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 탐구]① ’차세대 기수’ 박상규 SK이노 사장, ‘선택과 집중’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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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 E&S와 합병을 추진하며 SK그룹 리밸런싱 전략의 최일선에 섰다. 이 과정에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CEO) 사장은 총수 최태원 회장을 보좌하며 개편을 진두지휘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말에 진행한 그룹의 사장단 세대교체에서 그룹의 차세대 리더로 위상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의 각종 개편 작업을 주도할 적임자로 꼽힌다.

여기에는 박 사장을 향한 그룹의 깊은 신뢰가 있다. 그는 SK이노베이션 전신 유공에 입사한 이후 전략과 기획, 마케팅 전반에 걸쳐 주요 부서를 거쳤다. 지주사 SK㈜에서 투자와 기획전략 부문에서 경험을 쌓았고 6년간 SK네트웍스 대표직을 수행하며 쇄신 작업을 주도해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에 필요한 기반을 다졌다.

SK네트웍스 ‘체질개선’ 주도…변화 이끌 적임자

박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다. 그는 1987년 SK이노베이션 전신 유공 석탄사업부에 입사한 이후 SK에너지 소매전략팀장과 SK㈜ 투자회사관리실 기획지원담당 기획팀장, 워커힐호텔총괄, SK네트웍스 대표이사 사장 등 요직을 거쳤다.

박 사장이 2016년으로 SK네트웍스 대표 선임을 계기로 C레벨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SK네트웍스의 격변기를 맞이해 변화를 주도했다. 2015년 부사장 승진에 이어 불과 1년만에 대표까지 맡아 파격적 인사의 한 축으로 꼽혔다. SK네트웍스는 정보통신과 주유소, 패션, 호텔 등의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었다.

박 사장이 취임하던 당시 SK네트웍스 연간 매출은 감소추세를 보였다. 취임 직전연도에도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적자를 보이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아울러 사활을 걸었던 면세점 사업 고배를 마시며 신성장동력 확보 작업도 난항을 보였다. 실적은 부진을 거듭하면서 재무 부담을 키웠다.

박 사장은 SK네트웍스의 체질개선과 함께 재무구조 안정화에 나섰다. 기존 정보통신과 상사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소비재와 렌탈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취임 첫해 2월에 패션사업을 양도했고, 3월에는 LPG 사업과 LPG충전소를 SK가스에 3102억원을 받고 넘겼다. 8월에는 에너지 사업(EM)의 유류제품 도매판매(Wholesale) 사업을 SK에너지에 3015억원에 팔았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활용해 2019년 AJ렌터카를 2958억원에 인수했다.

박 사장이 주도하는 쇄신안은 그룹의 꾸준히 지지를 토대로 진행됐다. 덕분에 2020년 재선임에 성공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재편을 주도했다. 재임 첫해 6월 MOST사업(석유제품 소매판매) 관련 부동산과 자산, 인력 등을 1조3283억원에 양도했다. 그해 12월에는 골프장 사업을 영위하는 SK핀크스를 휘찬에 처분했다. 2021년 7월에도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철강 수출입 사업을 중단했다.

SK네트웍스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면서 사업형 투자회사 전환을 선언했다. 2018년 마켓컬리에 첫 투자를 단행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국내외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격적 투자에 나섰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500억원 자금을 썼다.

‘세대교체 인사’ 핵심…경영 불확실성 해소 중책

박 사장이 이처럼 SK네트웍스에서 과감한 재편 작업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주사 SK㈜에서 쌓은 경험과 신뢰가 있다. 그는 2006년 SK㈜에서 처음으로 임원을 달았다. 이후 SK네트웍스로 옮겼다가 2011년 다시 지주사로 돌아와 비서실장 전무에 발탁됐다. 이 자리에서 투자전략 핵심 역할을 맡았고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측근으로 자리를 잡았다.

박 사장은 SK네트웍스에서 6년간 대표직을 마치고 2022년 말에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 사장에 취임했다. SK엔무브는 기유와 윤활유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그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에서 에너지 시장 전반을 파악하고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 총괄사장에 올랐다. 그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보좌하며 내실 강화와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SK그룹의 혁신을 위한 대대적인 세대교체 인사에서 박사장이 에너지 중간지주사 사장에 선임된 점에서 오너가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관련 공시에서 박 사장을 “도전적 환경에서 거버넌스 체계 정립 등 직면한 대내외 이슈 문제해결 역량을 후보자”라고 소개했다.

박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중량감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사장 취임과 함께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엔무브, SK온 등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임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해 1월부터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박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은 7373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석유 사업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익에 타격을 입혔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SK E&S와 합병 등을 추진해 재무적 안정성 확보에 나서며 다시 한번 대대적 개편의 중책을 맡았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윤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