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철거 지원 사업' 높이·시공비 확인 어려워 악용 우려도

창원시가 추진한 노후 목욕탕 굴뚝 철거 지원 사업이 호평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도적 허점도 드러냈다. 지자체는 굴뚝 높이나 시공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이어서 소유주가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2022년 전국 최초로 노후 목욕탕 굴뚝 철거 지원 사업에 나섰다. 높이 6m 이상, 준공 20년 이상 지난 노후 목욕탕 굴뚝이 대상이다. 여기에 경남도도 지원에 나섰다. 시군에서 관련 예산을 편성·지원해 소유주에게 굴뚝 철거를 유도하고, 도에서 지원금을 지자체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창원의 한 노후 굴뚝 철거 현장. /독자 제공

노후 목욕탕 굴뚝 철거 사업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적극 행정 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건축물관리법에서 규정한 목욕탕 굴뚝 해체 규정이 명확하지 않았으나, 창원시가 법령해석을 유연하게 하면서 지원 규정을 넓혔다.

창원시는 노후 목욕탕 굴뚝 철거 지원 사업 신청서를 받고, 각 구청은 해체 계획서를 받는다. 각 구청은 신청서와 다른 부분이 없는지, 해체 허가 요건을 충족하는지 등을 시공업체 도장이 찍힌 해체 계획서를 보고 확인한다. 소유주는 굴뚝 높이 31m 이상이면 지자체에 유해 위험 방지 계획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시공 비용을 줄이고, 철거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굴뚝 높이를 속이는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굴뚝은 공작물로 분류돼 건축물대장에서 높이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처음 굴뚝을 지을 때 높이가 어떤지 알 수 없고, 지자체에서 직접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속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철거업체 대표는 "굴뚝 높이가 31m를 넘어가면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현장에 상주하는 감리가 필요하다"며 "감리가 있으면 안전 절차가 더 늘어나서 시공 일정이 길어지고, 시공비용이 많이 나오니까 시공사와 허위로 굴뚝 높이를 신고해 감리 없이 공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건축허가과 굴뚝 정비사업 담당은 "지자체에서 직접 굴뚝 높이를 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기술사사무소나 건축사사무소에 위임하고 있다"며 "건축물관리법에 나온 대로 진행하고 있기에 위법한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철거업체 대표는 소유주가 시공업체와 함께 시공비를 높게 잡는 등 견적서를 허위로 제출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런 식으로 지원금을 받아 챙기면 혈세 낭비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노후 굴뚝 철거 비용은 위치나 환경,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역이라면 한 번에 철거할 수 있지만, 주택 인근이라면 안전망과 분진망 등을 세우고 도로를 통제해야 한다. 창원시는 시공업체와 소유주 사이 계약 관계와 시공비 지급 내역을 보고 지원금을 판단한다. 건축 표준 품셈에 따라 표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허위로 시공비를 잡아도 확인이 어렵다.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올해 철거 작업이 이뤄진 창원시 한 굴뚝을 거론했다. 이 굴뚝은 30년 넘은 노후 굴뚝으로 29.4m 높이로 신고됐다. 철거 비용은 3400만 원이었며, 창원시가 1500만 원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소유주는 "굴뚝에서 잔해가 떨어지고 주위 사람들이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고 해서 철거를 결심했다"며 "시공업체랑 허위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고, 지자체에서도 허가를 내준 사항"이라고 밝혔다.

창원시청 도시정책국 건축경관과 건축안전센터팀장은 시공비를 부풀리는 건 어렵다면서 "시에서도 시장 가격을 미리 조사하는데 대부분 3000만 원 이상을 철거 비용으로 요구했다. 시장 가격에 크게 벗어나는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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