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노출장면 위해 극도로 물을 안마신 배우에게 생긴 일

(Feel터뷰!) 넷플릭스 '지옥2'의 김성철 배우를 만나다
3년 만의 시즌2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 ‘지옥’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벌어지는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된다.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와 죄인 박정자도 부활했고 배영재와 송소현 부부의 아기 배재현도 생존했다. 정부는 기능을 상실했고, 세력이 약해진 새진리회는 관료화되었으며, 내부 갈등이 강화된 소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를 틈 타, 실질적 영향력을 키운 화살촉이 세력을 넓히며 더 큰 혼란이 가중된다.

<지옥 2>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김성철과 10월 30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이야기 나누었다. 김성철은 배역 교체라는 막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합류했다. 기존 캐스트지만 새로운 배우가 연기한 더블 캐스팅 같은 상황이다. 김성철은 뮤지컬을 오래 해왔기에 하나의 배역을 배우마다 다르게 연기하는데 익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이 든 성배’, ‘못 해도 욕먹고 잘해도 욕먹는 역할’을 누가 할지 관심과 기대가 컸다. 지난 25일 드디어 베일에 싸인 김성철의 정진수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쉽게 도전하기 힘든 자리다. 합류 소감을 묻자 “연니버스를 좋아한다. 연상호라는 국내 유일 장르의 매력을 느꼈다. 시즌1도 재미있게 봤었는데 톱3 중 정진수가 매력적이었다. 어찌 되었든 제의가 왔으니 대본을 봤고 흥미를 느껴 참여하게 되었다. 특히 시즌2는 새로운 얼굴이 많아서 매력적이다. 문근영 선배를 포함해 신선한 얼굴을 보는 게 미디어의 순기능이다”고 밝혔다.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 드라마, 시리즈 매체를 따지지 않는 독보적 배우다. 특히 노래 실력까지 출중해 뮤지컬계에서도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1대 의장이 토대가 된 시즌1의 정진수와 다른 결을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다.

세상의 우려에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1의 정진수가 모델이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정진수는 티모시 샬라메가 했어도 호불호가 있을 거다. (웃음) 익숙하지만 새로운 얼굴로 다가가야 하니 그게 어려웠다. 다행히 웹툰이 원작이까 참고했다. 웹툰의 정진수를 분석해 캐릭터 구축에 도움받았다. 아인 형의 정진수가 참고 대상이 될 수는 있고 비교 대상이 되겠지만 작품 끝에는 정진수의 결말에 다들 이입하길 원했다. 저만의 해석으로 만들면 되니까 걱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제가 원작충(?) 이다. (웃음) <데스노트> 때도 애니메이션을 300번 넘게 본 것 같다. 배우 주관보다 감독과 작가가 원하는 정진수를 이행하는 데 중점 두었다. 성격상 원작의 모델이 있다면 최대한 싱크로율을 맞추려 든다. 텍스트이거나 2D의 캐릭터가 직접 살아 숨 쉬는 것처럼, 3D 구현의 표정과 말투를 만들어 내는 희열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성철만의 해석을 묻자 “정진수는 20년 전 고지를 받고 피해의식으로 정신이 망가졌다. 본인만 고지를 받은 건지 궁금했지만 숨기고 살았다. 이 고통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새진리회를 만든다. 지옥사자가 처음 등장해서 점차 세상이 망가져 가는 과정은 자신의 고통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였다. 고통을 남들에게 주고 싶었던 사람이다. 지옥을 경험한 후 부활한 정진수는 이내 해체되고야 만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속인 거짓말쟁이의 최후도 보여준다. “시즌2에서는 정진수가 느낀 공포와 고통이 극대화되어있다. 지옥에 다녀온 경험뿐만 아니라, 증오했던 가족사, 대신 살해했던 사람 등이 떠오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미래를 바꿀 수 없음을 의식하고 견뎌야 함을 깨닫는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시즌2는 뉘우치지 않는 악인을 처단하는 게 실현되는 순간이다. 어쨌거나 주인공을 생존했으니 해피엔딩 아닐까 싶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의가 이긴다’겠다. 그 와중에 부활 기회를 얻고도 철저히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이 정진수다. 이미 자아가 없는 인물이다. 괜찮은 척 연기하는 것뿐이라 측은하게 보였으면 했다. 미움받지만 동정, 측은지심이 들어야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리라 믿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시연 받기 무서워서 박정자를 만나 물어볼 말이 차고 넘친다. 부활 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용하면서 다면적인 모습을 보인다. 박정자의 부활 소식에 천세형(임성재) 이용해 접근한다. 이 상황을 지켜보니 화살촉은 지능이 떨어져 이수경(문소리)을 찾아간다. 이를 이용해서 결과적으로는 박정자를 만나는 데 쓴다. 그래서 상대를 만날 때마다 다르게 소화하려고 했다. 특히 박정자와 만나는 장면을 선보이려고 달려왔나 싶을 정도였다. 나와 같은 고통이냐고 물으며 공감을 이끌어 내야 했고 광기보다는 고통에 초점 두어 연기했었다"라며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덧붙였다.

캐릭터, 장르, 매체 등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성격 같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도 조승우 버전과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고민이 앞선다. 저를 또 한 번 입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진수 때는 겉으로만 괜찮아 보였던 거지, 실제 잠도 설치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고 한창 예민했다. 노출의 두려움도 그렇다. 수분기 없이 피폐하고 메마른 모습을 보여주려 유산소 운동을 많이 했다. 그랬더니 수분이 빠지고 푸석한 느낌이었다. 실제 촬영할 때 목이 말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아닌 척했던 건 배우가 현장에서 의문을 품는 순간 다른 분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언제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어떤 작품이든 두려움을 뚫고 한 단계 나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지옥>은 월드 와이드 작품이기 때문에 저를 알릴 기회로 충분했다. 다음에도 넷플릭스와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의연하게 대답했다.

어두운 세계관을 접근할 때는 심적으로 고통스러울 거라는 생각에 “지옥의 거대한 메시지를 시즌1에서 느꼈는데 실제 감독님을 만나보니 정도 많고 인간적인 분이셨다. 아이디어와 장르는 거대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건 결국 휴머니즘이더라”라며 “저라면 천세영처럼 행동했을 거다. 사회현상을 그대로 믿지 않고 변해가는 인물을 지켜보게 될 것 같다”고 솔직히 답했다

“짙은 배역에 관심이 많다. 아직 장르 쪽에 쓰임새가 있다고 판단해서 도전하고 있다. 또 이런류의 캐릭터가 표현할 부분, 느낄 수 있는 감정도 많다”며 힘든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도 털어놨다.


한편, <지옥2>는 지난 10월 25일 공개되어 절찬 스트리밍중이다.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