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가 얌전하긴 한데, 자주 멍때리고 깜빡…뇌가 보내는 SOS 신호라는데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6. 4. 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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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수 4년간 3배 증가
어릴때 지나가는 병 치부하면
성인기 직장 내 부적응 유발
의지력 부족 아닌 전두엽 문제
일상서 뇌보조 시스템 구축해야
[제미나이]
새학기가 시작된 지 한달,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씨(42)는 업무 중 휴대폰 진동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 담임교사에게 연락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김 씨는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수업에서 소외되거나 친구들과 마찰은 없을지 늘 노심초사한다”며 “학부모 상담 주간을 앞두고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세밀하게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부모들의 이러한 우려는 결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3~4월은 아이들에게 있어 사회화라는 시험대에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느슨해졌던 생활 패턴에서 벗어나 정해진 시간표와 엄격한 교실 규칙, 그리고 낯선 또래 관계라는 새로운 사회적 틀에 동시에 노출될 때 아이의 잠재돼있던 취약성은 수면 위로 드러난다.

특히 가정 내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던 아이가 유독 학교라는 공적 시스템 안에서 규칙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선생님의 지시 사항을 반복적으로 놓치는 등 수업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신학기 증후군을 넘어선 신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발달 상태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 시기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것을 권고한다.

ADHD는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나 산만한 기질을 넘어선다. 본질적으로는 주의 조절, 계획 수립, 정리, 시간 관리 등 이른바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뇌 회로의 신경생물학적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뇌의 사령탑인 전두엽의 발달 지연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ADHD 아동의 전두엽 피질이 성숙하는 속도는 정상 아동보다 평균 3년 가량 늦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더해지면 증상은 심화된다. 집중력과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는 외부 자극을 걸러내지 못하고 주의력을 쉽게 분산시킨다. 결국 아이가 의도적으로 지시를 어기는 것이 아니라 뇌 시스템의 기능 저하로 인해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픽사베이]
ADHD가 의지의 문제가 아닌 의학적 치료 대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7만8958명이었던 ADHD 환자 수는 2024년 25만6922명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성인 환자의 증가세다. 20대 이상 환자 수는 같은 기간 2만 4715명에서 12만3294명으로 약 5배 늘어났다. 이는 과거에 ‘어린시절 지나가는 병’으로 치부됐던 ADHD가 성인기까지 지속되거나 어린 시절 진단을 놓쳤던 잠재적 환자들이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례가 급증했음을 의미한다.

흔히 ADHD라고 하면 교실을 뛰어다니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산만한 아이를 떠올리기 쉽지만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과잉행동이 없어도 ADHD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미애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ADHD는 비교적 눈에 띄는 산만함으로 나타나지만 자녀가 얌전하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며 “수업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보거나 선생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숙제나 준비물을 자주 잊어버리는 부주의형(조용한 ADHD)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아기에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한 ADHD 증상은 성인기까지 이어지며 그 양상도 변화한다. 성인기에는 눈에 보이는 과잉행동은 줄어들지만 업무 우선순위 설정이나 기한 준수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표적으로 성인 ADHD 환자들은 직장 내에서 회의 내용을 자주 놓치거나 일의 흐름을 정리하지 못해 실수를 반복한다. 또 이를 본인의 능력 부족으로 자책하며 자존감 저하를 겪는 경우가 많다. 대인관계에서도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끼어들거나 감정 조절이 어려워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 ADHD를 직장 내 무단 결근, 업무 효율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정성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성인 ADHD 역시 단순한 게으름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상의 의학적 질환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방치하면 학업과 직장 생활, 대인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ADHD 증상은 스트레스나 불안장애, 수면장애 등과 유사해 전문의의 정확한 임상 면담이 필수적이다. 전문의는 우선 DSM-5-TR(정신질환 진단·통계 매뉴얼) 기준에 따라 증상의 지속성과 일상 기능 저하 여부를 심층 면담한다. 이 과정에서 자가보고척도(ASRS)와 구체적 사례를 확인하는 면담 척도(DIVA-5)가 지표로 활용된다. 여기에 컴퓨터를 이용해 억제지속, 간섭조절 등 주의력의 요소를 실시간 측정하는 종합주의력검사(CAT)와 전두엽 활성도를 분석하는 정량 뇌파 검사(QEEG)를 병행해 추가 근거를 확보한다.

ADHD 치료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약물 투여가 기본이다. 하지만 약물만으로 흐트러진 모든 일상을 바로잡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이 생활 환경 자체를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구조화 작업’을 반드시 병행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다. 이는 오로지 개인의 의지에 기대던 집중력을 외부의 물리적 장치와 체계적인 습관으로 보완하는 과정으로, 환자가 사회적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두뇌 보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소분화를 꼽을 수 있다. 소분화는 업무의 문턱을 낮추는 핵심 전략이다. ADHD 성향이 있으면 거대한 과업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다 뇌가 과부하를 느껴 시작조차 못 하고 미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번에 5분 내외로 끝낼 수 있는 아주 작은 단위로 업무를 쪼개서 실행에 따르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작은 성취감을 자주 맛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번째로는 시각화가 있다. 시각화는 부족한 작업 기억력을 보완하는 장치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만 담아두면 금세 잊어버리거나 우선 순위가 뒤섞이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포스트잇이나 플래너, 스마트폰 알림 앱 등을 활용해 할 일을 눈에 보이는 곳에 상시 배치함으로써 뇌가 인지해야 할 정보를 외부로 끄집어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픽사베이]
디지털 디톡스는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환경적 변수를 차단하는 작업이다. ADHD 환자에게 스마트폰은 집중의 흐름을 단번에 끊어버리는 치명적인 방해 요소다. 업무나 공부를 시작할 때는 반드시 방해 금지 모드를 활성화하거나 휴대폰을 시야 밖으로 치우고 불필요한 인터넷 창을 닫아 뇌가 오직 한 가지 자극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청각적 환경 조성은 감각의 예민함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주변의 사소한 잡음에도 주의력이 쉽게 흩어지는 특성을 고려해 백색소음을 활용해 주변 소음을 덮거나 헤드폰을 착용해 외부 소리를 물리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확보해야 한다.

정 전문의는 “ADHD이 의심된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일상의 어려움을 하나씩 해결해갈 수 있도록 도움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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