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다. 허기질 때, 술 마신 다음 날, 혹은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 찾게 되는 국밥. 뚝배기에 끓고 있는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 삼키고는 "시원하다"고 내뱉는 우리를 한국에서 자라지 않은 이는 이해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국밥이 이제는 세계인의 마음을 데우고 있다. K콘텐츠와 K푸드의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언급하는 것은 다소 진부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또 다른 K푸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옥동식 셰프의 국밥은 여전히 주목 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옥 셰프는 서울 마포구에서 돼지국밥 단일 메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옥동식'을 오픈해 7년 연속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되면서 국내 외식 시장에 맑은 돼지국밥을 대중화한 주인공이다.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도전적이었다. 국밥 하나로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매장을 내고 김치, 불고기, 비빕밥에 익숙한 뉴요커들에게 신개념 K푸드를 선보였다. 이 국밥집은 이제 미국 뉴욕, LA와 프랑스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소울푸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뜨거운 국물을 마신 뒤 느껴지는 시원함이 머지않아 인류의 보편적 정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안고 최근 뉴욕 맨해튼 이스트 30번가에 있는 옥동식 매장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도 오전11시쯤 문을 열기도 전에 뉴요커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국밥이라는 한국의 소울푸드로 해외에 진출했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계기가 있나.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국밥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졌다. 불고기, 비빔밥, 김치처럼 이미 알려진 음식이 아니라 생소한 메뉴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국밥이야말로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음식이라고 확신했다. 한 그릇을 먹으면 온몸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그 느낌, 그 소울이 언어와 문화를 넘어 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현지 반응은 어땠나.
△놀랍게도 뉴요커들도 국밥 한 그릇에 담긴 위로와 힐링을 느끼더라. 뉴요커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국밥 한 그릇을 음미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하다. '이 수프가 내 영혼을 치유한다(This soup heals my soul)'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한국인들이 국밥에서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을 그들도 비슷하게 경험하는 것 같다."
-뉴욕에서의 여정과 사업 시작은 어땠나.
△2018년 뉴욕을 여행하다 현지 에이전트 관계자와 만나 파트너십을 논의하게 됐다. 처음에는 팝업으로 시작했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운영한 맨해튼 팝업에서 현지 시장을 테스트했다. 세계의 중심인 뉴욕에서 한국 음식이 인정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국밥처럼 한국인의 정서가 깊이 녹아 들어간 음식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한국 문화의 깊이와 넓이가 인정받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현재 옥동식 매장은 어디에 있나.
△서울 서교동과 한남동에 있고, 뉴욕 맨해튼 이스트 30번가에 상설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30일에는 퀸스 베이사이드 벨 블러바드에도 새 매장을 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지난해 팝업을 진행했고, 올해 5~6월 중 정식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LA에서는 4월1일 팝업 레스토랑을 시작했다. 스타일(STILE) 호텔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정식매장도 가능했지만 테스트베드 개념으로 팝업을 택했다. 팝업을 이용해 현지 반응을 살피고 옥동식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부에나파크나 어바인 쪽에 정식매장 자리를 알아보고 있으며, 2026년쯤에 LA에 정식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밖에 하와이와 도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밥이 불고기나 비빔밥, 김치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불고기, 비빔밥, 김치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맛도 자극적인 편이라 서양인들에게 첫인상이 강하다. 반면 국밥은 겉으로는 심플하고 소박해 보인다. 하지만 한 숟가락 뜨면 그 깊은 맛에 놀란다. 오랜 시간 정성스레 우려낸 육수의 깊이,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 정서적 경험이 국밥만의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옥동식의 국밥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
△우리 돼지국밥은 베이컨처럼 얇게 썬 부드러운 돼지고기를 밥 위에 올리고 맑은 콩소메 같은 육수를 부어 제공된다. 매일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기 때문에 일찍 오셔야 한다.
-미국 레스토랑 시장은 한국과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단일 메뉴에 객단가가 높지 않고, 객수도 정해져 있다. 게다가 매장에서 파는 전통주도 한국에서 가져와야 하고, 팁 문화도 있어 한국인들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밥이라는 음식 자체가 갖는 보편적 가치, 즉 따뜻함과 든든함을 전달하는 데는 문화적 장벽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격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원래 뉴욕 팝업 시절 돼지국밥이 18달러, 김치만두가 12달러였다. 여기 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절대 비싼 것이 아니다. 미국인들의 소득이 더 높기 때문이다. 국밥 한 그릇으로 얻는 정서적 만족감, 그 푸근함의 가치를 그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현지 식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나.
△한국산 재료를 고집하지 않고 돼지고기나 쌀, 채소는 미국산을 쓴다. 고춧가루 정도만 한국산을 사용한다. 뉴욕에서 청국장으로 실험해봤는데, 한국에서 띄운 청국장보다 미국산 재료로 만든 청국장이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경험으로 미생물이나 발효균도 지역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있는 그대로의 방식으로, 그 지역의 좋은 식재료를 활용했을 때 한식은 더 자연스럽게 현지인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한국 요리사들에게 해외 진출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한국에서 사업 하시던 분이 미국에서 혼자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파트너가 없다면 때로는 한국에서 창업하는 것이 해외 진출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한식이라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왜 이 음식인지, 이 음식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나는 국밥에 담긴 따뜻함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국밥의 글로벌화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밥은 글로벌 음식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으며, 라면을 뛰어넘을 수 있는 메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게 손님들을 보면 국밥은 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음식이다. 연령과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보편적인 맛을 가졌다. 특히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고 차갑기 때문에 사람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국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쉼표' 같은 존재다. 이런 정서적 경험이 언어와 문화를 초월해 세계인들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한식의 본질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음식의 본질은 복잡함이 아니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내 요리철학은 재료의 신선함을 최우선으로 하며,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한다. 음식을 가장 정통적인 방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하지만 깊은 맛,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정성, 그리고 꾸준한 혁신으로 뉴욕, 파리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한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국밥 한 그릇으로 추운 날 몸을 녹이고, 힘든 날 위로 받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 소중한 경험을 세계인과 함께 나눌 것이다.
뉴욕=심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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