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무도’ 도입부만 수천번 연습한 배우 이준영, 진은숙 등 고난도 곡까지 도전한 분위기 메이커 송강...마법을 보았죠”
피아니스트 박주영·이민성 인터뷰
“호흡·연주 손동작까지 전수”
드라마 인기에 이들 관심 치솟아

가난에 묻힌 천재 ‘최정요’(이준영)와 음악 명문가의 완벽주의자 ‘강비오’(송강), tvN 주말 드라마 ‘포핸즈’는 두 피아니스트가 친구가 됐다가 오해로 갈라서고 다시 음악 안에서 화해하는 서사를 음악에 담았다. 1회 3.4%로 출발한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은 8회 7.9%까지 올랐고, 10회 연속 케이블·종편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유튜브엔 현직 피아니스트 등의 ‘현실 고증’ 리뷰가 쏟아진다.
화면 속 네 손 뒤에는 네 손이 더 있었다. 비오의 연주를 맡은 피아니스트 박주영, 정요의 연주를 맡은 이민성이다. 둘은 어린 시절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알게 됐고 독일 유학 시절에도 인연은 이어졌다. 극 중 비오와 정요처럼. 박주영은 서울예고와 미국 맨해튼 음대를 졸업하고 롱티보 콩쿠르에서 4위 입상했다. 이민성은 서울대 음대를 마쳤고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준우승, 브람스 콩쿠르 우승을 거뒀다.

◇기적 같았던 이준영, 피아니스트 뺨치는 감정 연기의 송강
둘은 7개월 넘게, 배우들을 가르치고 촬영 현장 레슨도 함께했다. 촬영장에선 피아니스트가 먼저 쳐 보이면 배우가 손의 방향과 타건, 호흡을 익혀 연기하거나 직접 연주한 뒤 이를 또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다. 제작을 맡은 박현석 감독은 이를 초 단위로 교차 편집하며 배우가 실제 연주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흔히 클래식 드라마가 자주 범하는 ‘손과 소리가 어긋난다’는 지적 대신 호평이 쏟아지는 건, 이 번거로운 공정에서 나왔다.
이민성은 피아노를 쳐본 적 없는 배우 이준영과의 첫 만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혹스러움, 막막함, 초롱초롱한 눈과 초점 잃은 눈동자가 한꺼번에 있었어요. 선생님 ‘어디로 가요?’를 반복했죠.” 아이돌 출신으로 춤으로 무대를 휘어잡던 이준영이 건반 앞에선 몸이 굳었다. 그랬던 이준영이 극 중 대표적인 테마곡이자 피겨 여제 김연아의 과거 쇼트 프로그램곡으로 잘 알려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도입부를 완벽하게, 홀로 쳐냈다. 이민성은 “수백 번, 수천 번은 쳤을 것”이라며 “리듬으로 외우더니 촬영 끝까지 안 잊어버리고, 다른 곡 도전도 계속했다. 기적을 봤다”고 했다.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어서 일찍이 피아노를 접해본 송강의 ‘마법’ 역시 이 못지않다. 어린 시절 해봤기에 더 부담되는 자리.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부터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의 고난도 협주곡 일부도 박주영 피아니스트의 지도를 받아 도전했다. 송강 역을 맡은 박주영은 특히 5회 라흐마니노프 2번을 연주한 콩쿠르 우승 장면을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았다. 라흐마니노프가 긴 슬럼프를 이겨 내고 쓴 곡으로 비오와 정요의 대비되는 운명이 응축돼 있다.


박주영은 “건반에서 손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는 순간, 마법을 봤다”면서 “촬영 내내 피아노 연주 장면을 휴대폰에 담아서 반복 연습하는 송강의 집중력에 놀랐다”고 말했다.
연주자들과의 교감은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엘리트란 압박 속에 성장한 송강은 극중 이준영의 실종과 지휘자로의 변신 등을 겪으며 침잠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처절한 역할을 하며 처연하고 공허하다가 단호해지는 눈빛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자유 영혼의 천재 이준영은 송강을 통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며 서로의 마음을 열었지만, 오해 끝에 송강을 한계에 몰아넣는 냉혹한 연기를 해내며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다.
배우들의 실제 성격은 배역과 반대였다고 했다. 이들은 “왕자님 같을 줄 알았던 송강 배우는 ‘전완근이 불타오른다’며 너스레를 떠는 분위기 메이커였고, 평소 장난꾸러기 같은 에너지의 이준영 배우는 조용하게 연기 고민을 놓지 않는 진지파였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100만명 방문에 연애 프로그램 제안까지
클래식 음악계의 민낯을 보여주는 대사엔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오의 할아버지인 지휘자 강승운(정진영)이 “위대한 음악을 한다고 자신도 위대하다 착각하는 이들을 경멸한다”고 일갈하는 대목에서 박주영은 “나를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잘생기면 손을 떨어도 표가 팔린다”는 매니지먼트 대표 한현정(김혜화)의 이야기도 과장만은 아니라고 했다. 박주영은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도 기회가 없는 현실이 더 무섭다”고 했다.
드라마 합류는 이들의 일상도 바꿔 놨다. 스승 장형준 서울대 교수가 “나대야 한다. 클래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은 이민성은 10회에서 비오(송강)를 대신할 피아니스트 역으로 직접 등장해 대사와 연주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카메라 앞이 두렵지 않은 신인 배우 이민성”이라고 웃는 그에겐 최근 ‘스타 직행’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섭외 등 각종 출연 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박주영은 극 중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하는 정요처럼 드라마 ‘포핸즈’ 촬영 도중 서울대 지휘 전공에 합격해 지휘를 공부하고 있다. 보수적인 환경이지만 “새로운 도전이 좋아 (드라마 합류) 시작했다”는 그는 “배운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그의 인스타그램엔 하루 100만명 가까운 방문자가 다녀갔고 세계 각국 팬 응원이 이어졌다. 그는 “제가 녹음한 음악(OST)이 전 세계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던 게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게 음악이 주는 힘”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與 “딸 사건 수사 덮었나”… 한동훈 “망상이자 떼거지 마타도어”
- “오늘이 마지막…팬들께 죄송” 김경문 감독, 한화 떠난다
- 트럼프 유세장에 등장한 타이슨… 전용기 함께 타고 와 무대에도
- [오늘의 운세] 10월 11일 일요일 (음력 9월 1일 戊午)
- 부천 발전소 공사장서 크레인 무게추 사고... 1명 숨지고 1명 다쳐
- 네팔 대홍수 실종자 5000명 곧 사망 처리... 유족 보상 길 열려
- 혁신당, 중기장관 ‘최저임금 차등적용 고민’ 발언에 “시대 역행”
- 3-10서 기적의 7연 득점… 임종훈·신유빈, AG 부진 아쉬움 털고 WTT 차이나 스매시 대역전 우승
- “금융권 해킹에 악용”... 中 AI 도구 ‘아텍스’ 공개 개발 중단
- 일요일 남부 지방 비..다음주도 비 오고 아침 쌀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