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상속세 부담? 공제한도 상향만으로 완화 가능!

[임방진의 껍질 벗겨내는 회계]
중산층 상속세 부담완화해야
방법은 세율 인하 아닌 공제한도 상향
세율 인하, 기업 밸류업 효과 없어
상속세 목적인 '부의 집중 완화' 지켜야'
적정' 상속세율이라는 것이 있을까

중산층의 상속세 '고통'

최근 지인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상속세 상담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와 동생이 있고, 아버지께서 남기신 재산은 강남의 아파트(30억 원)외에 상장주식 3억 원, 예금 4억 원 그리고 사망보험금 2억 원 등 9억 원의 현금성 재산이 있었다. 그리고, 자영업을 하는 지인은 코로나 시절 상황이 어려워 아버지에게 1억 5천만원 정도 도움을 받았다. 한편, 부모님께서 생활비로 쓰시던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잔액으로 4천만원이 있었다.

우선 상속세 세율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대략적으로 계산한 상속세는 이렇다.

“헉! 부모님 수 십년 사시던 강남 아파트 하나 물려받는 건데, 상속세가 10억? 예금 같은 건 앞으로 어머니 생활비로 써야 하는 거구. 그런데, 10억? 제대로 계산한 거 맞아?”

지인의 첫반응이었다. 상속받게 될 40억 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세금이 10억 원이라면?

“매년 내는 종합소득세, 그리고 4대보험을 생각해봐. 우리나라 다른 세금들도 장난 아니야.”  필자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인에겐 전혀 위안 내지 이해가 될 수 없음을 느꼈다.

부자들만 내는 세금 아냐?

초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피상속인(사망자)의 수도 늘어나고 있고,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수준을 감안할 때, 근로소득 그리고 꾸준한 저축 정도로는 평생 수도권에 집 한 채 마련도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제 한 몫(?) 챙길 수 있는 방안은 상속 아니면 증여가 거의 유일하다. 그러니 상속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도 자연스럽다 하겠다.

재밌는 것은 앞서의 예에서 보듯이, 평소 부자들이나 내는 세금인 줄 알았는데, 막상 당사자가 되어 부담해야 할 상속세 금액을 알게 되면 예상보다 많은 세금에 놀라고, 당황한 후 이내 화를 내기 시작한다.

사실 지인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셨다. 운 좋게 강남 쪽에 대출을 끼고 산 아파트 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오른 것이고, 주식도 오래전부터 성과급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삼성전자 우선주를 사 모으신 정도였다. 주요 재테크는 정기적금과 정기예금이었으며, 공격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있으셨던 분이다. 40억대 부자- 적어도 자식들(상속인)이 상속세를 부담하게 될 정도-의 탄생은 그렇게 특별하진 않았다.

이러니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해야 할 상속세가 중산층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뭐가 잘못된 걸까?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올해 2월 매일경제신문과 MBN이 여론조사한 결과, 국민들중 55%가 상속세율 인하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제한도 상향에 대한 의견은 묻지 않았다.

상속세의 목적은 부의 불평등 완화

여기서 잠깐. 상속세가 뭐였더라? 그리고 상속세의 목적은 뭐였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상속세는 자연인의 사망을 과세요건으로 하여, 그 사망한 피상속인의 유산(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이 상속, 유증 또는 사인증여(死因贈與)에 의하여 상속인 등에게 무상으로 이전될 때 부과되는 조세를 말한다.

상속세의 목적으로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일부분으로서 재정수요 충족과 더불어 부의 집중을 억제하고 분산해서 편재된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목적이 주로 언급된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의 약 4%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참고로 주요 세목인 종합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전체 세수의 약 80%를 차지한다), 사회정책적 목적이 더 중요시된다 할 것이다.

교과서 식으로 다시 정리하자면, 상속세 제도는 국가의 재정수입의 확보라는 1차적인 목적 이외에도, 자유시장 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들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헌법이념에 따라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하여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

누가 상속세를 냈을까?

