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몸이 좋아서 CG로 복근과 근육을 지워야 했던 이 배우
(Feel터뷰!) 넷플릭스 'Mr. 플랑크톤'의 우도환 배우를 만나다
한편, 재미는 종갓집 5대 독자 ‘어흥(오정세)’과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임신했다고 거짓말까지 동원해 초강수를 두었다. 시댁에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늦지 않았으니 도망을 고민하던 때, 하필 생물학적 아빠를 찾아가는 해조의 여정에 합석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여행길은 두 사람의 마지막 여정이 된다.
1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해조’ 역의 우도환을 만나 시리즈의 캐릭터 설정과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조와는 많이 다른 성격이지만 7개월 해조로 살며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8일 ‘Mr. 플랑크톤’이 공개되었다. 시한부로 살았던 시간을 떠올리게 될 텐데 감회가 새롭겠다.
“공개 전 음악 없는 편집본만 3번 봤다. 1부부터 찡했다. 6부 엔딩부터 2막의 시작 같았다. 그동안 해조로 살았던 시간, 전체적인 메시지 등이 생각나서 일주일 정도 힘들었다. 공개되고 2번 더 봤는데 여운이 커서 또 힘들었다. (웃음) 죽을 줄 알면서도 살아가는 시한부 설정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7개월 동안 작품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결말을 알고 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대사 한마디까지 의미를 곱씹으며 여운을 즐겼다. 참여한 작품 중에 감정이입이 컸던 캐릭터도 해조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냥 웃고 끝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서 그 깊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려고 노력했다”
-배우로 한 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근 작품에서는 브로맨스를 전문으로 했지, 여성 배우와 로맨스는 거의 없었다. 로맨스 장르가 필요했었다. 무엇보다 완벽한 주인공이 아닌 점도 마음에 들었다. 결핍 많은 캐릭터가 만나 성장하는 스토리가 작품 선택의 기준이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선탁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의 분위기였지만 생부를 찾아가며 로드무비로 전환된다. 중국에는 각자 생각하는 소중한 사람이 떠오르는 휴먼 드라마다. 배우끼리도 장르 변주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들었다.
“복합장르라는 말이 딱 맞다. 초반은 로코 느낌이 강하지만 각자의 사연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후반부는 달라진다. 둘의 서사에서 파생된 에피소드에 모든 인물이 따라오는 구성이다. 결국에는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각자 응원하는 인물에 공감하게 된다”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였지만 헤어, 패션 스타일이 독특하다. 전작 ‘사냥개들’의 바르고 건강한 느낌과 확연히 달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 흡연, 노출, 욕설 등을 소화해야 했던 점도 있었다.
“사춘기에 부모와 헤어져 미성숙한 인격체로 표현하려고 했다. 뒷머리도 기르고 패션 스타일도 그동안 안 해 본 것 위주로 선보였다. 누가 검정 구두에 빨간 추리닝을 입겠나. (웃음)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을 중요하게 설정했다. 해조의 성격이 저와는 완전히 달라서 끌렸다. 전작이 ‘사냥개들’이라서 캐릭터의 온도 차가 커 보이는 거 같다. 저는 오히려 어흥의 결핍과 비슷하다”
-생부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결국 삶의 재미(의미)와 사랑이었던 재미(이유미)를 찾으려는 여정이라 생각했다.
“1부를 보면 두 사람이 재회하기 전에는 해조의 시니컬한 느낌이 컸다. 자극적, 충동적'' 이기적인 해조였다. 하지만 재미를 만나면서 (삶의) 재미를 찾게 된다. 애정결핍인 성향이 그렇다. 사랑도 받아 본 사람들이나 내리사랑을 해주는 거다. (웃음)”
-해조는 키워준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크다. 정에 굶주린 모습이 해조의 키워드 같았다.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갈구하는 거지 결핍이 아니다. 엄마 같은 봉숙, 친구 같고 동생 같은 까리, 키워준 아빠도 있다. 생부 찾기 장치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진짜 아빠는 필요하지 않다. 해조가 원하는 건 아빠의 사랑을 다시 받아보고 싶은 치기였다”
-힘들었던 장면과 재미있었던 장면은 꼽자면.
“재미가 발로 차서 논두렁이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인데 너무 추웠다. 갑자기 비가 와서 뜨거운 물을 부어가면서 촬영했다. 어흥과 무인도에서 몸 싸움하는 장면도 추웠는데 눈밭보다 물이 더 춥더다. 재미가 코 깨무는 장면도 쉽지 않았다. 글로 읽었을 때는 다음 장면을 생각할 수 없어 재미있을 거라고 막연히 상상만 했다. 막상 촬영장에 가니. 가짜 코를 댈 수도 없고, 유미의 가짜 이를 붙일 수도 없을뿐더러 코에 물린 자국도 보여주어야 했던 거다. 서로 다치면 안 되니까 조심하면서 어렵게 촬영했다. 참 보따리에 갇혀 있던 장면도 힘들었고 차 안에서 머리 깨물리는 장면도 운전 중에 덜컹거려서 애먹었다.
