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쾌활한 전자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 키라라 인터뷰

그가 5월 26일 공개하는 일곱 번째 소품집 ‘cts7’과 함께 돌아왔다. 

키라라가 돌아왔다. 5월 26일 공개하는 일곱 번째 소품집 ‘cts7’과 함께다. EP라는 이름보다 소품집이라는 명칭을 선호하는 그는 2021년 12월 18일 칼날비처럼 날카롭고 눈보라처럼 차가운 네 번째 정규 앨범 ‘4’로 강렬한 저항과 고통의 절규를 내뱉었다. 이제는 안심해도 좋다. ‘그냥 댄스음악이 아니었다'고 인정한 지난 정규작과 달리 ‘cts7’는 정말 댄스음악이다. 즐겁고 쾌활한 전자음악 앨범이다.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동료들과의 재치있고 즐거운 협업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인터뷰 촬영전 키라라는 포토그래퍼에게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액세서리 대신, 티셔츠에 가디건을 입고 앙증맞은 피카츄 가방을 메고 있는 익숙한 키라라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했다. 그는 ‘cts7’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나 둘 셋 넷, 일 이 삼 사, 재미있는 숫자놀이와 함께 키라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키라라의 인터뷰 내용 중 각 부분에 어울리는 숫자로 본문을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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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댄스 음악이니까, 재밌게 들어주세요'라 말했던 정규 앨범 ‘4’ 이후 2년이 흘렀다.
‘4’ 앨범의 인트로는 반어법이었다. 이 앨범은 심각하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cts7’에는 그런 게 없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정치적 함의도 담겨있지 않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 이 앨범과 함께 공개하는 여러 콘텐츠의 결이 심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4’를 만들 당시에는 여러 사건으로 인해 많이 돌아있었다. 지금은 멀쩡해졌다. 아티스트가 무거운 음반을 발표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언제나 심각하고 우울한 것은 아니다. ‘4’를 만들며 혼란스러운 마음이 많이 나아졌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소셜 미디어에서 심각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고민의 양에 비해 말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생각이 나면 그것을 쭉 써보는 게 습관이다. SNS에 심각한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런 생각에 갇혀 지내는 것도 아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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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앨범 발매 후 어떻게 지냈나. ‘cts7’의 준비 과정을 듣고 싶다.
인터넷 방송을 많이 진행했다.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하고 다시보기는 남기지 않는다. ‘cts7’의 앨범의 절반 이상은 모두 방송을 켜놓고 만든 곡이다. 창작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동네 카페에서 작업하며 친구 한 명 앉혀놓듯, 누군가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디어를 주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을 느꼈다.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막 떠들면서 작업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막 튀어나온다. ‘4’ 앨범에도 인터넷 방송을 하며 만든 ‘참변'이라는 곡이 있다. 자조적인 농담과 욕을 섞어가며 아무렇게나 떠들면서 작업한 곡이었는데, 지금 다시 들어보면 노래가 갖고 있는 광기가 그런 작업 방식으로부터 왔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과거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던 유튜브 채널 ‘아니 어떻게 이렇게', EBS 스페이스 공감, 김밥레코즈와의 ‘디깅 김밥 레코즈'  등 키라라의 입담은 사실 이전부터 심상치 않았다.
내가 음악도 잘하지만 말도 잘한다. 아무 사람 무작위로 100명 세워놔도 말 잘 할 사람이다. 어떤 행사를 진행하거나 우스갯소리로 사람들을 재밌게 만들거나 둘 다 자신감이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로 디제잉을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과거 키라라는 자신의 라이브 셋을 디제잉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섭외 요청을 거절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었는데.
첫째로 나는 디제잉을 싫어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라이브 셋을 강조하면서도 디제잉을 완벽하게 잘 해내는 것이 멋진 일이라 생각했다. 어떤 제안에 대해 거절의 의사를 밝힐 때는 그 대상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때 더 멋지지 않나. 둘째로는 현실적인 문제다. 해외 페스티벌을 돌다 보면 아무리 내 장비를 깔아서 라이브셋을 하고 싶다고 해도 디제이들 사이에서 플레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설치와 해체가 익숙한 홍대 공연장이라면 모를까, 이태원의 많은 댄스클럽에서도  라이브셋을 한다고 하면 내키지 않아 한다. 셋째로 나는 언제나 음악을 하며 디제잉을 배우고 싶었다. 실제로 해보니 재미있다. 남산에 있는 DJ 학원을 다니며 ‘4’ 앨범을 만들었던 휘몰아치는 감정을 다스리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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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cts7’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타이틀곡 ‘숫자'부터 소개해달라.
‘4’ 앨범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나의 모든 정규 앨범은 개인적인 감정에 관한 작품이다. 소품집을 만들 때만큼은 철저히 즐거운, 심각하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 담고 싶었다. 그 감정을 경음악의 형태보다 가창을 활용해서 해냈을 때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계속 의미 없는 말을 내뱉는다던가, 인과관계가 깨진 스토리텔링을 한다던가, 스포큰 워드를 한다던가, 5분 동안 스캣만 한다던가… 그 시작에 위치한 곡이 ‘숫자'다. 크라프트베르크, 코넬리우스의 선례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터넷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들이 무작위로 채팅창에 올려준 숫자를 읽었다.

