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이탈리아 대사 “한국은 G7 가입 진지하게 고려될 자격 충분”

김경진 2024. 10.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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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오늘(12일)부터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내한 공연을 합니다. 고대 로마의 야외 원형극장 '아레나 디 베로나'의 무대를 서울에서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현지 제작진과 야외 세트를 통째로 옮겨왔습니다.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상호 문화교류'의 일환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공연 성사를 이끈 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 대사는 지난 7일 이탈리아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에 부임한 지 1년이 된 가토 대사는 한국어와 한국 음식, 한국 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더 널리 알려야 한다며 이탈리아 문화와의 상호 교류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가토 대사는 또 한국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주요 7개국(G7) 플러스에 가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선 한국은 진지하게 고려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Q. 안녕하세요, 대사님. 먼저 KBS 시청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에밀리아 가토 주한이탈리아대사입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올해는 중요한 해입니다. 한-이 수교 140주년입니다. 우리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기쁩니다. 사실 우리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 사람은 아시아의 이탈리아 사람입니다.

■ "열정, 우아함, 가족애 등 비슷…한국인은 아시아의 이탈리아인"

Q. 한국어를 정말 잘하시네요. 방금 '한국인이 아시아의 이탈리아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A. 한국인과 이탈리아인이 정말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에요. 처음엔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들에게서 열정, 세련된 취향, 그리고 우아함을 느낄 수 있어요. 한국인은 겉으로는 조금 내성적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문화를 즐기고, 열심히 일하지만, 삶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도 우리와 비슷해요. 그래서 매일매일 한국이 우리와 참 닮았다는 걸 새롭게 발견하고 있어요.

Q. 한국어를 배우고 계시는데요, 어렵지 않나요?
A. 정말 어려워요. 그렇지만 계속 배우고 싶어요. 한국어를 통해 한국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유튜브 튜토리얼로 혼자 공부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어도 영어도 안 쓰는 좋은 선생님을 찾고 있어요.


■ "세 아들이 한국 지망 권유…젊은 세대에게 한국은 정말 매력적"

Q. 한국이 가장 가고 싶었던 근무지였다고 들었어요. 특별한 이유나 인연이 있나요?
A. 맞아요. 저는 원래 아시아에 큰 매력을 느껴왔어요. 제 첫 근무지도 태국이었고요. 가족 때문에 아시아에 다시 오기 힘들었는데, 이제 아이들이 다 커서 제가 좀 더 자유로워졌어요. 아시아처럼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곳에 가고 싶었어요. 지금은 한국이 정말 매력적인 나라가 되었어요. 심지어 제 아이들도 "왜 한국으로 근무지 신청해 보지 않아요?"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이탈리아는 이미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강한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 해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제가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로마에 살 때 집 근처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 자주 갔어요. 한국 음식은 건강하고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많이 사용해서 이탈리아 음식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발효 음식도 건강에 좋고 맛있어서 좋아해요.

Q.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A. 조금 부끄럽지만,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김치볶음밥이에요. 아주 간단한 음식이지만 정말 좋아해요. 또 야채 파전도 좋아하고, 김치의 다양한 요리 방식도 다 좋아해요. 그리고 한국 디저트가 너무 달지 않아서 좋은데, 예를 들어 얼음에 팥을 올린 빙수 같은 디저트가 정말 맛있어요.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제공 : 주한이탈리아대사관)


■ "문화 외교는 정말 중요…양국이 서로 영향 주고받아야"

Q. 이번 주 한국에서 오페라 투란도트가 공연되는데, 이 오페라와 문화 외교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A. 물론이죠. 우선 저희에게 문화 외교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문화 강국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큰 소프트 파워를 가지고 있죠. 저희는 이런 강점을 계속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엄청난 역사적 유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진 않았죠.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K-컬처를 통해 자신의 문화를 아주 잘 알리고 있죠. 저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탈리아와 한국의 문화 관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끔 저는 스스로를 ‘한국 대사’라고도 하고 싶어요.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알리고 싶거든요. 저희 프로그램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정말 중요한 행사예요. 왜냐하면, 푸치니를 기념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푸치니는 매우 중요한 오페라 작곡가로,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에요.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가수들과 함께 저희의 유명한 아레나 디 베로나 극장이 처음으로 한국에 옵니다. 이탈리아에서 100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어요. 이번 투란도트 공연은 정말 중요한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 투란도트 (제공 : 주한이탈리아대사관)


Q. 개인적으로는 투란도트 오페라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계시나요?
A. 투란도트는 지금 시대에 특히 중요한 오페라라고 생각해요. 용기를 주제로 하고 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용기가 정말 필요하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더 따뜻하고 평화롭게 다가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 오페라는 용기를 가지고 폭력과 증오를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이 오페라를 정말 좋아합니다.

