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실적 묻혀버린 동양생명, 저우궈단 전 대표의 운명은

/사진 제공=동양생명

동양생명이 잔칫날 대형 악재를 맞았다. 지난 분기보다 13% 증가한 당기순이익도, 20% 넘게 더 확보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도 전임 대표이사를 겨냥한 압수수색으로 이슈가 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본사 사무실과 경기도의 연관 업체 한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유는 저우궈단 전 대표의 업무상 배임 혐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일각에 알려진 저우 전 대표의 출국정지 관련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돼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우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재임 당시 스포츠시설 운영업체를 앞세워 편법으로 서울 장충체육관 내 테니스장 운영권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직전 낙찰가액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을 지불해 회사에 20억원 이상의 손실을 야기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동양생명이 편법 입찰한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장충테니스장 입찰에는 최근 5년 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 이 조건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참가 자격이 없었다. 동양생명은 대신 자격을 갖춘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A사에 대신 입찰하도록 추진한 후 A사와 광고 계약을 맺고 26억6000만원을 건네 계약금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이렇게 확보한 테니스장을 회사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활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일부 임원은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장충테니스장을 자유롭게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테니스 마니아로 알려진 저우 전 대표의 취미가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동양생명 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 불합리한 사업비 운용은 보험업법을 위반한 행동으로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저우 전 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이를 두고 "테니스를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테니스장 운영권을 사들였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동양생명은 지난해 3월 '2023 서울시 시니어 테니스 대회'를 시작으로 4~5월 우수고객 초청 테니스 클래스를 열었고, 대체투자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도 테니스 대회를 개최했다. 8월에는 한국대학테니스연맹이 주관한 '2023 동양배 대학오픈'을 후원한 데 이어 9월에도 장애인 테니스 선수의 경기력 향상 및 체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서울특별시 어울림 테니스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테니스 이벤트를 진행했다.

저우 전 대표는 올해 2월 임기 1년을 남기고 건강상 이유로 퇴진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문제와 잦은 조직개편, 업권 특성 및 한국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직원 불만, 객관적 근거 없이 집행된 사택지원비 및 예산 증액 등 복합적인 이유로 사퇴했다고 보고있다.

한편 동양생명의 1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88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3%가량 증가했다. 보험사의 장래 이익을 반영하는 지표인 CSM은 3월 말 기준 2조691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10% 순증했다. 신계약 CSM은 보장성보험 신계약 판매 확대로 전년동기 대비 약 15% 늘어난 2043억원으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진 가운데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