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최종 목적지 ‘인간 한계’ 향해

마라톤 한계치, 이론상 ‘1시간58분’
㎞당 2분47.8초 페이스 때야 달성
현재 수준 장비·영양 전략 유지 시
향후 5~10년 안에 도달 가능 영역
인류 마라톤의 마지막 성역으로 여겨졌던 ‘2시간 벽’이 마침내 무너졌다. 이제 질문은 달라졌다. ‘2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어디까지 더 빨라질 수 있는가’다.
사바스티안 사웨(31·케냐)는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레이스에서 42.195㎞를 1시간59분30초에 완주하며 우승했다. 공식 마라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서브2(2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해냈다. 종전 세계기록은 202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마라톤에서 고 켈빈 킵툼이 세운 2시간00분35초였다. 사웨는 이를 무려 1분5초 앞당겼다.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가 1시간59분41초로 2위를 차지하며 사웨에 이어 두 번째 공식 서브2 주자가 됐다.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도 2시간00분28초로 3위에 올랐다. 세 선수 모두 종전 세계기록보다 빨랐다.
1. 사바스티안 사웨(케냐) 1시간59분30초(2026 런던 마라톤)
2.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 1시간59분41초(2026 런던 마라톤)
3. 제이컵 키플리모(우간다) 2시간00분28초(2026 런던 마라톤)
4. 켈빈 킵툼(케냐) 2시간00분35초(2023 시카고 마라톤)
5.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2시간1분9초(2022 베를린 마라톤)

한 대회에서 상위 3명이 모두 기존 세계기록을 넘어선 것은 마라톤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개인의 돌파가 아니라 종목 전체의 진화를 의미한다. 사웨는 경기 후 “기록은 얼마나 준비했는지, 자기 통제를 했는지에 달려 있다”며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다음 단계로 옮겨간다. 인간은 어디까지 더 빨라질 수 있을까. 미국 운동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1991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인간 마라톤의 이론적 한계를 1시간57분58초로 계산했다. 이 수치는 최대산소섭취량(VO₂ max), 젖산역치, 러닝 효율성 등 세 가지 생리학적 요소에 기반한다. 세계 정상급 마라톤 선수들은 체중 1㎏당 분당 70~85㎖의 산소를 활용한다. 일반인의 두 배 정도다. 이들은 최대 능력의 85~90% 수준을 2시간 가까이 유지한다. 마라토너들에게는 같은 속도를 내기 위해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쓰는가도 중요하다. 30㎞ 이후 체온 상승, 근육 미세 손상, 글리코겐 고갈이라는 생리적 한계가 동시에 시작된다. 이를 ‘벽(hitting the wall)’이라고 부른다. 마라톤의 기록 경쟁은 결국 이 벽을 얼마나 늦게 만나는가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42.195㎞를 1시간59분30초에 달렸다는 것은 평균 시속 21.2㎞, ㎞당 2분49.9초 페이스였다는 것이다. 1시간58분00초를 기록하려면 페이스를 ㎞당 2분47.8초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세계 정상급 마라톤에서 ㎞당 2초 단축은 엄청나게 힘들다.
사웨는 엄청난 훈련량(주당 최대 240㎞ 이상 소화), 초경량 러닝화, 정교한 탄수화물 보급 전략 등으로 대업을 이뤘다. 사웨가 신은 신발은 무게 100g 이하에 탄소 플레이트와 고반발 폼이 결합된 이른바 ‘슈퍼슈즈’다. 사웨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을 앞두고 세계육상청렴기구에 자발적으로 추가 도핑 검사를 요청했다.
이번 런던 마라톤은 그의 네 번째 풀코스 마라톤이었다. 경험이 축적될수록 레이스 운영과 에너지 배분은 더 정교해질 수 있다. 즉, 기록 단축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다. 훈련 과학, 회복 기술, 영양 전략, 장비 혁신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더라도 향후 5~10년 안에 도달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2시간 돌파는 끝이 아니라 인간 한계 1시간58분대를 향한 시작인 셈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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