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합장(合葬)하고 싶지 않아!” ‘가문의 묘’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나요?

“완벽한 현모양처로 보이던 시어머니가 죽어도 가문의 묘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유언을 남깁니다. 며느리는 부부금슬이 좋다고 생각한 시어머니의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죽어서 남편과 함께하고 싶지 않다니 몇 십 년 동안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았던 것인가? 그제서야 시어머니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죽은 뒤만큼은 자유롭고 싶다는 뜻이라는 시누이의 말에 수긍하지만 시어머니가 시아버지의 죽음 후 자유를 갈망하다 어이없이 자신이 먼저 죽었다는 해석에 다시 놀랍니다.”
- 《파묘 대소동》 中에서

과거 어머니들은 남편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품고 산 경우가 많았다.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줄 게”라는 거짓말을 믿고 결혼했지만 호강은커녕 온갖 시집살이와 자식들 뒷바라지에 고생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으면 나는 절대로 아버지 옆에 합장하지 말고 따로 묻어라”라고 유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살아생전 지긋지긋, 죽어서도 함께 해야 한다면

합장(合葬)이란 가족이나 부부의 유해를 같은 묘지에 함께 모시는 것을 의미한다. 합장은 영혼의 편안함이나 부부의 유대감, 가족의 결속 및 후손의 안녕을 위해 실행하는데, 이 모든 것이 살아 있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닐까?
대부분 선산 관리가 힘드니 가족 묘지라는 명분으로 가족 합장을 결정하는데 요즘처럼 초고령 사회 및 저출산 시대에는 훗날 가족 묘지마저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또한 특히 염려스러운 것은 부부 사이가 끔찍이 좋지 않았는데 자녀들이 돌아가신 저 세상에서는 사이좋게 손잡고 다니시라고 부모님 합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들 좋자고 합장하는 것이지 부모님 입장에서는 살아서도 지긋지긋 했는데 죽어서도 함께 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드실까?

이혼이 흔해진 요즘 본인들은 못 참고 이혼하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은 함께 손잡고 다니시라고 합장을 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살아생전 떨어져 살고 싶고 묫자리도 떨어져서 하라고 유언한 경우, 합장해도 괜찮을까?

유교식 상례…
합장이란 부부가 함께하는 道

《예기(禮記)》에 “계무자(季武子)가 ‘합장(合葬)하는 것은 옛날의 예가 아니다. 그러나 주공(周公)이 합장을 시작한 이래로 그 예가 고쳐진 적이 없다.’라고 했다.” 이것을 보면 합장은 주나라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 성과에 따르면 합장의 역사는 이미 고분에서부터 발견되며, 삼국시대의 기록에도 합장의 사례가 보인다. 고려시대에는 합장의 가능성은 있지만, 기록으로는 발견되지 않는다. 조선시대가 되면 유교식 의례를 기본으로 매장을 주 장법으로 삼으면서 합장이 다수 이루어진다. 왕릉도 예외가 아니어서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왕릉의 합장에 대한 기록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고고학 발굴 성과에 따르면 고대의 합장은 부부뿐만 아니라 순장(殉葬) 등으로 인해 하나의 무덤에 여러 사람이 함께 묻히는 것으로 ‘어울무덤’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유교식 상례에 따른 매장에서는 반드시 부부의 합장을 전제로 한다. 《백호통(白虎通)》에서는 “살아서는 집을 달리하나, 죽어서는 묘혈을 함께한다.”는 《시경(詩經)》의 설을 받아들여 “합장이란 부부가 함께하는 도(道)”라고 하였다. 즉, 유교식 상례에서 합장은 부부를 하나의 묘역에 함께 모시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저출산·초고령…
묘지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발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시선, 유쾌한 감성으로 삶과 사회를 이야기하는 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垣谷 美雨)가 이번에는 묘지 문제를 들고 왔다. 가키야 미우는 소설 《파묘 대소동》(문예춘추사 刊)을 통해 무겁게 느껴질 법한 사회 문제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어차피 칼슘일 뿐이야. 생선 뼈랑 뭐가 달라? 아버지도 어머니도 내 마음속에는 아직 살아계셔. 그것만으로 충분하잖아.”

남편과는 죽어도 같은 묘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시어머니. 수목장을 선택한 시어머니의 유언에서 비롯된 묘지 문제가 저출생, 고령화, 젠더 문제로 연결되며 친척과 자식들까지 끌어들인다. 《파묘 대소동》은 가문의 묘가 아닌 수목장을 원하는 시어머니의 유언으로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담았다. 묘지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이야기하며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묘의 계승 문제, 사찰 경영 문제, 부부 동성제 문제를 에두르는 것 없이 꿰뚫는다. 이 소설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며 이전 세대와 다른 세상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초고령 사회를 지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묘의 존속 문제가 닥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지난 세월 동안 금기시되어 온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꼭 필요하다. 일본의 묘 문제를 다룬 《파묘 대소동》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우리나라 묘 문제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규열(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참고도서] 파묘 대소동 | 가키야 미우 | 문예춘추사, 한국민속대백과사전 | 국립민속박물관
발행 에프앤 주식회사 MONEY PLUS ※2025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저작권자ⓒ 재테크 전문지 머니플러스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