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 차 사라고 3000만원 보탰는데.." 돌잔치에 사돈이 그 차를 몰고 와 결단했다

딸을 시집보낸 엄마는 딸네 살림살이가 늘 마음에 걸립니다. 사위가 힘들다고 하면 내 딸이 고생할까 싶어 지갑부터 열게 됩니다. 그러나 딸을 위해 건넨 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 것을 알게 되면, 그 서운함은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최미자 씨는 올해 예순넷입니다. 남편과 함께 대전 은행동에서 30년 동안 작은 안경점을 했습니다. 2년 전 남편이 무릎 수술을 받으면서 가게를 정리했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 안 작은 텃밭을 가꾸며 지냅니다.

미자 씨에게는 외동딸 지은이가 있습니다. 지은이는 5년 전 회사 동료였던 박준호와 결혼했습니다. 사위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하루에도 수십 군데 병원을 차로 돌아다니며 일했습니다. 미자 씨 부부는 싹싹한 사위를 아들처럼 아꼈습니다.

남편이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도 사위는 퇴근길마다 병원에 들러 장인의 다리를 주물러 드렸습니다. "장인어른, 빨리 나으셔서 손주 업어 주셔야죠." 미자 씨는 그런 사위가 고마워 반찬을 만들 때마다 딸네 몫을 따로 챙겼습니다.

2년 전 겨울, 지은이가 첫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 왔습니다. 미자 씨 부부는 손녀가 생긴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습니다. 남편은 그날 저녁 안경점 단골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그 무렵 사위의 차가 자주 말썽을 부렸습니다. 15년 넘은 중고차는 겨울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고속도로에서 멈춰 선 적도 있었습니다. 지은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엄마, 오빠가 영업하다 차가 서 버리면 큰일인데, 아기까지 태우려면 차를 바꿔야 할 것 같아."

미자 씨는 남편과 상의한 끝에 가게를 정리하고 받은 돈에서 3,000만 원을 꺼냈습니다. "임신한 너 태우고 다닐 차니까 튼튼한 걸로 사라. 갚을 생각은 하지 말고." 사위는 미자 씨 손을 잡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습니다. "장모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몇 달 뒤 손녀가 태어나 딸네 집에 갔을 때, 아파트 주차장에는 여전히 낡은 중고차가 서 있었습니다. 미자 씨가 묻자 사위는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새 차는 출고가 늦어진다네요. 조금만 기다리면 나옵니다."

그 뒤에도 지은이는 갓난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고 소아과에 다녔습니다. 미자 씨가 "새 차는 어떻게 됐니?" 하고 물으면 지은이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오빠가 회사 일로 쓰고 있어서…." 미자 씨는 딸의 얼굴에서 무언가 숨기는 기색을 읽었지만 더 캐묻지 않았습니다.

미자 씨의 남편은 꼼꼼한 사람이었습니다. 30년 동안 안경점을 하며 손님 장부를 정리하던 버릇대로, 사위에게 돈을 보낼 때도 통장에 '준호 차량 구입'이라고 적어 계좌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체 확인증을 출력해 장롱 서류함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손녀가 태어난 지 1년, 돌잔치가 대전의 한 뷔페식당에서 열렸습니다. 미자 씨 부부는 일찍 도착해 식당 앞에서 손님들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때 반짝이는 검은색 새 차 한 대가 식당 앞에 멈춰 섰습니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사돈 내외였습니다. 사돈어른은 차 키를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리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 준호가 아버지 칠순 선물이라고 뽑아 준 차요. 요즘 승차감이 아주 그만이오."

미자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차를 사기 전 지은이가 보내 준 견적서 사진 속의 바로 그 차종, 그 색깔이었습니다. 옆에 선 남편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딸 지은이는 손녀를 안은 채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돌잔치 내내 미자 씨는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았습니다. 손녀의 첫 생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돈어른이 "우리 아들이 효자라서" 하고 자랑할 때마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끓어올랐습니다.

