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꿈치 수술을 받고 돌아온 투수라면
보통은 조심스럽게 봅니다.
구속이 돌아왔는지,
제구가 흔들리지는 않는지,
연투와 위기 상황을 버틸 수 있는지.
그런데 곽도규는
재활 복귀 첫 시즌부터
KIA 불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카드가 되고 있습니다.
10경기 연속 무실점.
평균자책점 0.90.
수술 전보다 오히려 더 단단해진 느낌입니다.

복귀 첫 시즌인데 숫자가 너무 낮다
곽도규는 21일 수원 KT전에서
KIA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습니다.
결과는 1이닝 퍼펙트.
삼진 하나를 곁들이며
KT 상위타선을 깔끔하게 막았습니다.
이 경기로 곽도규는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습니다.
시즌 성적도 인상적입니다.
15경기 1승 무패 4홀드.
평균자책점 0.90.
10이닝 동안 볼넷 6개,
탈삼진 9개입니다.
아직 이닝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투입되는 상황의 무게를 생각하면
가볍게 볼 숫자가 아닙니다.
이범호 감독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이 더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KIA 팬들이 곽도규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안현민 상대로 보여준 배짱이 진짜였다
KT전에서 가장 눈에 띈 장면은
안현민과의 승부였습니다.
곽도규는 처음 공 3개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며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습니다.
상대는 안현민.
장타력이 있고,
실투 하나면 경기가 흔들릴 수 있는 타자입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투수가 더 조심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곽도규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투심과 커터를 연달아 가운데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투심으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습니다.
이 장면이 중요합니다.
구속이나 평균자책점보다
위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불펜투수의 진짜 가치입니다.
곽도규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재활을 줄인 건 운이 아니었다
곽도규는 지난해 5월
왼쪽 팔꿈치 굴곡근과 인대를 다쳤습니다.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았습니다.
예상 재활 기간은 약 1년 3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복귀 과정은 더 빨랐습니다.
곽도규는 재활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일본에서 수술을 선택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구단이 마련한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을
하루도 빼먹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습니다.
겨울에도 정해진 날짜가 되면
함평에 가서 캐치볼을 했고,
여건이 안 되면
친구들과 공원에서라도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했습니다.
이건 복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그걸 끝까지 지킨 선수라는 뜻입니다.

야구를 덜 생각한 시간이 오히려 약이 됐다
흥미로운 건 이 부분입니다.
곽도규는 재활 기간 동안
투구 동작을 계속 떠올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거울을 보고 섀도 피칭을 하는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투구 프로그램을 할 때만
투구 동작에 집중했습니다.
그 외 시간에는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고 했습니다.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은 열심히 했습니다.
이 말이 꽤 인상적입니다.
보통 재활 중인 선수는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빨리 던지고 싶고,
폼을 확인하고 싶고,
공백을 줄이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곽도규는
오히려 투구 동작을 과하게 만지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시간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몸을 만드는 데 썼습니다.
그 절제가 지금의 안정감으로 이어진 듯합니다.

커브가 흔들리자 커터를 꺼냈다
곽도규가 더 무서운 이유는
생각하고 바꾼다는 점입니다.
올해 그는 커터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원래 커브가 데이터상으로는 좋은 공이었습니다.
코치들도 좋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빗맞은 안타가 몇 차례 나오면서
곽도규는 고민했습니다.
정타가 아니어도
방망이에 닿는 것 자체가 아쉬웠다는 겁니다.
그래서 더 확실하게 던질 수 있는
커터 비중을 늘렸습니다.
이동걸 투수코치도
좌타자 상대에서 투심과 커브를 많이 쓰던 흐름에서
커터를 다시 섞으며 결과가 좋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삼성 최형우,
LG 문보경 같은 타자들을 상대로도
커터로 땅볼을 만들어냈습니다.
이건 단순히 공이 좋아진 투수가 아닙니다.
맞은 이유를 생각하고,
구종 선택을 바꾸고,
그 변화를 결과로 연결하는 투수입니다.

KIA 불펜에서 가장 까다로운 카드가 됐다
곽도규는 좌완 사이드암입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각도가 불편한 유형입니다.
여기에 투심 구속은
지난해 평균 142.6km에서
올해 145.2km까지 올랐습니다.
수술 후 구속이 떨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투심,
커터,
커브까지 섞이면서
좌타자뿐 아니라 우타자 상대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곽도규 본인도
이제 어떤 상황이든 책임지고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KIA 불펜 입장에서는
이보다 반가운 일이 없습니다.
경기 중반 위기,
좌타자 승부,
정타를 피해야 하는 장면.
곽도규가 이런 상황을 맡아줄 수 있다면
불펜 운영 폭이 크게 넓어집니다.
1년 전만 해도
팔꿈치 수술 이후 복귀를 걱정해야 했던 투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KIA 불펜에서 가장 까다로운 카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과연 곽도규는
10경기 연속 무실점 흐름을 넘어
KIA 필승조의 핵심으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사진출처 : KIA타이거즈
Copyright © 스포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