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유일하게 저작권 소송에서 패배한 한국 기업

무인도에 표류되면 SOS나 HELP 대신 미키마우스를 그려라는 블랙 유머가 있을 정도로 저작권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디즈니! 자신들의 저작권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반드시 찾아내서 응징하고 마는데요. 1987년 일본 초등학생들이 졸업기념으로 학교 수영장 바닥에 미키마우스를 그렸다가 소송을 당할 뻔했고, 미국의 한 유치원도 담벼락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캐릭터를 그렸다가 벌금 300달러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담벼락에 그려졌던 디즈니 캐릭터들은 아주 깨끗하게 지워졌죠.

저작권 앞에서는 꿈과 환상도 얄짤없었습니다. 그런 디즈니가 한국 소기업에게 저작권 소송을 걸었다가 오히려 역으로 탈탈 털리면서 업계의 전설이 된 사건이 있다고 하는데요.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같았던 이 사건, 과연 저작권 괴물의 디즈니를 쓰러트린 한국 기업의 짱돌은 무엇이었을까요?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시작해 인어공주, 알라딘, 백설공주, 라이온킹 등 꿈과 희망을 가득 채워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전 세계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월트 디즈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거대한 미디어 회사가 되더니 어느새 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와 다큐멘터리까지 완전 장악하며 전 세계 넘버원 콘텐츠 기업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사인 마블도 디즈니 계열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그리고 지금의 컨텐츠 최강자 디즈니를 만들어준 원동력은 다름 아닌 디즈니의 깜찍한 캐릭터들입니다. 미키마우스, 도날드덕, 엘사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명 캐릭터들을 탄생시키며 디즈니는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만 봐도 1928년에 탄생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매년 6조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황금알을 낳는 소중한 거위인 셈이죠.

매년 황금을 낳아주는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디즈니는 저작권 괴물이 되기를 선택했는데요. 디즈니는 자신들이 만든 모든 것에 저작권을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이미지를 시키는 것 조차 절대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의 온갖 패러디 짤이 난무할 때 디즈니 캐릭터들은 아주 클린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국 저작권 연장법은 디즈니가 열심히 옆구리를 찌른 덕분에 만들어져 미키마우스법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규정해놓은 저작권 침해 기준을 넘어서면 곧바로 세계 최고 수준의 법무팀을 만날 수가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저작권을 지키는 것은 절대 나쁜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연한 것이죠. 특히나 저작권의 개념이 중요해진 요즘 디즈니의 이런 행보는 다른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디즈니는 가끔 도가 지나칠 때가 있는데요. 자신들의 캐릭터와 티끌만 닮아도 고소를 때려버리는 것이죠. 모르고 해도 고소, 관련돼도 고소, 가차없는 고소 행진에 디즈니를 풍자하는 블랙 유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과하다 싶지만 저작권을 워낙에 중요시하는 기업이니 저럴 수도 있겠다 했는데 디즈니가 저작권을 무기 삼아 힘 없는 한국 기업의 뒤통수를 치려다 딱 걸려 망신을 당한 사건이 있다고 합니다. 1980년에서 1990년대 한국에서도 수많은 어린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업이 있었습니다. 바로 계몽사! 계몽사에서 출간된 디즈니 그림 명화 동화집은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꼭 하나씩 있을 만큼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종이동화책의 인기가 급격히 줄어들며 계몽사도 위기를 맞게 되었는데요. 결국 1998년 경연난을 버티지 못한 창업주 일가는 부도처리를 하게 되었고 기업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습니다. 계몽사를 인수하게 된 홍승표 회장은 재기를 시도했지만 동시에 횡령도 함께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는데요. 계몽사는 끝내 최종 부도처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계몽사는 역사 속에 사라지나 했지만 다시 재기의 싹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1980년대 계몽사의 동화책을 읽으며 자란 꼬꼬마 어른들이 부모가 되면서 어른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계몽사의 책을 자녀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절판된 책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중고로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계몽사에 꾸준히 출간 요청이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2011년 새 법인이 설립되었 고 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때마침 불어온 복고 열풍에 힘입어 2012년 어린이 세계 명화, 2013년에는 어린이 세계 동화를 출간하며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겨우 재기에 성공하나 싶었는데 이번에도 허무하게 실패하게 되었는데요. 계몽사 실 소유자의 적자 및 책 값 미지급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몽사가 사라지는 게 너무나 안 타까웠던 한 직원은 동료들과 함께 자회사인 계몽사컴퍼니를 세웠습니다. 힘들게 재기를 노리고 있던 중 2019년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는데요.

세계적인 대기업 월트 디즈니사가 먼저 협력 제안을 해온 것입니다. 디즈니 그림 명작 시리즈를 2천부 한정으로 제작하자는 이 기회는 잡기만 하면 대박이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연이어 애니메이션 영화를 성공시킨 유명세와 마침 겨울왕국2도 흥행 중이었고 온라인에서도 디즈니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구매 요청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는데요. 디즈니 그림 명화 동화실에 인쇄필름이 소실된 상태였기 때문에 책을 복원하려면 원본책을 바탕으로 포토샵을 통해 하나하나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힘든 작업이 예상되었지만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계몽사는 한쪽 한쪽 정성스럽게 복원 작업을 시작했고 오랜 시간을 투자한 끝에 작업을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디즈니 그림 명화 시리즈가 복간된다는 소식에 구매를 요청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계몽사의 재기와 구매자들의 기대가 나날이 커져가는데요. 하지만 이 모든건 디즈니의 한마디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먼저 복간을 제안했던 디즈니에서 작업이 완성되고 나니 갑자기 저작권 계약을 해주지 않겠다고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해온 것입니다. 계몽사에서는 이미 작업을 해둔 상태라고 호소하며 마음을 돌려 줄 것을 요청했지만 디즈니는 단호하게 계약을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던 계몽사, 디즈니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게 된 것이었는데요. 저작권을 가지고 작은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정말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던 계몽사는 이 상황을 타파해보고자 법률사무소, 문화관광부, 대법원 등을 다니며 열심히 자문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대한민국 저작권법상 이 책에 대한 저작권리가 디즈니가 아닌 계몽사가 소유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체 명의로 공표한 저작물의 보호 기간은 50년, 2013년에 70년으로 연장되었지만 이미 만료된 저작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디즈니 시리즈 명작 원작 60건 중에서 마지막 책 출판 연도가 1950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2000년에 보호 기간이 끝난 것입니다. 저작권으로 뒤통수 치려던 디즈니에게 제대로 참교육을 시켜줄 엄청난 증거였죠.

디즈니 측에서는 아마 연장된 70년으로 계산해 2019년에 복간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한국 저작권법에 참교육을 당하게 된 디즈니, 저작권 괴물이 저작권으로 탈탈 털리게 되었습니다. 계몽사에서 복간한 한정판 2천 부는 40만 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판매 완료가 되었습니다. 매진이 되고 난 이후로도 구매대기자가 너무나 많아 추가로 인쇄까지 해 판매를 진행했는데요.

이번 사건은 정말 다행히도 계몽사의 승리로 끝났지만 디즈니의 저런 뒤통수,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디즈니의 창업자 월트 디즈니에게는 하나의 신조가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배려하는 철학. '디즈니가 만드는 모든 작품은 삶의 어두운 면을 투영시키지 않고 죽음을 적나라하게 다루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맑고 고운 심성을 심어서 도덕과 윤리관을 함양시켜 준다.' 창업자에게는 이런 신념이 있었는데요. 하지만 지금의 디즈니는 창업주의 신조를 잊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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