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꽃보다 용돈·식사’...칠성 꽃도매시장 ‘울상’
점주 “예전보다 매출 절반 줄어
”30대 상인은 SNS 홍보에 집중
실용적인 선물 선호 경향 증가
카네이션 특수는 이제 ‘옛말’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기념일 선물에 대한 인식도 변하면서 어버이날 카네이션 특수는 옛말이 됐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찾은 대구 북구 칠성동 꽃 도매시장은 카네이션 등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벼야 할 대목인데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도매시장 상인들은 손님들을 기다리며 꽃과 모종을 정리하고 있었고 문을 연 가게 앞에는 ‘카네이션 안 비쌉니다. 만원짜리도 있습니다’라는 쪽지가 붙여져 있기도 했다.
일부 손님들은 꽃을 보려고 가게를 들렀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 20년간 꽃집을 운영한 이명희(56)씨는 “예전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맘때면 카네이션 등 꽃을 사러 온 손님들과 물건을 떼어 가려는 소매 점주들로 정신없이 바빴다”며 “코로나 때보다야 나아지긴 했지만 예전 대목에 비하면 매출이 절반 가까이 감소해 가게를 운영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상인은 “지금 시장에 손님보다 꽃이 더 많다”고 했다.
인근 상가는 트렌드에 맞춘 꽃다발을 온라인으로 홍보하는 새로운 판매 전략을 세웠다.
도매시장 근처에서 올해 꽃집을 연 권미성(36)씨는 “꽃 수요가 많을 것 같아 이곳에 가게를 차렸지만 생각만큼 손님이 없어 SNS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현금을 끼운 꽃다발과 배달 등으로 겨우 적자는 면하고 있지만 도매시장 업주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라 이런 방법을 쓰기도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고 꽃다발보다 현금이나 실용적인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꽃 선물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KB국민카드의 이달 주요 기념일 선물 준비와 계획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버이날 선물 1위는 용돈이 9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카네이션 등 꽃은 24%에 불과했고 건강식품(13%), 의류·잡화(6%) 순이었다.(복수응답)
어버이날 부모님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는 직장인 김은정(28)씨는 “꽃도 웬만하면 3만~5만원이 훌쩍 넘어가니 차라리 그 돈으로 같이 맛있는 것을 먹는게 나을 것 같다”며 “부모님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용돈을 따로 챙겨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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