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숙제보다 감동의 손수건을 건네는 시리즈의 피날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한때 마블민국이라고 불리던 대한민국 영화 시장이었지만, 최근 마블 작품들의 성적과 비평이 영 좋지 못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꼬여버린 개봉 스케줄, 진입 장벽이 올라가다 못해 아예 신규 유입을 막는 세계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나온 작품의 불완전한 완성도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맞물리면서 마블 신작에 대한 영화팬의 기대감도 점점 식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오갤]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마블의 마지막 희망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가 이번 주 극장가에 상륙한다. ‘가모라’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이 위기에 처한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가디언즈 팀과 힘을 모으고, 그들의 최종 미션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멤버 라쿤 ‘로켓’이 중심이 되는 서서라 더 관심을 모은다.
결과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후 실망 가득했던 영화팬들을 다시 마블의 세계로 초대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일단 시리즈 중 가장 감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왜 로켓이 자신을 너구리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지, 어떻게 그가 말을 하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비중 있게 그려내는데, 이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웃음과 함께 보는 이의 눈가도 함께 적신다. 반려동물을 기르시는 분들은 더더욱 마음이 아플 듯하다. 슬픔을 뒤로 하고 동료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로켓의 성장담은 보는 이를 분명 가슴 먹먹하게 할 것이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답게 스케일과 액션 역시 화려한 진수성찬으로 마련했다. 전혀 어색함 없는 CG 속에 스페이스 오페라의 위용을 드러낸다. 우주선들의 충돌, 재난 영화를 보는 듯한 아찔한 탈출 장면 등 군데군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한다. 특히 후반부 [가오갤] 특유의 신나는 올드 팝송과 함께 펼쳐지는 롱테이크 액션장면은 단연 백미다. 음악에 맞춰서 각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통쾌한 재미를 효과적으로 자아낸다.
새롭게 합류한 캐릭터도 이야기에 잘 녹아 들었다. 모든 비극의 원흉이자 이번 편의 메인 빌런 하이에볼루셔너리는 전형적인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플롯이 다소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배우의 좋은 연기와 묵직한 존재감이 극의 긴장감을 드높인다. 이번 작품의 씬 스틸러는 단연 윌 포터가 맡은 아담 워록이다. 오프닝부터 강력한 위용을 자랑하며 가오갤 멤버를 위협하지만, 나사 하나가 빠진 듯한 허당끼 가득한 모습이 의외의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시리즈의 자랑이었던 개그와 드립은 조금 아쉽다. 이번 작품의 이야기가 어둡고, 가슴 아픈 사연이 많기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느낌이다. 코믹 요소들을 영화가 쉴 새 없이 던지지만 큰 웃음까지 이끌지는 못한다. 여기에 불필요해 보이는 부가적인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극의 리듬을 떨어트린다. 150분의 러닝타임이 조금 과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같은 단점이 다행히 작품 감상에 큰 흠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시리즈의 마무리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로켓 라쿤의 울컥하면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메인 테마는 시리즈 중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엔딩도 10년 가까이 이어온 시리즈를 향한 헌사와 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나온 마블 영화에 문제점들, 가령 너무 복잡한 세계관과 메시지의 부담스러움을 잘 피해가며 영화 본연의 재미를 확실하게 전달한다. 마블 영화가 그동안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시리즈의 복습이나 세계관 암기처럼 관객이 미리 준비하기를 바랬다면, [가오갤 3]은 그런 숙제는 없다. (물론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요소는 있지만). 대신 눈물을 닦을 손수건을 건네며 지금의 마지막 축제를 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일 듯하다.
PS. 쿠키 영상은 2개입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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