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파괴와 억지 신파… 47만 관객으로 막 내린 '식객'의 영광

2007년 전국 303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요리 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던 영화 '식객'. 그 흥행에 힘입어 2009년 야심 차게 개봉한 후속작 '식객: 김치전쟁'은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두 번째 영화화 작품이지만 전작의 영광을 이어가겠다는 포부와 달리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시리즈의 명맥을 끊어놓는 비운의 작품이 됐다.
원작과의 괴리, 이름뿐인 계승
'식객: 김치전쟁'의 가장 큰 문제는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만 가져왔을 뿐 원작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주연 배우가 전면 교체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전작과의 스토리적 연계성이 전혀 없으며 원작 만화의 흐름과도 동떨어진 전개를 보여준다. 사실상 '식객'이라는 브랜드만 빌려온 별개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등장인물의 구성에서 원작 팬들의 외면을 받았다. 주인공 성찬과 진수를 제외하면 원작의 매력적인 조연들이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에서 성찬의 영원한 라이벌로 등장하는 오봉주는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를 '배장은'이라는 여성 요리사 오리지널 캐릭터가 채웠다. 원작의 라이벌 구도가 주는 긴장감을 버리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웠으나 이는 오히려 원작 팬들에게 이질감만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주인공 성찬의 과도한 설정 변경이다. 원작을 아는 팬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대목은 성찬의 어머니와 관련된 과거사다. 원작에서는 멀쩡히 살아 있는 성찬의 어머니를 영화에서는 청각장애인으로 설정했으며 아들이 물에 빠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아들을 버리고 떠나 병사했다는 비극적인 배경을 추가했다.

이런 설정은 성찬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본연의 건강한 매력을 흐리게 만들었으며 원작의 정서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어이가 가출할 수준"이라는 혹평을 들을 만큼 과한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해 도입한 오리지널 에피소드들이 원작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며 독이 된 셈이다.

스토리 전개 방식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원작 '식객'은 요리를 매개로 한 유쾌한 에피소드와 묵직한 감동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김치전쟁'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한국 영화 특유의 '신파'와 '억지 감동'에 매몰됐다.

작중에서 관객들이 기대했던 요리 영화의 활기나 유쾌한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며 오로지 감동을 쥐어짜기 위한 장치들만 가득 채워졌다. 이는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 대중과 원작의 깊이를 기대한 팬들 모두를 실망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연기력 논란과 제작진 퇴장
배우들의 연기 또한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특히 라이벌 배장은 역을 맡은 김정은은 기존의 강점이었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하려 했으나 캐릭터와의 부조화로 인해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주연진 전반의 연기력이 작품이 지향하는 무거운 드라마를 받쳐주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1편보다 많이 떨어짐", "세 명의 깡패는 왜 나왔고 성지루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진짜 재미없고 음식 영화인지도 모르겠는 영화임 보다가 잔 영화", "너무너무 지루하다. 그냥 음식에 초점을 맞추고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어머니의 맛이 영화를 망쳤다", "만화로 보고 끝났어야 하는데" 등과 같은 혹평을 쏟아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전국 관객 47만 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했다. 전작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이로 인해 데뷔작이었던 백동훈 감독과 김길형 감독은 더 이상 메가폰을 잡지 못하게 됐으며 잘 나가던 '식객' 시리즈의 영화화 프로젝트는 사실상 무산됐다. '식객: 김치전쟁'은 원작의 이름에만 기댄 무리한 기획과 과도한 설정 변경이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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