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광고 출연
며칠 전이다. 짧은 뉴스가 나왔다.
주인공은 오타니 쇼헤이(31)다. 한 기업의 어드바이저로 취임했다는 내용이다. 일본의 기린 홀딩스라는 회사다. 조금 고급스러운 표현일 뿐이다. 쉽게 말하면 CF 모델이 된 것이다.
이곳은 맥주로 유명한 회사다. ‘바른생활 남자를?’ 술과는 거리가 좀 먼데?’ 그런 생각은 오해다. 이번에는 건강식품이다. 일종의 면역 관리 제품이다.
주연 배우의 코멘트가 소개됐다.
“면역 케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기린사의 홍보를 서포트하게 됐습니다. 저도 가족이 늘어나거나, 경기로 이동이 많은 가운데 컨디션 관리를 위해서 면역 케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꽤 설득력이 있다. 폭발적인 남성미는 아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건강한 캐릭터다.
연중 162게임을 치러내야 한다. 먼 거리를 오가며, 3시간의 시차도 극복해야 한다. 포스트 시즌에는 10게임 이상이 추가된다.
그것도 하나만 하는 게 아니다. 투타니, 타타니로 1인 2역을 소화한다. 게다가 홈런도 치고, 도루도 한다. 동료 선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야말로 자기 관리의 화신인 셈이다.
이미지도 더할 나위 없다. 반듯한 품성과 인성을 갖췄다. 제품의 신뢰도가 팍팍 올라갈 것 같다.
아마 광고 촬영은 마친 것 같다. 내년 1월 1일부터 노출이 시작된다. TV와 옥외 광고판을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편당 출연료도 상상 초월
이번이 벌써 22개째다. 그가 출연하는 광고 제품의 숫자 말이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숨이 가쁠 지경이다.
포르셰(자동차), 일본항공(JAL), 미쓰비시 UFJ 은행, 세이코(시계), 뉴발란스(신발), 코나미(게임), 웰나(식품), 이토엔(음료), ECC(어학원), 랩소도(스포츠 기기), 바이토루(구직 앱).’
이제 반이 지났다. 더 있다.
Topps(베이스볼 카드), 던롭(스포츠), KOSE(화장품), 니시카와(침구류), 반테린(제약), 휴고 보스(의류), 오클리(선글라스), Beats(오디오), 와코루(속옷). 등등이다.
여기에 기린 홀딩스가 추가된 것이다.
이미 잘 알려졌다. 광고 수익은 천문학적 수치다. 여기서 번 돈이 7000만 달러가 넘어섰다. 환산하면 1000억 원 이상이다(2024년 스포르티코 집계). 연봉 200만 달러(약 29억 원)는 푼돈으로 보일 지경이다.
사실 총액만 어렴풋하다. 개별 단가(출연료)는 철저한 보안 사항이다. 다만, 간간이 흘러나오는 보도를 통해 짐작이 가능하다.
NPB 시절에는 연간 2~3억 엔(약 19억~28억 원) 정도였다. 일본의 톱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이게 2023년 WBC 우승을 기점으로 폭등했다. 1년에 5억 엔(약 47억 원) 수준까지 올랐다고 한다.
심지어 아직도 상승세다. 최근에는 700만 달러까지 폭등했다는 보도도 있다. 환율을 따지면 100억 원이 넘는다.

촬영 시간은 업체당 2시간
이 정도면 보통 일이 아니다. 영상 찍는 작업 말이다.
10월에 월드시리즈가 끝난다. 2월이면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그 사이 3개월이 쉬는 기간이다. 그동안 22개 촬영을 끝내야 한다.
물론 대충 자료 화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홈런 장면에 얼추 제품 홍보를 섞는 방식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용납하지 않는다. 나름의 원칙을 지킨다.
“광고 모델로 고액을 받는다. 그만큼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게 도리다. 적어도 따로 시간을 내서, 콘티에 맞게 새로운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오타니 쇼헤이)
그러다 보니 아이돌 스케줄이 된다. 하루에도 몇 건씩 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타니 측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업체당 할당 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일본 매체 ‘뉴스 포스트 세븐’ 보도)
일단 2시간이 조건이다. 그 안에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내야 한다. 감독이 갸웃거리고, 조명 각도가 조금 어긋나고, 소리가 잘 안 잡히고. 그런 NG가 반복되면 치명적이다.
“몇 커트만 더 찍어 봅시다.” 감히 그런 말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스케줄 관리가 중요한 계약 사항일 것이다.
한 가지 버전으로는 곤란하다. 1년 내내 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최소한 콘티 3~4개는 필요하다. 중간에 의상도 좀 바꿔줘야 한다. 머리와 메이크업도 봐줘야 한다.
작년까지는 그래도 좀 낫다. 4시간이 주어졌다. 그게 절반으로 줄어든 꼴이다. 보통 한 제품에 며칠 혹은 몇 주가 걸리는 게 정상인데 말이다.

브랜드는 가물가물
아무튼.
그럼에도 여전하다. 원하는 기업이 줄을 섰다. 갑 중에도 슈퍼 갑이다. 고르고 고른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온통 ‘오타니 천지’다. 일본에 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심정이 그렇다.
공항에 내리면 바로 시작된다. 시내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TV를 틀어도 나온다. 하루 종일, 사방에서 그의 웃는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다 좋다. 그래도 만족하면 그만이다. 기업이 원한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아니다. 어쨌든 이미지도 소모되는 요소다. 게다가 광고 아닌가. 과하면 대중은 피로도를 느끼기 마련이다.
노출이 너무 잦다. 부작용은 당연히 우려된다. 여기도 나오고, 저기도 나온다. 그게 어느 브랜드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물론 알아서 관리는 한다. 비슷한 계열의 기업이나 제품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많다. 동시에 22개는 과하다.
광고는 메시지 전달이다. 그런데 너무 익숙한 모델이 계속 등장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브랜드 간의 차별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모델만 기억한다. 제품에 대한 인상은 떠오르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전에 없던 현상이 나타난다. 일본 SNS나 커뮤니티에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들린다. 이런 반응이다.
“또 오타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