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알면 차잘알! 대우자동차의 이름표를 단 마지막 중형 세단은?

자동변속기는 무조건 4단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에야 자동변속기 하면 6단이 기본인데다가 7단, 8단, 9단, 무단까지 다양한 변속기가 흔해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부 수입차와 몇몇 국산 고급차를 제외하고는 만인이 평등하게 4단까지만 넣고 도로 위를 달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할 이 차를 기점으로 그 판도가 급속도로 바뀌게 됐죠. 국산 중형차 더 나아가 국산차 전반의 자동변속기 다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던 차이자, 대우자동차의 이름표를 단 마지막 중형 세단, 이번 시간에는 ‘투모로우 스탠다드 카’라는 별명 값을 충실히 했던 6단 6기통 중형차 GM대우 토스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프로젝트 V250으로 개발된 토스카는 2006년 출시됐습니다. 프로젝트 명에서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토스카는 매그너스에서 높은 수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모델로 그랜저 후속으로 아슬란이 등장한 셈이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렇게 대규모 스킨체인지를 거쳐서 후속 격으로 출시되는 차들이 종종 있었죠.

이러한 배경에는 당시 많은 풍파를 겪었던 대우자동차의 회사 사정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물론, 쌍용보다야 낫긴 했지만, 한 차례 부도로 인해 이미 신차 사이클이 망가진 상황이었고,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신차 개발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죠. 결국 GM대우가 새롭게 출범한 이후에도 기존 대우차 시절 판매하던 라인업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신차를 내놓지 못했고, 2세대 마티즈와 마찬가지로 칼로스를 전방위 페이스리프트한 젠트라를 투입하긴 했지만 큰 성과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 등장한 토스카는 어찌 보면 GM대우의 미래를 짊어진 어깨가 무거운 신차로서,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차였죠. 차명인 토스카는 ‘투모로우 스탠다드 카’, 즉,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차라는 의미로 지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동명의 오페라 작품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죠. 명작 오페라 중에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이고 주인공 토스카가 상당히 아름다운 여인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전체적인 극의 내용이 워낙 비극적이어서 그냥 썰로 남겨두는 편이 좋아 보이네요.

완전히 GM에 편입된 이후 개발된 차량인 만큼 외관은 당시 GM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출시된 일부 GM 계열 차량들이 이 토스카에서 선보인 디테일을 이식했죠. 비록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긴 했지만 아는 사람들이나 아는 정보였고, 전작의 디자인을 떠올리기 힘들 만큼 완전히 새롭게 바꿨기 때문에 신차 느낌은 충분했습니다. 매그너스에서 이어지는 낮고 늘씬한 차체를 그대로 이었고, 스포츠 세단에서 볼 법한 쐐기형 디자인으로 꾸며졌는데, 모든 세단들이 날렵하고 화려해진 지금은 그다지 감흥 없어 보이는 외모지만, 당시 중형차 중에서는 가장 스포티한 디자인이었습니다.

경쟁차들이 모두 보수적인 디자인을 취하면서 아버지 차 느낌이 강했다면 토스카는 나름 오빠차 느낌으로, 실제로 젊은 오너들의 비중이 높았던 기억이 있네요. 다만, 반대로 말하면 오히려 주 소비자층에서는 이 튀는 외관이 거부감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중형차의 주 고객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고, 소나타나 SM5의 보수적인 디자인을 더 선호했죠. 또 바짝 치켜든 엉덩이는 공격적인 인상을 만들어냈지만 차가 붕 떠 보여 시각적으로 무게감은 좀 떨어져 보였죠. 

차체 하단이 휑해 보인다는 지적이 이어져 GM대우에서는 전용 에어댐을 선택 사양으로 제공해 이를 빠르게 보완했습니다. 덕분에 17인치 별 모양 휠과 이 에어로팩이 장착된 모델은 개인적으로 그 당시 국산차 중에서 손꼽을 정도로 멋졌어요. NF쏘나타랑 같이요

이 밖에 지금의 기아차 엠블럼 이전에는 대우 엠블럼이 있었죠. 한 때 현대차를 위협할 정도였던 대우자동차의 흥망성쇄를 모두 지켜본 기성세대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우차를 접했던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그런 자동차라는 인식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가 좋지 못했고, 또 돼지코를 연상시키는 로고 디자인도 환영 받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출고 후 수출형인 쉐보레나 홀덴 로고로 바꾸는 드레스업이 나중에는 거의 국룰로 자리 잡을 정도였죠. 이건 당시 같은 처지였던 SUV 윈스톰과 라세티 프리미어도 마찬가지였어요.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경쟁차는 세대 교체를 이루면서 휠 볼트 개수가 5 개로 정착한 반면 토스카는 매그너스, EF 소나타 시절의 4홀 규격을 고수했죠. 그 때는 소형차와 준중형 차에만 쓰였기 때문에 ‘구시대 차’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습니다. 실제로 4개의 볼트로 휠을 고정하는 방식은 5개보다 허브 반지름이 작은 경우가 많고 회전 운동을 하는 휠 특성상 무게와 충격을 견뎌내기에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일상 주행 환경에서는 이 4홀 규격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속을 6단 6기통으로 꽉꽉 채웠어도 이 빈약한 4개의 볼트만큼은 겉으로 드러났기에 놀림감으로서는 상당히 치명적이었죠.

좌우 대칭을 이룬 실내는 심플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짙은 그레이 컬러의 내장재와 알루미늄 장식이 외관의 젊은 감각을 받아줬고, 여기에 고광택 우드그레인을 더해 약간의 중후함을 더했습니다. 직물과 다크그레이를 기본으로 베이지, 브라운 등 다양한 색상의 시트 컬러를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좋았죠.

