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타니컬 스튜디오 삼의 정원이야기4

이번 정원은 연희동 어느 오르막길을 올라 만날 수 있는 주택 내에 위치한다. 반려묘와 함께하는 삶, 무채색과 차분함을 선호하는 감각 있는 젊은 부부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진행되는 리뉴얼 프로젝트였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
위치 서울 마포구 연희동
면적 약 95㎡
기간 2024년 7월 ~ 9월

정원을 조성할 공간은 1층 내부에서 문을 열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마당 공간’과 한 단 아래 내려가 뒷문까지 연결된 ‘측면 공간’으로 나눠졌다. 각 공간 특성에 적합하면서도 향후 공간의 이용 방식을 염두에 두고 형태를 다듬었다. 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도 고려하며 수종을 선택해 갔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고객 취향이었다. 젊은 부부는 화려함보다는 차분함을, 느슨함보다는 풍성함을 선호했다. 때로 재택근무 형태로 일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야외가구를 놓을 수 있도록 마당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길 바랐고 라일락과 같은 꽃향기 좋은 나무를 희망했다. 두 달여 간의 설계 기간 동안 조성될 정원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최종적으로 마당 공간에는 흰 꽃과 향기를 즐길 수 있는 ‘테라스 가든’으로, 측면 공간은 길게 자란 나무 사이의 작은 오솔길과 같은 ‘리틀 포레스트 가든’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기존에 살던 가족이 이사하고 정원주가 입주하기 전 한 달여 간 인테리어와 조경공사를 진행하기로 일정을 조율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원주가 우리에게 직접 연락해 계약이 성사된 경우였기에 인테리어 관계자와는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조경공사는 1주일을 예상했고 인테리어 공정에 겹치지 않도록 입주 직전에 맞춰 착공 일정을 잡았다. 이렇게 진행하면 마무리, 잔손보기, 준공 청소 정도만 인테리어 공정에 겹치기에 상호 간 트러블 없이 공사 후 가장 좋은 상태에서 정원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포장 소재가 연출하는 리듬감
착공 후 첫 공정은 철거였다. 데크, 잔디, 풀, 상태 좋지 않은 일부 흙까지 들어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특히 측면 공간에 가득 찬 대나무를 철거할 때는 깊이 뻗은 뿌리까지 최대한 뽑아내야만 했다. 공간 특성상 인력으로 모든 작업을 진행해야 했는데 3일이라는 시간 동안 마당 공간과 측면 공간, 두 곳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 흙으로 채우니 생각보다 넓고 밝은 공간으로 변모해 있었다.
데크를 철거한 영역에는 마당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도록 폭 70cm 정도로 포장 마감했다. 설계 단계에서 옅은 회색 타일과 비슷한 톤의 타일을 제안했지만 다른 제품이 선정되다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고 타일 줄눈을 원하지 않았던 점도 고려해 ‘콘크리트 포장’이 채택됐다.
계단 하나 정도의 단을 내려와 마당 공간에 진입해 밟는 디딤석은 ‘철평석 디딤석’을 놓았고 80cm 높이의 단차를 편하게 오르내리도록 폭 1m의 ‘화강석 계단석’도 놓았다. 서로 다른 세 가지의 포장 소재가 단조롭지 않은 리듬감을 연출했다. 붉은 벽돌로 벽이 세워진 단차의 옆면은 위에서 봤을 때 불필요한 두께가 없어지도록 7mm 구리 철판으로 마감했다. 철판에는 따로 도장하지 않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녹슬어 가는 모습을 제안했다.
계단을 내려와 측면 공간에 적합하도록 선형 동선과 양옆 식재 영역으로 구분했다. 특히 집으로 들어오는 방향은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시야를 텄으며 외부 시선은 적절하게 가려지도록 식재 배치에 세심한 계획을 반영했다.

콘셉트에 맞춰 향기 가득한 두 영역
테라스 가든(마당 공간)에는 배롱나무 주변으로 팥배나무, 산수유 그리고 꽃향기가 좋은 함박꽃나무, 바이텍스를 함께 심었다. 그중 정원주가 가장 선호했던 라일락 나무를 가장 고민하며 심어 갔다.
작은 나무(관목)로는 설유화, 장미조팝, 공조팝, 소주조팝, 미스팀라일락을 심었다. 길게 늘어진 얇은 가지에 봄부터 가을까지 차례로 크지 않은 꽃이 피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수종으로 선택했다. 억새, 새풀, 수크령, 털수염풀, 은사초와 같은 벼과/사초과 식물을 식재 공간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한 후 매발톱, 사계바람꽃, 문빔, 딜, 꼬리풀, 백리향, 은쑥 등의 다년생 초화도 함께 심었다.
리틀 포레스트 가든(측면 공간)에는 자작나무를 지그재그 형태로 자연스럽게 심은 뒤 그 아래에 반음지에서 잘 자라는 옥매, 백당나무, 공조팝 등의 작은 나무를 심었다. 낮은 풀(초화)로는 모로워사초, 일색고사리, 자엽곰취, 비비추, 노루오줌, 매화헐떡이를 선택해 섞어 심었다. 이 수종들은 다양한 색의 잎을 가지고 있거나 특이한 질감을 가지고 있어 꽃뿐만 아니라 잎으로도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월에 꽃이 피는 헬레보루스도 함께 심어 봄이 오기 전부터 꽃을 즐길 수 있도록 제안했다.
정원을 마감하는 소재로는 왕마사와 바크, 그리고 이 둘이 섞이지 않도록 엣지(경계제)로 시공했다. 주택을 둘러싼 울타리가 목재 혹은 적벽돌이다 보니 맞닿은 식재 공간은 갈색과 톤이 맞는 바크로 마감하길 바랐는데 이번 정원주와는 꾸준한 소통을 통해 정원을 비롯해 시설물, 포장 등까지 완성도 높은 모습을 구현할 수 있었다.
유난히 더웠던 작년 여름에 공사하다 보니 조성 직후 식물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됐다. 하지만 정원에 워낙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정원주가 잘 돌보고 있으니 점점 더 건강하고 완숙미 넘치는 형태로 자리잡아 가리라 확신했다.
보타니컬 스튜디오 삼(森)에서는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다양한 생각을 모아 숲과 같은 ‘건강’한 생태계가 있는 정원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귀담아 들은 후 많은 고민을 하며 정원과 사람이 ‘건전’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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