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 불필요, 트럼프 각하와 비핵화 논의"..통미봉남 확인

김유진 기자 2022. 9. 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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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2일회의가 지난 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붕괴라며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연합뉴스

金, “文 관심 불필요, 트럼프 각하와 비핵화 논의 희망”…통미봉남 확인

한미클럽, 김정은-트럼프 친서 27통 공개…도보다리 회담불구 文 따돌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8년에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북미협상에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하면서 도보다리 회담 등을 가졌지만 김 위원장은 남을 따돌리는 통미봉남으로 나왔던 셈이다.

25일 전현직 주미 특파원들의 모임인 한미클럽(회장 이강덕)은 이달에 발행한 외교안보 전문계간지 ‘한미저널 10호’를 통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주고받은 친서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친서는 2018년 4월 1일부터 2019년 8월 5일까지 교환된 모두 27통으로,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 확인을 거쳐 한글로 번역됐다. 한미저널은 북한 문제를 파헤쳐온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과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등의 해설도 함께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21일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가까운 시일 열릴 우리의 만남은 두 나라 사이의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것”이라며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의 도달 가능’, ‘결실’, ‘아주 좋은 결과물’ 등의 표현을 동원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2차 회담에 대한 큰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앞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는 남조선 대통령 문재인이 함께 하는 게 아닌, 각하와 제가 직접 논의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문제들에 문 대통령이 보이는 과도한 관심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I hope to discuss the issue of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directly with Your Excellency, not with President Moon Jae-in of South Korea, in future and I think the excessive interest President Moon is showing as now in our matter is unnecessary) 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북·미 간 대화에서 배제할 것을 주장했다.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정은이 문 전 대통령과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2018년 9월 19일)을 한 직후다. 당시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등의 합의가 담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문 전대통령은 15만 명의 평양 주민 앞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었다.

한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공동선언 합의문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당시 문 대통령을 간섭꾼으로 폄훼하는 편지를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27일 김 위원장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친교를 겸한 산책을 한 뒤 30여 분간의 단독회담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정작 중요한 비핵화 협상에서는 철저히 소외됐던 셈이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서한을 볼 때 김정은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며 친서 곳곳에서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역시 김정은과의 톱다운 협상을 이어가고 싶었던 걸로 추정된다. 가령 트럼프는 ‘하노이 노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2019년 3월 22일자 친서에서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위원장님과 저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김정은을 달랬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친서가 결과적으로 그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 회담의 도화선이 됐다”며 “트럼프는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했고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미북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오간 27통의 친서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했다. 미국은 둘 사이에 오간 화려한 미사어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원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는 북한에 농락당했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친서들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의문 부호를 떼지 않았으며 동시에 안보적 대가를 주는 것에 대해서 매우 절제되어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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