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에는 핵” 강조한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까지 거론
김정은, ICBM 쏜 날 강경 발언
미 전폭기 재전개·안보리 소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 발사 당일인 지난 18일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날 “강력한 대북 제재 추진”을 언급하면서 한반도가 긴장의 수렁으로 빠지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평양국제비행장(순안비행장)에서 이뤄진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적들의 침략전쟁연습 광기에 초강경 보복 의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북한은 1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7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핵전략무기들을 끊임없이 확대 강화해 나갈 데 대한 당의 국방건설전략을 다시금 강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20일에는 선제 타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신문은 1면에 실은 ‘조선로동당의 엄숙한 선언’이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이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 이 말이 안고 있는 무게는 실로 거대하다”며 “그것은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미국의 핵 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을 만장약한 명실상부한 핵강국임을 실증하는 가슴 벅찬 호칭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도 바로 대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북한의 ‘화성-17형’ 발사 직후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 지시했다. 미국은 19일 B-1B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한-미,미-일 연합공중훈련을 벌인데 이어 21일(현지시각) 유엔 안보리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안보리 공개회의에는 한국도 표결권은 없지만, 이해 당사국으로 참여해 대북 규탄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4일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대북 독자 제재라는 상징적인 조처를 취하고 북한 핵·미사일 개발 등에 관여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개를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는 한반도 긴장 강도만 높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북 추가 제재는 미국과 갈등이 깊은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난 3일 북한이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한 다음날에도 안보리 회의가 소집됐지만, 중·러는 반대했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 성명조차 내지 못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 때 북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대한 균형 있는 해결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 변화를 위해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신문에서 “안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더욱 명백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성”을 거론했다. ‘현명한 선택’을 대화의 전제로,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 청산’을 협상의 목표로 제시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지 않고 유지·강화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세 피로도와 함께 치러야 할 비용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이 급물살을 타면서, 한반도가 미-중 전략대결의 무대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부터라도 그 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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