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CS와 엮일라 … 프랑스 1위 은행도 발빠른 손절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3.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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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銀, CS에 70조원 긴급 수혈

◆ 위기의 크레디트스위스 ◆

스위스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크레디트스위스(CS)에 최대 70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사진은 스위스 루체른에 위치한 CS 지점 전경. 【신화연합뉴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에 스위스 금융당국이 긴급하게 유동성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CS가 파산할 경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CS의 자산 규모는 5313억5800만스위스프랑(약 749조원)에 이른다. SVB 자산(2090억달러·약 274조원)보다 세 배 가까이 많다. 이마저도 수년째 각종 위기설로 쪼그라든 규모다. 2021년 말과 2020년 말 기준 자산은 각각 7558억3300만스위스프랑과 8189억6500만스위스프랑에 달했다. CS의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처럼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당국의 500억스위스프랑 지원 소식에 CS 주가는 일단 폭락세에서 벗어나 급반등했다. 개장 직후 20%대 급등하며 출발했지만 불안한 모습이다. CS 주가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지원 거부로 장중 한때 30% 폭락한 뒤 24% 하락 마감했다.

금융당국의 발 빠른 유동성 지원 카드는 스위스가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안간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컨설팅 회사 오피마스의 옥타비오 마렌지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CS가 파산하거나 예금에 조금의 손실이 발생하면 금융 중심이라는 스위스의 명성이 파괴된다는 것을 스위스중앙은행과 스위스 정부는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스위스중앙은행은 지난해 설립 이후 116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환차손 영향이 크긴 했지만 스위스의 금융 지위를 흔들 수 있는 악재였다.

유럽 은행들은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해 CS와 '손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은 CS와 파생상품 관련 거래를 중단하는 등 위기 확산 방지에 나섰다. BBC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앤드루 커닝햄 유럽경제 이코노미스트는 "CS는 (SVB보다) 훨씬 더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다"며 "스위스만이 아닌 세계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1856년 설립된 CS는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포함되는 대형 회사다. 대형 악재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2021년 영국 그린실캐피털과 미국 아케고스캐피털이 연달아 파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 손실을 봤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에서 돈세탁 등 금융범죄 연루 혐의로 2억3800만유로 규모의 합의금을 냈으며 2022년 순손실만 72억9000만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고객들의 예탁 자산이 급격히 이탈했고 지난해 4분기에만 1100억스위스프랑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스캔들과 악재가 끊이지 않고 반복됐다.

국내 증권가에선 CS 리스크가 발발하게 된 근본 원인으로 기업금융(IB) 사업 부문 투자 실패로 인한 고객 이탈과 실적 악화를 지목한다. 지난해 4분기 고객들이 CS에서 빼낸 자금 규모는 1104억스위스프랑에 달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CS의 총자산 규모는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총대출은 10%, 유가증권은 40%가 줄었다. 2021년 4분기 이후 매 분기 적자인 상황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2020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2015년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라면서 "지난해엔 적자 규모가 확대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투자 손실 이후 비밀 고객 명단이 대거 공개되기도 했다"며 "이에 수익성 우려 등 여러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CS는 최근 몇 년간 자금세탁과 법적 분쟁, 투자 실패 등 투자자와 고객의 신뢰를 뒤흔드는 각종 스캔들에 휩싸였다.

파산을 피하기 위해 CS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금융당국이 CS의 소매금융 및 자산관리 부문 예금을 보증하는 대신 IB 부문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금융당국이 CS 지분을 매입해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지 경쟁사인 UBS로 인수가 유력하게 점쳐진다고 FT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요한 스콜츠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투자 메모에서 "CS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 해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산설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CS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악화되긴 했지만, 최근 기준 144%로 여전히 기준선인 100%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가 채권 손실이 아닌 유가증권, IB 사업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SVB와 다른 케이스라는 지적이다.

임 연구원은 "보통주자본비율(CET1)과 중장기유동성비율도 모두 안정적"이라며 "SVB처럼 파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도 "다만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금융기관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 금융주 전반의 투자심리에는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덕식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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