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갤러리아가 백화점 본업의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김동선표’ 프리미엄 디저트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해외 브랜드에 지불하는 로열티 부담이 없는 자체 브랜드 ‘벤슨’을 단순 유통을 넘어 제조 기반의 독자 식음료(F&B)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부진한 유통 부문을 보완할 수익원을 확보하고 국내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에 17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 이번 출자는 자금 수요에 따라 순차 납입하는 캐피탈콜 방식으로 유상증자 참여 형태로 진행된다. 납입이 완료되면 해당 법인에 투입된 총 자본금은 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한화갤러리아가 신사업으로 키운 파이브가이즈(에프지코리아) 투자액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로, 독자 브랜드 육성을 향한 김동선 부사장의 공격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갤러리아가 벤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F&B 사업이 전사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부문 매출이 2024년 5159억원에서 2025년 5114억원으로 소폭 감소한 반면, F&B 부문은 같은 기간 약 63% 급등하며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최근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하면 ‘포스트 파이브가이즈’로서 벤슨의 안착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벤슨의 행보는 유통업계의 전통적인 확장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수의 국내 기업이 리스크 분산과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해외 브랜드를 도입하고 로열티를 지급하는 모델을 선호하는 가운데, 벤슨은 기획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통제하는 ‘수직계열화’를 택했다.
핵심 장점은 로열티 부담 제거를 통한 수익 극대화다. 업계 1위 배스킨라빈스(비알코리아)가 매년 매출의 1.5%를 미국 본사에 상표사용료로 지불하는 것과 달리, 벤슨은 독자 브랜드로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경기도 포천에 자체 생산센터를 구축하고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며 외산 브랜드 의존도를 완전히 낮췄다.
다만 자체 생산·제조 모델은 수익 독점 기회와 고정비 부담이라는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연구개발(R&D)과 브랜드 파워를 공유하는 합작 모델과 달리, 500억 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금과 공장 유지비 등 제반 비용을 한화가 전적으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러스쿱크리머리는 자체 생산 시설 구축 등의 여파로 지난해 약 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원부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방어력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벤슨은 국내산 원유와 유크림 등 고가 원재료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어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제조 원가 압박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전국 1700여개 매장을 거느린 배스킨라빈스 수준의 규모의 경제나 원가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할 경우 투자 회수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체 모델은 원가 통제력과 브랜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초기에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이 수반된다”며 “특히 원재료 가격 변동과 매장 확장 속도가 맞물리지 않을 경우 수익성 개선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는 2026년까지 벤슨 매장을 3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강남역점, 대치점 등 핵심 상권의 직영점을 넘어 롯데월드몰 등 대형 복합쇼핑몰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아이돌 그룹 엔믹스, 한화이글스 등과의 협업을 통해 독자적인 팬덤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군과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접점을 넓히는 것이 벤슨의 차별화 요소”라면서도 “가맹 사업 확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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