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변압기를 넘어 전선 업계로 번지고 있다.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력 인프라 열기가 전선을 비롯한 밸류체인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6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변압기 3사는 올해 합산 매출 17조원 이상의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노후 전력망 교체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수요가 맞물리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수주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1분기 신규 수주가 4조1745억원으로 단일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460만원도 넘어서는 흐름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1분기 신규 수주가 2조원대로 분기 기준 최대치로 집계됐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미국 전력기업 블룸에너지에 3000억원 규모의 배전 솔루션을 공급하며 북미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변압기에서 확인된 호황은 최근 전선 업계로 옮겨붙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송배전망을 늘리기 위해서는 변압기뿐 아니라 초고압 케이블, 배전케이블, 해저케이블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력망을 새로 깔거나 기존 노후망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선은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는 북미 배전망 현대화의 수혜주로 꼽히는 가온전선. LS 계열의 가온전선은 고압부터 중저압 전력케이블, 통신케이블까지 생산하는 배전·통신 케이블 전문 기업이다. 북미 지역 매출은 2021년 169억원에서 2023년 664억원으로 빠르게 늘었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배전케이블 법인 확보로 현지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약 348%나 치솟았다.
LS의 비상장 자회사인 LS전선은 지중·해저케이블과 부스덕트 등 대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국내·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초고압직류송전(HVDC)망 구축, 해외 전력망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성장 기대도 커지는 구조다. 대신증권은 LS에 대해 지주회사보다 사업회사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호반그룹 대한전선의 기세도 매섭다. 대한전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34억원, 영업이익 60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6%, 영업이익은 122.9% 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신규 수주는 7339억원, 수주잔고는 3조8273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북미와 싱가포르 등 해외 초고압 프로젝트 매출이 반영됐고, 미주 중전압 케이블과 국내 플랜트향 물량도 늘면서 호조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수익 초고압 프로젝트 비중 확대와 미주 중심 중전압(MV) 수요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며 이익 체력이 개선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들어 약 211%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성장에 따라 전선주들의 이익 목표치도 상향되는 흐름이라면서도 단기간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 역시 높아진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전선은 장 초반 전일 대비 약 22% 오른 7만4000원까지 급등세를 보이다 6만8000원대로 내려왔고 가온전선도 장중 고점 대비 상승폭을 부분 반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는 유효하지만 원자재 가격과 환율 또 실제 매출 전환 속도 등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