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선서 못 외쳐"… 'PA 간호사' 애매한 영역, 선 긋는다
[편집자주] [편집자주] 최근 삼성서울병원의 PA 간호사 채용 공고 이슈가 불거지면서 PA 간호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의료계 내부의 분열이 PA 간호사 이슈로 줄줄이 사탕처럼 드러나고 있다. 과연 PA 간호사가 뭐길래 날 선 다툼이 일고 있는 걸까. 본지는 3회 연속 PA 간호사로 촉발한 의료계의 해묵은 과제를 조명한다. 마지막 3회로 시동 걸린 PA 간호사 영역화와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간호사로서의 다짐을 담은 '나이팅게일 선서'의 일부 발췌분이다. 이 선서와 함께 간호사의 길을 걷는 사람은 모두 합해 45만7849명(2021년 기준, 사망자 제외). 그런데 이들 가운데 약 1만 명은 이 선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칭 '피에이(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로 불리는 진료지원인력이 그 주인공이다. 'PA 간호사'는 주로 시술, 수술, 수술 후 처치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포진해 있는데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은 직역이다. 따라서 PA 간호사로 대놓고 근무하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많게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한 곳에서 'PA 간호사'로 근무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전국 국립대병원들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국립대병원 PA 운용 현황'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에서 'PA 간호사'는 2015년 592명에서 2019년 972명으로 5년간 64%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 가운데 적게는 34명(제주대병원)에서 많게는 112명(분당서울대병원)까지 'PA 간호사'가 포진(2019년 기준)해 있으며, 진료과목별로는 외과(192명), 내과(163명), 흉부외과(80명), 산부인과(65명) 순으로 많았다.
의료계에 따르면 이들의 업무 범위는 의사와 간호사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를 펼치고 있다. 과거 '손이 많이 가는' 수술·처치 등을 주로 담당했던 전공의가 부족해지면서 이들의 일감이 간호사에게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적잖은 상급종합병원에선 외과·흉부외과 등 소위 '기피 과'에 전공의가 정원에 미달하거나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수술장에서 교수(전문의) 1명이 수술을 집도할 때 전공의의 역할 상당수를 'PA 간호사'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 'PA 간호사'는 보통 병원에서 일반 간호사 가운데 일부 인원을 차출해 외래 병동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서 의사 ID를 통한 진료의뢰서 발급, 진단서 작성, 투약, 검사 처방, 수술, 시술 등의 업무를 도맡아 사실상 전공의의 역할을 대체한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 건강이 담보로 잡힌 상황에서 차마 나이팅게일 선서를 외치지 못하겠다는 간호사의 하소연도 적잖은 이유다.

크게는 ▶의사만 할 수 있는 일 ▶의사가 있을 때 의사의 지시·감독하에 할 수 있는 일 ▶의사가 없을 때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 등 세 가지 영역에서 'PA 간호사'에게 요구돼온 '애매한' 업무 범위를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대리 처방·수술 등은 의료법 위반 사실이 명확하므로 이런 내용은 처음부터 제외한다. 예컨대 의사가 없을 때 'PA 간호사'가 콧줄을 교체해도 되는지, 수술장에서는 어떤 작업까지 가능한지 등을 가려내는 일이다.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이서연 사무관은 "현재 8개 병원이 검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검증 연구진은 병원마다 맞춤형 진료지원인력(PA) 관리·운영체계를 만들 수 있게 돕고, 각 병원에서 이 체계가 잘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국가 주도하에 PA의 존재를 수면 위에 드러내놓고 업무 범위를 분명히 하는 작업은 이 검증사업이 최초다. 이 사무관은 "PA 간호사라는 직역을 신설하려 하거나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확대하려는 건 아니다"며 "현재 병원에서 'PA'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간호사의 수많은 업무 가운데 간호사의 면허 사항에 따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추려내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각 병원에서 PA로 불리는 간호사는 병원에서 임무를 배정하니 어쩔 수 없이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또 '간호사가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려 한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기피 과의 전공의가 적은데다 병원이 비싼 임금을 줘야 하는 전공의 대신 간호사를 PA로 대체하려는 과정에서 간호사가 불법 지대에 내몰리고 있다"며 "불법적인 PA 간호사를 둘 게 아니라 의대 정원을 늘려 병원 내 전공의를 늘리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B씨는 "이른바 'PA 간호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PA 간호사'를 둘 수밖에 없는 상급종합병원,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는 대한간호협회와 이를 저지하는 대한의사협회 등 각 이해단체 간의 복잡다단한 알력 다툼에 결국 위협받는 건 국민의 건강"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계가 해묵은 PA 논란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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