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겨털 제모는 선택".. '팔 번쩍' 당당하게 드러낸 스타들

금기처럼 여겨온 여성의 겨드랑이 털이 미디어에 돌아왔다. 유명 패션잡지 표지에 연예인 겨드랑이 털 사진이 실리고 면도기 광고에도 여성의 체모가 등장하는 등 미디어에 겨드랑이 털을 노출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패션잡지 ‘보그’ 8월호 표지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의 주인공 엠마 코린의 사진이 실릴 예정이다. 여기에서 코린은 오른쪽 겨드랑이 털을 노출하고 있다. 코린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에서 벗어난 ‘논바이너리’다. 이에 대해 보그지는 “성별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미(美)의 기준도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틱톡 스타 제이다 매켄지 트레비스는 3년 동안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 그의 영상에 면도기 회사 ‘질레트 비너스’가 공감을 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털 없는 여성의 몸’을 선망하는 역사는 오래됐다. 선사시대에는 조개껍데기를 족집게 삼아 털을 뽑았다. 고대 그리스의 비너스 조각상에는 체모 한 가닥 없다. 인간의 털에 대해 연구하는 레이철 깁슨은 “코린의 겨드랑이 털을 흐릿하게 처리한 것만 봐도, 여성의 체모를 외설적으로 보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에 반기를 든 스타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배우가 줄리아 로버츠다. 그는 1999년 영화 ‘노팅힐’ 시사회에서 붉은 민소매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는데, 손을 흔드는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무성한 털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로버츠가 페미니스트 입장을 표명했다”는 말도 나왔으나, 그는 20년 후 인터뷰에서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가수 할시는 2019년 음악 잡지 ‘롤링스톤’ 화보에서 겨드랑이 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가수 마돈나의 딸 루데스 레온, 마일리 사이러스, 제미마 커크, 자넬 모네 등도 화보와 행사장에서 겨드랑이 털을 노출한 바 있다.
글로벌 소비재 트랜드 분석 기업인 ‘민텔’은 2021년 보고서에서 “제모 시장은 팬데믹 이전부터 부진한 성적을 내왔다”며 “제모를 필수적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WSJ는 겨드랑이 털을 당당하게 노출하는 문화를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내 몸 긍정주의)’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바디 포지티브는 관습적인 미의 기준을 탈피하고 자기 몸을 사랑하자는 의미의 신체 해방운동이다.
제모용품 업체들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제모용품 스타트업 ‘빌리’는 2017년 론칭하면서 “제모 광고 역사상 최초로 체모를 노출한 브랜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간 여성 제모 용품 광고에는 털 끝 하나 보이지 않았던 반면, 빌리의 광고 영상은 여성의 겨드랑이 털과 다리 털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WSJ는 “제모용품 업체들도 이제 제모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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