당시만 해도 동급 최고 수준이었던 7인치 DVD 내비게이션과 GM계열 차량들이 공유하던 스티어링 휠은 픽업과 SUV도 공유해서 직경은 좀 큰 편이었지만, 신선한 느낌을 줬고 연두빛 조명은 야간 운행 시 피로감이 적었습니다. 또 최대 10개 스피커의 5.1채널 고급 오디오 시스템, 평균 연비, 주행 가능 거리 기능을 제공하는 트립 컴퓨터, 공기청정기 등 동급 대비 소폭 우세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편의장비를 탑재했어요. 또 ‘헤드램프를 켜주세요.’, ‘사이드 브레이크를 해제해 주세요.’, ‘문이 열려 있습니다.’ 같은 경고 문구가 우리말 음성으로 나왔던 것도 신기했었죠.

매그너스와 같은 차대를 써서 공간은 신형 플랫폼을 쓴 경쟁차에 비해 좁았지만, 패밀리카로 활용하기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매그너스가 기획 당시 준대형 세단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던 지라 반체급 크게 만들어졌던 게 오히려 다행인 부분이었어요. 다만, 값싼 플라스틱 소재가 도드러지는 밋밋한 센터페시아는 당시에도 경쟁차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NF쏘나타와는 해볼 만했는데 하필이면 뉴SM5 같은 게 있던 때여서 더 그랬죠. 또 아슬란처럼 곳곳에 베이스 모델인 매그너스의 흔적이 드러나는 것도 분명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무려 동급 최초로 뒷좌석 열선 시트를 적용했지만, 어김없이 최고 사양인 가솔린 2.5L 모델에만 넣어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옵션이었습니다. 물론 지적을 받아 연식 변경 후 2.0L까지 바로 내려왔죠. 이랬던 회사가 왜 올 뉴 말리브에는 동급에서 유일하게 뒷좌석 열선을 안 넣었는지 의문이네요. 파워트레인은 4기통 1.8L 가솔린 엔진을 시작으로 직렬 6기통 2.0L 가솔린과 LPG 5단 수동 및 아이신 4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됐습니다.

가솔린 2.0L 모델은 국산 중형차 최초로 5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고, 여기에 배기량을 키워 더 넉넉한 힘을 제공하는 2.5L 가솔린 모델을 함께 출시해 선택지를 늘렸죠. 특히 직렬 6기통 XK 엔진은 매그너스 판매량의 날개를 다뤄줬던 유닛으로, 토스카가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전 세대 엔진이긴 했지만 직렬 4기통 일색이던 당시 중형차 시장의 2,000cc 배기량으로 6기통의 주행 질감을 즐길 수 있었던 만큼 토스카만의 독보적인 개성이었습니다. 

이 전륜 구동 가로 배치 직렬 6기통 엔진은 세계 자동차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케이스였고, 이름 그대로 실린더를 일렬로 배치하는 직렬 엔진의 특성상, 엔진의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는데다 전륜 구동 구조에 맞게 엔진을 가로 배치하기에도 휠 하우스와의 간섭 탓에 설계가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여러모로 독특한 구조를 자랑하는 구성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엔진을 세로 배치하는 후륜 구동차에는 꽤나 쓰였지만 전륜 구동차에는 실린더를 지그재그로 배치해 간격을 줄인 V형 엔진을 많이 썼어요. 특히 주력인 중형차의 이 엔진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실린더의 간격을 극한 수준으로 좁혔고, 경쟁차의 4기통 엔진에 맞먹는 소형화를 이뤄내긴 했지만, 대신 내구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생겼습니다. 화려하게 드레스업을 한 차량은 많아도 엔진 튜닝을 한 차는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죠. 이건 비단 에프터마켓 튜닝 뿐만 아니라 제조사 입장에서도 큰 제약이었는데, 현대차가 세타엔진 하나로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만들어 지금까지 재미를 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략 짐작이 되시죠?

그래도 도로에서는 당시 경쟁자들과 비교 불가 수준으로 부드러운 엔진 감각을 선사했습니다. 매끄럽게 올라가는 회전수와 넘실거리는 엔진음 때문에 엑셀 페달을 밟는 게 즐거울 정도였는데, 오히려 엔진음은 너무 정숙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빈약한 하부 소음이 두드러질 정도였죠. 뼈대는 매그너스의 것이었지만 개선된 부품과 서스펜션 세팅을 통해 코너링이나 고속주행 안정성에서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어요. 날렵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전작의 부드러운 승차감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연비가 너무 나쁘다는 선입견이 있었던 당시 대우차 이미지 때문에 실제로 경쟁차에 비해 수치상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연비 지적을 많이 받았죠. LPG는 솔직히 좀 많이 떨어지긴 했어요.

나중에는 윈스톰에 탑재됐던 4기통 2.0L 디젤 모델을 추가해 두툼한 토크감과 경제성을 뽐내기도 했지만, 차급이 올라갈수록 디젤 세단을 선호하지 않았던 분위기 때문에 판매량은 저조했습니다. 후에 디젤 수입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 때는 말리부가 있을 때였죠. 

외관도 크롬바를 없앤 그릴로 차별화했는데, 트윈 머플러 팁을 장착했음에도 수도꼭지 형태로 숨겨 놓는 바람에 진짜 아무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에어로팩마저 선택이 불가능해서 꺼벙한 모습 그대로 출고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유는 디젤 전용으로 튀어나온 머플러 팁을 따로 제작하지 않아서였다고 하죠. 나중에 해외 모델에는 그냥 머플러 팁을 뺀 채로 에어로팩을 달아주기도 했습니다.

- 멜론머스크의 이용허락을 받은 본 콘텐츠는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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