재미있었던 장면은 재미랑 차 타고 다니면서 자유롭게 찍었던 때다. 실제로 대본도 없었다. 감독님이 30분 정도 둘이 알아서 놀라고 하셨고 30분 후에 만나자고 하셨다. (웃음) 유미랑은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마음 편히 현장에 갔었다. 배려, 믿음, 응원이 많았는데 진심으로 해조를 사랑해 줬던 거 같다. 정세 형은 반대였다. 막 던지는 애드리브 같아도 철저히 준비해 오는 사람이다. 리허설에 애드리브까지 보여준다. 유미랑 저는 매번 컷이 달라서 알아서 골라 쓰시라고 여러 컷을 드렸다. (웃음) 준비한 것과 막 하는 것의 차이를 확연히 느꼈다”
-해조와 실제 성격과는 어느 정도 일치하나.
“실제 성격은 다정다감한 편이다. 츤데레 이미지가 있어서 그렇지, 제가 해조 같은 츤데레는 아니다. 아무튼 정해진 틀 안에서 배우로서 지켜야 하고 해야 할 규율을 지키려고 한다. 반면 해조는 ‘못할 게 뭐 있어’라는 친구다. 해조를 만나기 전에는 ‘사냥개들’ 건우처럼 살아왔다. 해조를 해보니 그런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억압된 제 모습에 해방감도 느꼈다. 그래서 강박적이던 운동도 전혀 안 했다. (웃음) 일부러 하루 루틴도 어겨가면서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하고 싶을 때만 뭘 하고 그랬다. 해조처럼 자유롭게 살아보려고 했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루틴과 계획이 철저한 성격 같다. 개인 우도환으로 자유로웠을 때가 최근 언제였나.
“작년 5월 친구들과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휴차 때도 집에서 쉬지 어딜 가나 했는데, 가보니까 이래서 가는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재미를 알았다. 여행의 필요를 느꼈고 최근 가장 크게 자유를 만끽했다”
-해조는 시한부를 선고받고 전 여자 친구를 납치해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전해진다. ‘죽음’을 떠올렸을 때 어떤 느낌이 가장 먼저 오나.
“무서움, 두려움, 후회다. 처음에는 해조의 기분이 궁금했다. 죽는다는 게 지하철 옆 칸에서 옆 칸으로 이동하는 느낌일까. 살고 싶다는 후회일까.. 고민했다. ‘더 많이 안아 줄걸’이라 말하는 해조의 내레이션처럼. 죽기 전 마지막 말이 후회가 아니길 바랐다. 생각해 보니 해조가 ‘사랑해’란 말은 안 했던 것 같았다. 감독님과 ‘사랑해’ 말을 두 번 하자고 상의했다. 어울리는 OST까지 넣고 보니 너무 슬프더라. 결론적으로는 남겨진 사람이 더 힘들 거다. 저도 ‘재미 이제 어떻게..’ 하면서 봤다 (웃음)”
-작품 속에서 꽂히는 대사가 많다.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나.
“더 이상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면 보내줘야 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곁에 있어야만 행복한 건 아니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행복한 게 맞다고 생각하면 보내줘야 한다. 그래서 재미의 생모 집 앞에 버리고 가는 거다. 내 이기심 보다 재미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다.
해조는 연인과 사랑보다 가족의 배신이 더 큰 인물이기 때문에 재미가 가족을 만들자는 말을 거절한다.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없고, 좋은 아빠가 될 자신이 없었던 거다. ‘너는 좋은 엄마는 못 될 거다’라고 저주도 퍼붓는 것도 같은 이치다. 20대 초반의 해조는 바보 같고 미성숙한 부분이 큰데 ‘내가 다 맞다’면서 결핍을 대놓고 드러내는 주인공을 이해하게 되었다. 시청자도 미완성의 소년 같은 해조에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른도 모두 성장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여운이 긴 작품이다.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제목인 ‘플랑크톤’이 곧 주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미천한 존재조차 가치의 이유가 있다는 말이 와닿았다. 왜 죽음의 문턱에 가봐야 삶을 감사하게 여기는지 알게 되었고 현재에 감사하게 되었다.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되니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도 해주길 바라고 주변을 한 번 더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길. 옆 사람이 알아줄 거다. 작품이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앞으로의 어떤 작품 혹은 캐릭터를 맡고 싶은가.
“로맨스 작품은 조금 쉬고 싶다. 이번 보다 한 번 더 잘할 수 있을까 싶다. 이 작품에서 하얗게 불태웠기에.. (웃음) ‘Mr. 플랑크톤’을 하기 전에는 멜로 장르로 어떤 메시지를 줄지 반신반의했었지만 해보니 알겠더라. 앞으로 더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메시지의 중요성을 통해 저의 존재 자체를 곱씹게 되었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