사돈댁 친척들은 새 차 앞에 모여 사진을 찍으며 한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준호가 효자야, 효자. 요즘 아버지한테 이런 차 사 주는 아들이 어디 있어." 미자 씨는 그 말을 들으며 손에 쥔 손수건을 꼭 움켜쥐었습니다.

잔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은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미안해. 오빠가 아버님 칠순에 체면 세우고 싶다고 그 돈으로 차를 사 드렸어. 엄마한테는 출고가 늦어진다고 말하자고 해서…." 지은이는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미자 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임신한 딸을 위해 건넨 돈이 거짓말 속에서 사돈의 자랑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서러웠습니다. 남편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보, 이번엔 그냥 넘어가면 안 될 것 같소."

다음 주 토요일, 미자 씨는 사위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식탁 위에는 남편이 서류함에서 꺼내 온 이체 확인증이 놓여 있었습니다. '준호 차량 구입'이라는 글자가 또렷했습니다.

미자 씨는 차분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준호야,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은 마음은 나도 안다. 그런데 그 돈은 내가 임신한 지은이랑 손녀 태우고 다니라고 준 돈이다. 거짓말까지 해 가며 아버님 차를 사 드린 건 효도가 아니라 우리를 속인 거다."

사위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미자 씨는 미리 써 둔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3,000만 원을 매달 50만 원씩 갚되, 그 돈은 손녀 이름으로 된 통장에 넣는다는 차용증이었습니다. "이 돈은 내가 돌려받을 돈이 아니다. 네 딸한테 갚는 거다."

사위는 떨리는 손으로 차용증에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낡은 트럭만 타셨는데, 칠순에 친척들 앞에서 기 한번 세워 드리고 싶었습니다. 장모님께 말씀드리면 안 된다고 하실 것 같아서… 제가 비겁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돈어른이 직접 미자 씨 집을 찾아온 것입니다. 사돈어른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허리를 깊이 숙였습니다.

"사부인, 면목이 없습니다. 저는 아들이 상여금으로 사 준 줄로만 알았습니다. 손녀 태울 차를 제가 빼앗아 타고 다녔다니요." 사돈어른은 그 자리에서 차 키를 내려놓았습니다. "이 차는 지은이네가 타야 합니다. 저는 원래 타던 차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검은색 새 차는 돌고 돌아 제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사위는 그 뒤로 매달 월급날이면 손녀 통장에 꼬박꼬박 돈을 넣고, 이체 내역을 미자 씨에게 문자로 보내옵니다. 지은이는 더 이상 갓난아기를 안고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날 밤 지은이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 고마워. 사실 1년 동안 엄마 볼 때마다 숨 막히고 미안했어. 이제야 숨 쉴 것 같아.] 미자 씨는 문자를 읽고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가슴에 대고 있었습니다.

일이 마무리된 날 저녁, 미자 씨 부부는 집 근처 오래된 동태찌개집에 마주 앉았습니다. 무와 두부를 넉넉히 넣고 칼칼하게 끓인 동태찌개 한 냄비가 상 위에서 보글보글 끓었습니다. 남편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 이체 확인증 하나가 효자 노릇을 했구려." 미자 씨는 남편 그릇에 동태 살을 듬뿍 떠 주었습니다.

『이솝 우화』 속 개는 고기 한 덩이를 물고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비친 제 그림자의 고기까지 탐내다가 입에 문 고기마저 잃고 맙니다. 체면과 욕심을 함께 쥐려 하면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자식을 돕는 마음은 귀하지만,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큰돈을 보낼 때는 반드시 계좌로 보내고 용도를 적어 두세요. 그것은 자식을 의심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엇갈리지 않게 지켜 주는 일입니다.

올가을 미자 씨는 남편과 함께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었습니다. 잔잔한 호수 위로 붉은 단풍이 비쳤고, 저녁 햇살이 물결 위에 금빛으로 반짝였습니다. 두 사람은 호숫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해가 질 때까지 그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출처 : '이솝 우화'

Copyright © 책뭉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