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지내시는 어머니가 장롱 정리를 도와 달라고 하셨습니다. 오래된 옷가지가 가득해 버릴 것을 골라 드리려고 주말에 친정에 갔습니다.맨 아래 칸 깊숙한 곳에서 낡은 보자기 하나가 나왔습니다. 매듭을 풀어 안을 들여다본 순간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장롱 정리를 하던 날
어머니 장롱에는 수십 년 된 옷과 이불이 빼곡했습니다. 버리자고 하면 어머니는 아직 쓸 만하다며 하나하나 다시 접으셨습니다. 저는 답답한 마음에 조금 퉁명스럽게 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맨 아래 칸에서 색이 바랜 보자기를 발견했습니다. 어머니는 그걸 보더니 갑자기 말이 없어지셨습니다.

보자기 속에 있던 것
보자기 안에는 제가 어릴 때 입던 배냇저고리와 작은 신발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아래에는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 쓴 서툰 편지 몇 장도 있었습니다. 편지마다 어머니의 글씨로 날짜가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편지를 쓴 기억조차 희미했습니다. 어머니는 그것들을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날 나눈 대화
저는 왜 이런 걸 아직 가지고 계시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이 떠나고 나니 이것만 보면 그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퉁명스럽게 굴었던 제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그날 버릴 옷은 버리고 보자기는 다시 곱게 싸서 넣어 두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친정에 더 자주 들르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낡은 물건 속에는 자식이 모르는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정리를 도울 때도 그 물건에 담긴 마음을 먼저 헤아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이번 주말에는 부모님과 함께 옛 물건을 꺼내 이야기를 나눠 보시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서로에게 오래 남는 추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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