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근개 파열 후 근육 ‘지방 침윤’, 고지혈증 약으로 억제 가능성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통증뿐 아니라 팔을 들어 올리는 힘이 크게 떨어진다. 수술로 힘줄을 봉합해도, 시간이 지나 다시 파열되거나 기대만큼 힘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근육 속에 지방이 스며드는 '지방 침윤'이다.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정상적인 근육세포가 점차 지방세포처럼 변하면서 근육의 질이 떨어진다. 이렇게 변한 근육은 수술로 힘줄을 다시 붙여도 회복력이 낮아, 치유 실패나 재파열 위험이 커진다. 이 같은 근육의 질적 저하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지만, 이를 뚜렷하게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약물 치료법이 거의 없다.

정석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연구팀은 최근 고지혈증 치료제로 쓰이는 '페노피브레이트'가 회전근개 파열 후 발생하는 근육의 지방 침윤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근육세포를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놓아, 회전근개가 파열된 근육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었다. 여기에 페노피브레이트를 처리하자, 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단백질(FABP4)의 발현은 뚜렷하게 줄었고, 지방을 에너지로 쓰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PPARα)의 발현은 증가했다.
이어 흰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는 회전근개를 일부러 파열한 뒤 봉합하고, 파열 부위에 페노피브레이트를 국소 주사했다. 6주 뒤 근육을 분석한 결과, 약물을 쓰지 않은 대조군은 근육 면적의 약 46%가 지방으로 변했지만, 약물을 투여한 군은 약 7% 수준에 그쳤다. 조직 검사에서도 약물 투여군의 근육 구조가 훨씬 건강하게 유지된 것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이미 사용 중인 약물이 근육의 질적 저하를 늦추거나 억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 결과는 세포·동물 실험 단계의 연구이므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려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석원 교수는 "이미 임상적 안전성이 확립된 페노피브레이트를 회전근개 질환 치료에 재창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크다. 향후 수술 후 힘줄 치유 환경을 개선하고 재파열 위험을 낮추는 새로운 보조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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