흥미롭다. 바탕에는 인터넷을 통한 인간과의 소통이 있고, 발화라는 행위 자체도 굉장히 인간적이다. 그런데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를 읊는 ‘숫자'는 기계적인 출력에 가깝다.
어떤 방향으로든 한 번 꼬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흔히 ‘깽판'이라 부르는 작업 방식이다. ‘숫자'에서도 재치있는 가창이 몇 군데 있다. 밈을 의도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이 곡도 ‘4’에 이어 화가 나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감정을 배제했다고 하나 듣기에는 화가 나서 숫자를 읊는, 그런 느낌이 있다.
매디엑스피(MADDYXP)가 보컬 디렉팅을 맡아주었다. 원래 이 곡은 데모부터 과격하게 소리 지르는 노래였다. 원래 내가 큰 소리를 좋아하니까 데모부터 숫자 가창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대로 갔고, 녹음실에 가서 더 호탕하고 신나게 숫자를 노래해야 했다. 그런데 혼자 가기가 싫은 거다. 친구인 매디엑스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 녹음했을때 목소리가 굉장히 찢어져서 나왔는데 매디엑스피가 몇 번 디렉팅해준 대로 부르니 깔끔한 소리가 나왔다. 소리가 좀 더 열렸다. 전 버전이 좀스럽고 나약한데 애써 강한 척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면, 완성된 노래는 쩌렁쩌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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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바가지 바이펙스13 리믹스는 어떻게 성사되었나.
나는 언제나 변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음악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대한민국 대표 DJ라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내 음악을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했다. 완전히 강남 클럽같은 분위기로 부탁했다.

바가지 바이펙스13과 더불어 앨범에는 돌김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등장한다. ‘오의’는 어떤 곡인가.
방송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 중 화성학에 해박한 유저 돌김님이 있었는데 그가 나에게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했다. 작업할 때 쓸 수 있는 소스를 굉장히 많이 전달해주시기도 하셨고. 사실 키라라의 음악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테크니컬한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돌김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학습의 영역을 이 분을 통해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김님이 써주신 화성과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재미있게 편곡하며 의미를 담을 수 있었던 곡이 바로 ‘오의’다. 비틀린 댄스 음악 구조 위 아름다운 화성 진행을 올리는 데 성공해서 성취감이 컸다.

‘ct21071’는 두번째달의 노래 ‘케-쉐트'를 샘플링했다.
좋은 샘플링 곡은 원곡의 느낌을 분명히 담으며 그 곡을 선택한 이유가 선명한 노래라 생각한다. 이 샘플이 아니라 다른 샘플을 사용해서도 똑같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 곡은 좋은 샘플링 곡이 아니라고 본다. 샘플링을 할 때 리프가 재미있거나, 텍스처가 재미있거나 두 선정 기준이 있는데 ‘ct21071’에서 두번째달의 음악을 선택한 것은 전자의 이유였다. 텍스처 중심의 샘플링이라면 포스트락이나 슈게이징 장르 음악을 활용했을 것이다. 평소 자주 가지고 놀았던 두번째달의 음악을 가져와 적재적소에 첨예하게 끼워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나의 강점이 그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수록곡도 소개해달라.
‘ct22031’은 키라라 소품집에 수록하는 빅비트 스타일의 음악이다. 키라라의 음악답게 화성을 넣고 스네어가 큰, 가장 현재의 키라라같은 음악이다. 최근 키라라 공연에서 오프닝으로 많이 연주되고 있는 노래다. ‘ct22061’은 보너스 트랙 느낌의 곡이다. 과거 한예종 대학원으로부터 외주 요청을 받아 만들어 두었던 곡이었는데 이제야 발매할 수 있게 됐다. 뮤지션 기나이직이 ‘Postwar’ 앨범을 만들 때 클래식 악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클래식의 문법을 담고 싶어 하던 것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실제 악기를 연주하는 맥락이 있으나 자세히 들어보면 미디로 찍은 악기에 벨로시티 조절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음의 강약이 하나도 없고, 빠르기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 테크노에 가까운 곡이다.

에디터 Doheon Kim, Songin
사진 Injun Park


앨범을 듣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등
인터뷰 전문은 i-D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