 즉흥연주를 시도했고, 때로는 관객들이 추천해 주는 주제로 즉석에서 작곡을 하기도 했다.

독일 언론에 소개된 유니. ⓒ 곽유니

클래식 아티스트의 즉흥연주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존재했을 것 같다. 보수적인 독일 음악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오히려 반대다. 독일 음악계는 보수적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다. 독일 음악계에서 받은 많은 찬사와 열렬한 호응이 내가 이곳에 남게 된 이유다. 내 상상대로 음악적 시도를 할수록 음악비평가와 관객은 더 큰 찬사와 격려를 보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즉흥연주라는 방식으로 나만의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대중은 ‘Free Classic & Jazz’ 장르를 낯설어할 수 있겠다. 본인의 음악 스타일을 설명해 달라

보통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재즈를 프리 재즈(Free Jazz) 장르로 구분하는데, 클래식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프리 클래식(Free Classic)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Free Classic & Jazz는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허물어 두 장르의 자유로운 융합 속에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나만의 음악 스타일이다.

2014년 독일에서 데뷔 앨범 <Jugendstil>을 발표했을 때 “음악의 장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크로스오버’로는 내 음악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즈음, 독일의 한 저널리스트가 내 음악을 듣고 “클래식과 재즈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적 요소가 융합된 스타일”이라고 분석하면서 Free Classic & Jazz라고 지칭했다. 그 표현이 마음에 와닿아 그때부터 Free Classic & Jazz가 나만의 음악 스타일을 대표하게 되었다.

현장 분위기를 가져간다는 건 새롭기도 하지만 한편 창작 과정에서 리스크를 동반한다고 볼 수 있다. 부담이나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나?

즉흥연주는 마음을 열고 음악에 완전히 몰입하는 과정이다. 공연이 끝나면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도 있지만, 즉흥연주의 리스크에서 오는 정신적 부담을 즐긴다. 리스크 자체를 두려움이 아닌 불확실성으로 향하는 여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마치 안전장치 없이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피아노는 휴대할 수 없는 악기다. 공연마다 다른 피아노를 만나야 하는 만큼 그날 연주할 피아노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내 연주에는 피아노 고유의 매력도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피아노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파워풀한 연주를 하느라 손에 무리가 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감각, 관객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기쁨이 어려움을 잊게 만든다.

독일 언론이 “이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아티스트”라고 평가했다

틀을 깨는 사고를 즐기는 나로서는 이런 평가를 듣는 순간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 곽유니
“ 피아니스트 유니는 키스 재럿의 뒤를 이어 콘서트 즉흥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재즈 위클리(재즈 음악 전문 온라인 매체)

<Improvisations Live In Germany>라는 이름으로 신반을 발매했다. 앨범 소개를 부탁한다

이번 앨범은 독일에서의 다양한 공연을 통해 만들어진 즉흥연주의 집약체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독일 전역에서 진행한 공연 중 가장 특별했던 즉흥연주를 선별해 구성한 더블 앨범이다. 모든 트랙은 공연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녹음했고, 공연마다 무대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앨범에는 독일의 다양한 음악 현장을 담았다. 함부르크의 엘브필하모니, 뮌헨의 재즈 클럽 운터파트, 레버쿠젠 재즈 페스티벌, 재즈 오픈 슈투트가르트, 그리고 베토벤 페스티벌 등 독일의 주요 공연장에서 녹음된 연주가 포함됐다. 공연 장소마다 각기 다른 에너지가 담겨 있어 청취자들은 한 앨범에서 독일 음악 무대의 다채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즉흥연주의 현장성을 담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공연 당일 접한 피아노의 음색과 터치, 공연장의 울림과 공간감, 공연하는 도시와 관객, 그리고 공연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른 생각과 느낌까지 그날의 모든 요소가 내 즉흥연주의 주제가 된다. 나는 우연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는 관객이 제시한 주제로 탄생한 곡도 많다. 예를 들어 ‘Cuba, Seoul, Frühling(Spring, 봄)’, ‘Joy’ 같은 곡은 관객이 공연 중 즉석에서 제안한 단어로 만들었다. 반면 ‘Bright Moonlight’나 ‘Tod und Leben(Death and life, 죽음과 삶)’ 같은 곡은 공연 당일 떠오른 생각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즉흥연주와는 다르다. 재즈의 즉흥연주가 정해진 멜로디와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면, 내 음악은 무대 위에서 작곡과 연주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관객이 창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그 순간을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공연이다.

마이크 레코딩 방식도 특별하다고 들었다

그렇다. 이번 앨범에선 1인칭 시점의 레코딩 방식을 채택했다. 보통 공연에서는 관객이 연주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나는 음반을 통해 청취자가 단순히 관객석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피아노 의자에 앉아 직접 연주하는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내가 느끼는 가장 직접적이고 가까운 소리, 그리고 그 에너지와 파워를 음반에 담았다. 청취자들이 내가 연주를 통해 느끼는 모든 섬세한 디테일과 울림을 함께 경험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또 트랙마다 다른 공연장에서 연주되었지만 음반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다양한 공연을 직접 체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앨범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음악 여정을 집약한 결과물 같다. 이번 앨범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의 공연에서 녹음된 곡으로 구성했는데, 각 트랙마다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관객 없이 진행된 공연에서 연주한 곡도 있고, 뮌헨의 재즈 클럽 운터파트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Unterfahrt’처럼 공연장의 독특한 분위기에서 영감을 받은 곡도 있다.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그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마치 오래 숙성된 와인을 꺼내는 듯한 깊은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가 “이런 장르를 해봐라”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관객들과 음악 팬들의 열망과 응원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덕분에 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 시도가 결실을 맺어 앨범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나왔다는 점이 뿌듯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직접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레이블 운영을 포함해 레코딩, 마스터링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디렉션했다. 연주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음악 제작 전 과정을 책임지는 아티스트로서의 도전인 셈이다. 새로운 도전이자 한 단계 도약하는 과정만으로도 이 앨범은 의미가 깊다. 그래서인지 앨범이 발매된 후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매우 기뻤다.(웃음)

관객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길 바라나?

그들이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내 음악이 그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 감정을 전달하고, 각자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기를 바란다. 내 음악으로 하여금 행복이나 위안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 곽유니

< Improvisations Live in Germany>

YOUNEE

Fulminantmusic

Membran, FM003CD

독일에서의 라이브 즉흥연주를 담은 앨범. 엘브필하모니 등

독일 주요 공연장에서 1인칭 시점의 녹음 방식으로 유니의

피아노 즉흥 연주 실황을 담았다. 공연 당시 아티스트의 감정과 에너지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앨범.

ㅣ 덴 매거진 2025년 1월호
에디터 정지환(stop@mcircle.biz)
사진 김동오 포토그래퍼, 곽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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