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다시 일어섰는데”…침수피해 또 당한 부여 세도면 농가들 ‘망연자실’

서륜 기자 2024. 9. 2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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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대밭이었던 농장을 빚 내가면서 어렵게 복구해 간신히 재기했는데 도로 아미타불이 됐습니다. 다시 농사 지을 용기가 나지 않네요."

21일 찾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 일원 시설하우스.

이후 어렵사리 시설하우스를 복구해 작물을 다시 심었으나 또 피해를 입은 것.

한편 20~21일 내린 폭우로 충남에서는 벼 도복 피해가 948㏊에 달했고, 시설하우스 등 침수 피해가 3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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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일 물폭탄에 시설하우스 수십 동 침수
7월10일 집중호우 때도 대부분 물난리 당해
방울토마토 농가 김종성씨가 20~21일 쏟아진 물폭탄에 잠겨 버린 비닐하우스를 허탈한 표정으로 가리키고 있다.

“쑥대밭이었던 농장을 빚 내가면서 어렵게 복구해 간신히 재기했는데 도로 아미타불이 됐습니다. 다시 농사 지을 용기가 나지 않네요.”

21일 찾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 일원 시설하우스. 전날 11시께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물폭탄으로 시설하우스 수십 동이 물에 잠겨 있었다. 물에 잠긴 이들 시설하우스 대부분은 지난 7월10일 내린 집중호우로 이미 침수 피해를 입었던 것들이다. 이후 어렵사리 시설하우스를 복구해 작물을 다시 심었으나 또 피해를 입은 것. 

방울토마토 농가 김종성씨(60·세도면 동사리)는 “지난 7월 방울토마토 5동에서 수확을 막 시작한 때에 물난리를 당해 1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고, 많은 돈을 대출받아 베드 같은 시설을 새로 하는 등 다시 일어서려고 발버둥쳤다”고 힘겨웠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9월2일 재정식해 11월초부터 수확에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다시 침수 피해를 당했다”며 “방울토마토를 따야 대출금도 갚고 할텐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종성씨는 지난 7월10일 내린 집중호우 때도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피해 모습.

인근에서 수박과 고추를 재배하는 이한우씨(58)도 사정이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7월 집중호우 때 수확을 3일 가량 남긴 수박 비닐하우스 8동이 물에 완전히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수박을 출하하지 못해 입은 피해액만 5000만~6000만원에 달했다.

이씨는 “이후 수천만원에 달하는 복구비와 영농비를 들여 8월12일 고추를 정식했는데 이번에 다시 물 속에 잠겨버렸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2번 연속 피해를 당하면 버텨낼 농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복실씨(60·세도면 가회리)는 22일 방울토마토 7동에 모종을 정식하려고 지역 육묘장에서 모종을 주문해 놓았다가 이번에 하우스가 침수됐다. 다시 모종을 정식하기 위해서는 멀칭을 걷어내고 땅을 말린 후 로터리를 쳐야 해 30~40일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약해 놓은 모종을 취소할 수도 없어 모종값 1300만여 원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다.

고추농가 이한우씨의 비닐하우스도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당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비닐하우스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하우스 인근 배수로를 확장하고 배수장 펌프 용량을 키우는 등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논이었던 곳에 시설하우스가 들어선 경우 배수용량을 논 기준에 시설하우스 기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남엽 부여 세도농협 조합장은 “이번에 침수 피해를 당한 동사리 일원의 경우 배수로가 너무 낮고 폭도 좁다”며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배수 용량을 대폭 키우지 않는한 침수 피해는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당한 후에 보상해주는 정책보다는 피해를 당하지 않게 대비하는 게 올바른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21일 내린 폭우로 충남에서는 벼 도복 피해가 948㏊에 달했고, 시설하우스 등 침수 피해가 34㏊를 기록했다. 특히 부여 지역에서는 20㏊에 달하는 시설하우스가 침수돼 가장 타격이 컸다. 세도면에는 21일 오전 7시 기준으로 229.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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