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파업” 중재 거부한 오세훈 서울시장…지하철 파업 길어지나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노조가 3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출근 시간대에 대체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운행에 차질은 없었지만, 오후부터 퇴근 시간대까지 혼잡이 예상된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오세훈 서울 시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지만, 오 시장이 개입을 거부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교통공사노조 조합원들이 30일 오전 10시40분 서울시청 인근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본격 투쟁을 알렸다. 서울교통공사노조의 파업은 1∼8호선 기준으로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양대 노조(서울교통공사노조·통합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과 사측은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전날 오후 10시께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핵심 쟁점은 인력 구조조정이다. 사측은 구조조정 시행을 올해 유보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기존 합의 사항인 장기 결원 인력 충원과 승무 인력 증원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명문으로 합의한 내용보다 후퇴한 방안이라는 판단이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 직원 1539명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즉각 반발하며 그해 9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는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대신 재정손실이 큰 심야 연장운행을 폐지하는 내용의 임금·단체협상을 극적 타결했다. 시는 올초 심야 연장운행 폐지를 공식화했지만 '택시 대란'이 발생하면서 지하철 운행을 기존 0시에서 오전 1시까지로 1시간 늘렸다.
노조는 구조조정안 전면 철회와 안전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2인 1조 근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1∼8호선 265개 지하철역에는 안전 관리와 민원 응대를 위해 역당 4개 조씩 총 1060개 조(8월 기준)가 근무한다. 이 중 2인 근무조가 39%(413개)나 차지한다. 2인 근무조는 휴가 등으로 1명이 빠지면 혼자 근무하게 되는데, 노조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도 이 같은 근무형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서울시의 중재를 요청했지만 오 시장은 이번 파업을 '정치적 파업'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개입을 거부했다. 이날 시청에서 열린 주거안전망 확충 종합계획 기자설명회에서 지하철 파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정치적 파업"이라면서 "표면적인 파업 이유는 구조조정과 혁신안 철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공공운수노조·화물연대 파업과 배경이 연결돼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출퇴근길과 발을 볼모로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노총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 공사의 파업이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노조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조합원 1만3000여 명의 총파업에도 이날 오전 출근길 지하철 1~8호선은 별다른 문제 없이 정상 운행됐다. 시와 교통공사는 퇴직자, 협력업체 직원,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사 직원 등 1만3000여명으로 지하철 수송 기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출근 시간대에는 지하철 운행률을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고, 낮 시간대와 퇴근시간대 운행률은 67.1~85.7%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노사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데 이어 오 시장도 중재를 거부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와 교통공사는 1주일 이상 파업이 장기화될 것을 가정하고 2단계 대책을 세웠다. 이날 노조는 "정치 파업이 아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투쟁"이라며 "안전한 지하철을 위해 어떤 시민도 죽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왔다"고 호소했다. 출정식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재 노총과 정부와의 관계를 두고 '전면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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