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도 ‘한강 신드롬’···번역본은 이미 품절, ‘한국어 원서’도 구매
지난 10일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외신들의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선 한 작가의 책이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일반 독자들 사이에서도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3일 사설에서 “일본에서도 한국 문학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한 작가는 그 흐름을 견인한 작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하면서 “섬세하고 치밀한 묘사로 만든 그의 문장은 따끔한 아픔이 몸 안에 들어오는 듯한 힘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아사히는 한 작가의 작품이 인간의 폭력성, 헌신과 사랑에 대해 지속해서 질문을 던졌던 점을 상기하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에서 폭력으로 무고한 목숨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한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도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서는 한 작가 책의 번역본뿐만 아니라 한국어 원서까지 동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 런던 번화가에 있는 대형서점 워터스톤스, 포일스 등에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당일 한 작가의 책이 모두 팔려나갔다. 지난 11일 오후 주영 한국문화원이 포일스에 ‘한강 특별 코너’를 마련하고 한국어 원서 재고를 진열했는데, 이 역시 만 하루 만에 거의 다 판매됐다.
중남미 언론도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K팝 열풍 속에 한 작가의 수상이 한국 문화의 경쟁력을 또다시 보여줬다고 분석하면서, 한 작가가 한국 현대사를 소재로 해 인간에 대한 고찰과 가부장주의에 맞서는 여성의 시각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소개했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스페인어로 번역 출간됐다는 점을 보도했고, 파히나12는 <희랍어 시간>이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모티브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한국과 수교한 쿠바의 관영지 그란마는 한 작가의 수상 소식을 전하며 “그의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이며 왜 폭력이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실존적 질문에서 비롯된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작가의 출생지와 주요 이력 등을 설명한 뒤 한 작가가 “때론 우리를 압도하고 때론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현실을 날카로운 언어로 묘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때마침 이탈리아에선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 무대에 올라 한 작가의 작품을 유럽 독자들에게 더 널리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는 오는 25일부터 내년 2월까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서 연극 <채식주의자>를 상연한다.
연출가 겸 배우인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2018년 친구를 통해 한 작가의 책을 추천받아 몇몇 배우들과 함께 <채식주의자>를 읽었고 연극 작품까지 기획하게 됐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창작에 임한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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