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공채 12기, 대한민국 대표 개그우먼 김숙은 1995년 방송계에 발을 들였습니다.
예능계를 뒤흔들던 ‘개그콘서트’의 중심에서 유쾌한 웃음을 주던 그녀는, 이후 여성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며 2020년 KBS 연예대상까지 거머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김숙에게도 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근 공개된 유튜브 예능 ‘비보TV’에서 김숙은 잊고 지냈던 과거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스무 살 때 KBS에 들어갔는데, 7~8살 많은 선배가 짚신을 집어 던졌어요.”
김숙이 막내 시절, 선배의 발 사이즈를 몰랐다는 이유로 던져진 건 다름 아닌 소품용 짚신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상황을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컸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야구방망이로 맞은 것보다 마음이 더 아팠어요.“
“성인이 돼서 처음 맞은 거였거든요.”
당시 그녀는 “그 선배, 지금은 굉장히 힘들게 살고 있다”고 말하며, 더는 그를 향한 감정조차 남아 있지 않음을 암시했습니다.
마치 세월이 저마다의 몫을 공평하게 나눈 듯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시절, 함께한 선배 송은이와의 에피소드도 다시금 회자되었습니다.
김숙이 짚신을 맞고 고개 숙이고 있을 때, 송은이는 말없이 제대로 된 짚신을 들고 나섰고, 이후 3년간 짚신을 도맡았습니다.

“송은이가 너무 미웠어요.“
“왜 너는 송 선배처럼 못 하냐고, 나만 혼났거든요.”
짚신으로 던져진 조롱과 위계는 김숙의 어린 자존감을 깊이 찔렀고, 그 기억은 그녀의 가슴에 오랜 시간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은 김숙이라는 사람을 만들었습니다.
후배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군기를 강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권위에 맞서는 독특한 개그 스타일은 그 시절의 아픔을 되새긴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김숙은 그렇게 무명과 수모를 견뎌내고, 이제는 ‘여성 예능의 상징’이라 불리는 인물로 우뚝 섰습니다.
무명 시절 홍대에서 옷을 팔며 생활비를 벌던 그 시절, 게임 중독에 빠져 2년을 허비했던 때조차도 이제는 그녀를 이루는 서사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많은 이들이 끄덕인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선배는 지금 힘들게 살고 있다.”
가해자는 잊었을지 몰라도, 피해자는 기억합니다.
그러나 김숙은 그 기억에 갇혀 있지 않았고, 그것을 이겨내 웃음으로 바꾸어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대는 카메라 뒤에서 후배들을 함부로 대했던 그 선배 개그맨이 아닌 김숙을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