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란한 도심에서 벗어나 고요한 쉼을 원하는 계절, 여름. 시원한 바람과 나뭇잎 소리만 들리는 곳에서의 하루는 그 어떤 여행보다 특별하게 다가온다.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죽도 상화원’은 그런 여름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인공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곳은, 단순한 정원을 넘어선 ‘사색의 공간’이다.

보령시 남포면 죽도리. 원래는 울창한 대나무숲으로 인해 ‘대섬’이라 불렸던 이 작은 섬이 지금은 전통 정원 ‘죽도 상화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포 방조제를 따라 차를 몰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이 섬은, 대천해수욕장에서 불과 3km 떨어진 거리에 있어 여름철 보령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섬 전체가 정원으로 조성된 죽도 상화원은 20여 년의 세월 동안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롭게 다듬어졌다.
상업적 개발 대신 자연과의 공존을 택한 이 정원은 방문객에게 인위적인 느낌보다 진짜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편안함을 선사한다.

죽도 상화원을 걷다 보면 ‘설계된 아름다움’보다 ‘존중된 자연’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섬을 따라 조성된 ‘회랑’이라는 산책로는 길고도 부드럽게 이어지며, 걷는 내내 발밑의 흙길과 귓가에 머무는 새소리,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동행한다.

특히 해 질 무렵 ‘석양정원’에 이르면, 온 섬이 붉은 빛으로 물들며 절경을 이룬다. 석양 아래 고요히 펼쳐지는 전통 정원의 풍경은 오랜 여운을 남긴다.
휴식과 사색을 동시에 품은 이 정원은, 그저 ‘예쁜 곳’이 아닌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다.

죽도 상화원의 또 다른 매력은 정원 속에 조성된 한옥마을이다.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가옥을 복원해 만든 이 공간은 고풍스러운 기와지붕 아래 정원과 돌담길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죽도 상화원은 금요일부터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에만 개방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은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하므로 계획적인 방문이 필요하다.
하루 일정으로 대천해수욕장과 함께 다녀오기 좋은 거리이기 때문에 바다의 활기와 정원의 고요함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점도 이곳의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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