자, 그럼 이러한 전제로 한번 바라보자. 아래는 국세통계포털에 공개되어 있는 2023년 상속세 결정현황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출처=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2023년 상속세 결정현황 재구성

지난해 상속세를 부담하게 된 피상속인(돌아가신 분)의 수가 1만9,944명이나 된다(상속세를 부담하는 것은 피상속인은 아니고 상속인이다. 상속세 계산체계가 피상속인이 남긴 전체재산을 기준으로 되어 있는 유산세 체계인지라 이렇게 집계된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7천명 남짓했으니, 많이 늘긴 늘었다.

중산층 부담완화는 공제한도 상향하면 돼

하지만, 포인트는 피상속인의 수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필자의 지인의 아버지의 경우, 과세표준이 30억 원이었다. 과세표준 30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위 표의 아랫부분)을 집중해서 보면, 피상속인은 1,200명 남짓이지만, 총 과세표준 33.9조 원중 22.9조 원으로 68%를 차지하고, 총 결정세액 13.6조 원 중 10.9조 원으로 8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상속재산가액에서 빼주는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 한도를 높이면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완화'는 간단하다. 여기저기서 언급되듯이, 지금의 공제한도가 설정된 것이 1990년대 후반이었다. 그 이후 올라간 부동산 가격이나 물가만 반영한다 해도 중산층은 이른바 ‘상속세의 공포’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만 해도, 이런 공제는 인플레이션에 연동하는 식으로 운용한다. 부자의 세금은 부자의 세금으로 남겨놓는 게 맞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치권과 정부 쪽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속세 개편 논의는 약간 포인트가 필자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징벌적 상속세(율)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고, 지배주주가 주가 상승을 꺼려 기업의 밸류업을 저해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엑소더스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높은 상속세율 탓에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해서 기업의 지분구조가 흔들려 경영이 왜곡된다고 비판한다. 삼성 일가는 상속세를 내야 해서 미술품을 대납하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도 모자라 지배력 약화를 감수하고 삼성전자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 했고, 넥슨 창업주 유족들도 6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낼 길이 없어 지주사 지분을 대납했고, 한미그룹도 상속세 때문에 모녀와 형제 간에 경영분쟁이 발생했다는 등의 사례를 들며 당장 상속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사진=픽사베이

2.2조원 덜 내게 해준다고 기업 밸류업 될까?

최고세율을 30%로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위의 표를 가지고 한번 검토해보자.

과세표준 구간이 30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이 현재는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 구간이다. 그럼, 30억 원 초과하는 부분의 결정세액 10.9조 원이 50%를 적용 받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를 최고세율을 낮춰서 20% 깎아준다면, 그래서 대략 2.2조 원 정도를 덜 내게 해준다면, 1,200여명의 슈퍼리치들과 후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었을까?

상속세율을 낮춰줘서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 억원씩 세금을 깎아주면, 이 돈이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상속 절반은 토지와 건물...밸류업과 관련없어

국세통계포털의 자료 하나만 더 보자. 2023년 기준으로 상속재산가액 51조 원의 구성을 보면, 토지와 건물이 54%를 차지한다. 토지와 건물에 대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기업 밸류업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실증적인 분석과 증거를 확인하고 싶다. 진심으로.

경영권프리미엄을 반영하는 20% 최대주주할증을 두고, 세율이 50%가 아니라 60%가 되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주장도 있지만, 더 언급하고 싶진 않다. 그보다는 세율 인하뿐 아니라 경기불황으로 역대급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지속적이고 다양한 부자감세정책 추진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다른 세금들의 세율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정’ 상속세율이라는 정답이 있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소득과 부의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 심화 속에서 출발의 평등과 부의 공정한 재분배라는 상속세의 목적과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지면 중요해져야지 약화되어선 안될 것이다.


임방진 대주회계법인 회계사 겸 세무사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 세무조정 업무뿐 아니라 실사, 경영진단, 가치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미국 교환 근무후 귀국해 SOX 404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 및 내부통제 관련 컨설팅 업무를 했다. 2008년부터는 IFRS (국제회계기준) 도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으며, 2010년이후 KDB생명보험, ING생명에서 기획관리실장과 재무부문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축적해 온 회계와 세무, 기업구조조정, 경영기획 및 관리, 금융·보험상품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실무지침서를 출간하고 강의로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