■ "2025년까지 상호 문화 교류의 해 맞아 카라바조 전시회 등 준비 중"

Q. 한국과 이탈리아는 2024년과 2025년을 상호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했는데, 오페라 투란도트 이외에도 예정된 행사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A. 정말 많아요. 매일 무언가가 있어요. 몇 가지만 말씀드리면, 올해 말에 카라바조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직접 온 카라바조와 그의 후배 화가들의 진품 작품을 한국에 선보일 거예요. 또, 10월 중순에는 ‘이탈리아어 주간’을, 11월에는 ‘이탈리아 요리 주간’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이탈리아 음식뿐만 아니라 한국 음식을 이탈리아에 소개하는 행사도 열려고 해요. 한국 사람들이 이탈리아 문화를 정말 잘 알고 사랑해 줘서 너무 감사해요. 그래서 한국에서 이런 행사를 열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 "한국은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 …'팀워크' 문화 배우고 싶어"

Q. 한국 문화가 이탈리아에서도 인기가 많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탈리아인들이 한국 문화의 어떤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A. 네, 맞아요.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은 점점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발휘하고 있어요. 특히 젊은 세대에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저는 아이들이 셋 있는데, 27살부터 23살까지예요. 제가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정말 엄청나게 좋아했어요.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한국이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젊은 세대는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한국이 미래 지향적이고 현대적인 나라로 비치면서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또 디자인 감각, 패션, 기술 발전 등도 한국이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요소예요. 특히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팀워크’ 문화는 우리가 정말 많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공동 목표를 위해 팀으로서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자신의 작은 역할도 기꺼이 최선을 다해 수행하죠. 이 점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우리 이탈리아는 한국의 팀워크 문화를 통해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팀의 성공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항공우주·기초과학·도시 외교 등에서 양국 간 교류 확대해야"

Q. 대사님은 문화 외교를 강조하셨는데요, 문화 교류 외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협력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정말 많아요. 우선 경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죠. 사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한국의 두 번째 주요 파트너예요. 한국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 즉 이탈리아의 3F라 불리는 패션(Fashion), 음식(Food), 가구(Furniture) 디자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이제는 이를 넘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싶어요. 이탈리아는 패션뿐만 아니라, 우주 항공 같은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1960년대에 이탈리아는 구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인공위성을 발사했어요. 이런 우주 항공 분야에서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강점을 유지해 왔고, 이 부분에서 한국과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협력 분야로는 과학이 있어요. 작년 11월 우리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세 가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그중 하나가 우주 항공, 다른 하나가 기초 과학에 관한 것이었어요. 한국은 응용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이탈리아는 기초 과학에서 많은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기초 과학과 응용 과학 분야에서 서로 보완하며 협력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마지막으로, 저는‘도시 외교’에도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탈리아는 로마, 밀라노, 피렌체 등 모든 도시가 각기 중요성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서울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죠. 이제는 한국도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여러 도시와 이탈리아 도시 간의 자매결연을 통해 경제와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서로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한국의 비핵화 노력 전폭적으로 지지…언제나 한국 편에 설 것"

Q. 지금부터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것입니다. 이탈리아는 이 문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A. 이탈리아는 2018년부터 한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모든 외교 관계국과 맺는 수준이 아니라, 한국을 경제적, 상업적 파트너뿐만 아니라 정치적 파트너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다자주의 체제 안에서 한국의 비핵화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하고자 합니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상황을 아주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어요.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탈리아는 매우 가난했지만, '68 병원'이란 큰 병원을 보내 2,0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고, 한국인들이 여전히 그 점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유엔군사령부의 일원으로서 언제나 한국 편에 서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 "평양 대사관 재개설은 상황 주시 중…유럽연합(EU)과 조율된 입장 취할 것"

Q. 최근 스웨덴과 독일이 평양에 대사관을 다시 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계획이 있나요?
A. 현재로서는 대사관 재개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는 상황의 진전을 따라가면서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 그룹 내에서 조율된 입장을 취할 것입니다.

■ "한국은 G7 가입 진지하게 고려될 자격 충분"

Q. 한국 정부는 'G7 플러스'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2024년 G7 의장국인데요, G7 회원국으로서 이탈리아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A. 한국은 충분히 진지하게 고려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가 2024년 G7 의장국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프리카 지원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피아노 마테’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을 여러 장관급 회의에 초청한 것은 한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특히 한국 외교부 장관을 G7 외교장관 회의에 초청했는데, 이는 정상 회의 바로 아래 단계로 매우 중요한 회의입니다. 이 회의를 통해 한국이 이탈리아에 중요한 정치적 파트너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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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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