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홍남순 변호사 가옥, 철거 대신 ‘원형 보존’

광주시, 복원 사업 설계 최종 확정
사유지 20.37㎡ 는 매입 실패
내년 5월까지 복원해 시민 개방
16일 광주시 동구 궁동 홍남순 변호사 가옥이 복원 공사를 앞두고 현장 보존을 위해 비닐과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가 동구 궁동에 있는 고(故) 홍남순 변호사 가옥 복원 사업 방식을 기존 ‘철거·재시공’에서 ‘원형 보존’으로 급선회했다.

홍 변호사 타계 이후 궁동 자택을 보존해야 한다<2016년 10월 12일자 광주일보 1면, 13~14일자 6면>는 여론에 따라 착수한 가옥 복원 사업의 설계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광주시는 16일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위원회(이하 정신계승위) 회의를 열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복원 및 기념공간 조성사업 가옥복원 방안 및 전시공간 조성안’을 원안 의결했다고 밝혔다.

조성안에는 홍남순 가옥에 대한 복원 방식을 당초 철거·신축에서 보수·보강으로 변경하고, 가옥 내 은행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초 광주시는 가옥 내 ‘ㄷ’자 모양으로 불법 증축된 공간 등의 건물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해 가옥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3월 건축설계용역 과정에서 신축 시 건물 면적이 축소된다는 점, 외관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받은 데 따라 가옥을 유지하되 보수·보강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사유지인 마당 일부와 세탁실, 화장실 등 20.37㎡ 부지는 끝내 매입 협상에 실패해 사업 부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본 가옥 복원에는 영향이 없는데다 사업 추진 일정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매입을 포기한 것이다.

가옥 측면에 높게 자란 은행나무는 다른 곳으로 이식하기로 했다. 은행나무 뿌리가 지나치게 자라나 가옥 일부를 뒤틀어 건물에 균열을 일으키고 바닥 콘크리트를 갈라 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광주시는 은행나무와 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팻말 등 전시물을 설치해 은행나무의 흔적을 남겨놓겠다는 복안이다.

광주시는 올해 안에 공사 업체를 선정해 내년 5월까지 복원공사 및 전시 콘텐츠 설치를 마치고 가옥을 시민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한편 홍남순 변호사는 1963년 광주 궁동 가옥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반독재 투쟁, 양심수를 위한 무료 변론을 해 온 1세대 민주인권변호사다. 5·18 당시에는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 7개월 복역한 뒤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5·18 광주구속자협회 회장, 5·18광주민중혁명기념사업 및 위령탑 건립추진위원장 등을 맡아 5·18 진상규명과 시민 명예회복 활동에 전력하다 지난 2006년 타계했다.

홍남순 가옥은 5·18 당시 항쟁 수습을 위한 대책 회의 장소로도 활용됐으며 지난 2017년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29호로 지정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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