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감독이 직접 평양에서 찍은 북한 여자축구

조회수 2024. 5. 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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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넷, 다섯, 여섯...> ⓒ 전주국제영화제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897] 25회 전주국제영화제 관람작 ②

글 : 양미르 에디터

▲ 5월 4일 열린 픽사 애니메이션 OST 콘서트 ⓒ 전주국제영화제

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1일 개막, 10일까지 전주시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슬로건 '우리는 늘 선을 넘지'를 내건 이번 영화제는 43개국 232편의 상영작을 총 600여 회차 상영하는 가운데, 지난 5일까지 상영한 326회차 중 272회차가 매진되며 순항을 펼치고 있다.

큰비가 연휴에 찾아와서 일부 야외 행사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으나, 전주의 봄은 다시 뜨거웠다. 골목 상영, 지역 뮤지션의 버스킹 공연, 영화인과 관객과의 대화, '전주포럼 2024: 생존을 넘어 번영으로'라는 담론 등이 전주 영화의거리 곳곳에서 진행됐다.

여기에 영화제의 스폰서인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이번엔 <인사이드 아웃 2>의 6월 개봉을 앞두고 '픽사 in 전주 with <인사이드 아웃 2>' 특별 행사 부스를 열기도 해 많은 영화 팬들이 다녀가기도 했다.

전주에서 몇몇 작품을 감상한 에디터의 짤막한 후기들을 모았다.

1. <...넷, 다섯, 여섯...>
- 섹션 : 월드시네마
- 감독 : 브리기트 바이히
- 출연 : 리종휘, 라미애, 진별희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99분


2001년, 2003년 AFC 여자 아시안컵을 우승하고, 2007년 FIFA 여자 월드컵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 선수 4명의 근황을 담아낸 작품.

북한에선 우승을 기리는 TV 드라마(연출을 북한 유일 여성 감독이 했다고 선전한다)를 만들기도 했다고.

브리기트 바이히 감독이 당시 주역인 수비수 라미애, 미드필더 리향옥, 공격수 진별희, 골키퍼 리종휘를 인터뷰한 <...하나, 둘, 셋...>(2009년)의 속편이다.

시간이 지나 은퇴한 선수들은 국제 심판으로 두 차례 여자 월드컵에 진출하기도 했으며, 클럽팀의 코치로도 활약하고 있다.

외국 감독의 시선으로 국내에서는 담아낼 수 없는 평양의 시가지 풍경을 '로드뷰'로 만나볼 수 있으며, 평양에 있는 영화관의 분위기, 조선중앙TV의 드라마 촬영 스튜디오 등 여러 장소들도 목격할 수 있는 진귀한 사료다.

한편,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는 선수가 부르는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나온다.

▲ 영화 <뒤바뀐 신부들> ⓒ 전주국제영화제

2. <뒤바뀐 신부들>
- 섹션 : 시네마천국
- 감독 : 키란 라오
- 출연 : 니탄시 고엘, 프라티바 란타, 스파쉬 스리바스타브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123분

2001년 인도, 같은 기차에서 길을 잃어버린 두 어린 신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혼잡한 기차 안에서 두 신부는 전통처럼 얼굴을 베일로 완전히 가린 채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풀'(니탄시 고엘)의 남편 '디팍'(스파쉬 스리바스타브)이 '풀' 대신 '자야'(프라티바 란타)를 깨워 자신의 마을로 데려간 것.

결혼 대신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교를 가고 싶었던 '자야'는 혼란을 틈타 도망칠 계획을 세웠고, '풀'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자신 때문에 망친 것이라 자책한다.

두 여성의 대조된 모습을 통해, 영화는 인생에 대한 진솔한 발견을 노래한다.

인도의 국민 배우인 아미르 칸이 제작한 작품으로, 그는 최근 <당갈>(2016년), <시크릿 슈퍼스타>(2017년)의 제작을 통해 꾸준히 인도의 여성 인권 문제를 대중적으로 다루고자 했고, <뒤바뀐 신부들>에서도 그의 시선이 유쾌하게 펼쳐졌다.

▲ 영화 <목화솜 피는 날> ⓒ 전주국제영화제

3. <목화솜 피는 날>
- 섹션 : 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
- 감독 : 신경수
- 출연 : 박원상, 우미화, 최덕문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개봉 12세 관람가) / 상영시간 : 91분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딸로 인해 삶이 무너져버린 가족의 삶을 그린 작품. 유가족 부모를 연기한 박원상, 우미화는 남은 자의 슬픔, 그 슬픔을 견뎌내는 모습을 절절한 연기로 보여준다.

<육룡이 나르샤>(2015~2016년)와 <소방서 옆 경찰서> 시리즈를 연출한 신경수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인상적이며, 세월호 참사 가족 극단인 '노란리본'의 어머니들이 직접 영화에 출연하면서 극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특히 세월호를 소재로 한 극 영화 중에서 최초로 인양된 선체 안을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신 감독은 이를 통해서 단순한 애도가 아니라, 10년 동안 안 바뀐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래서 박원상이 연기한 '병호'가 아이들에게 선체 내부를 안내하는(실제로 유가족은 시민들에게 선체 내부를 직접 소개해주고 있다고)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 영화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 전주국제영화제

4.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 섹션 : 시네마천국
- 감독 : 페르난도 트루에바, 하비에르 마리스칼
- 목소리 출연 : 제프 골드브럼, 토니 라모스, 아벨 아얄라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103분


뉴욕의 한 음악 저널리스트가 브라질의 젊은 피아노 거장, '테노리우 주니오르'의 행방불명되면서 펼쳐지는 진실 탐험을 담았다.

쿠바의 라틴 음악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치코와 리타>(2010년)를 연출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과 하비에르 마리스칼 일러스트레이터가 의기투합해 화제가 됐다.

남미 곳곳에서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서고, 예술가를 비롯한 시민들이 탄압받는 과정을 통해 시대의 고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이런 내용을 영화의 초반부에 관객이 눈치채게 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인지, 저널리스트가 테노리우 주변의 동료를 인터뷰하는 과정이 다소 늘어지거나, 과하게 보이면서, '미스터리한 여정' 혹은 '연주 장면'을 더 기대한 관객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심지어 왜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빌려야 했는가에서 나오는 피곤함이 들 정도였다.

▲ 영화 <코파 1971> ⓒ 전주국제영화제

5. <코파 1971>
- 섹션 : 월드시네마
- 감독 : 레이첼 램지, 제임스 얼스킨
- 출연 : 엘비라 아라센, 브랜디 채스테인, 비르테 크젬스 등
- 등급 : 전체 관람가 / 상영시간 : 90분

국제축구연맹 'FIFA'가 여전히 비공식 대회라 여기는 1971년 여자 축구 월드컵의 비하인드를 담았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열리면서, 멕시코는 여자 축구를 통해 다시 '붐 업'을 일으키려 하지만, FIFA는 각국 축구 협회를 통해 여자 축구팀 참여를 제재하기에 이른다.

테니스 슈퍼스타 세레나 윌리엄스와 비너스 윌리엄스가 제작한 <코파 71>은 지금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여자 축구 시장에서 조명되지 못한 1971년 대회를 통해,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조롱의 대상이 된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가 됐다.

특히 당시 대회에 나선 멕시코,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잉글랜드, 덴마크, 프랑스 선수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등장하며, 현재 FIFA 여자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4차례 우승을 한 미국 선수들의 '71년 대회를 알지 못해서 느낀 분노'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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