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이 훨씬 더 좋아질 것 같다."
26일 경기 성남시 판교 투썬월드빌딩 지하1층 대강당에서 열린 SK바이오팜 제1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동훈 사장은 '올해 투자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모멘텀은 무엇이냐'는 <블로터>의 질문에 이같이 짧게 답했다. 주총은 10명 안팎의 주주가 참석한 가운데 30분여 만에 종료됐다. 이 사장의 연임도 주총에서 확정됐다.
연초 대비 주가 22.9% 하락

그의 발언이 주목되는 것은 올해 들어 SK바이오팜 주가가 하락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월2일 12만2900원이었던 주가는 2월2일 11만1500원, 3월3일 11만200원으로 떨어졌다. 주총 전날인 3월25일에는 9만6800원이었으나 주총 당일인 26일 정오 기준 9만4800원에 거래중이다. 이는 연초 대비 22.9% 하락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투자 판단의 무게중심이 현재 실적보다 향후 성장구조에 실렸다는 분석이 제기돼왔다. 실적이 매년 성장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데는 '엑스코프리 이후'를 설명할 성장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업계는 이 같은 괴리가 매출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2025년 전체 매출 7067억원 중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6830억원으로 사실상 '단일품목 의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 매출은 처방 증가로 2021년 3900억원에서 2025년 6830억원으로 늘어나며 비중 또한 93.1%에서 96.7%로 상승했다.
차기 성장 축 확보 지연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회사는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가격 협상 등의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 이에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재평가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엑스코프리 성장, 변수는 한계

실적개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엑스코프리 처방 확대를 중심으로 유효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시장 내 처방건수는 분기마다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올해 엑스코프리 매출 가이던스도 5억5000만~5억8000만달러(약 8283억~8735억원)로 외형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차성전신강직간대발작(PGTC)로의 적응증 확대와 소아환자군 확장 역시 매출 증가의 요인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속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꼭 도입할 것"이라면서 "우선순위는 중추신경계(CNS)"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CNS를 우선순위에 둔 것은 기존 영업망을 활용해 바로 매출을 창출하기 위함"이라며 "즉시 상업화할 수 있는 CNS 제품을 도입하면 기존 영업망에 비용 추가 없이 하나를 더 팔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는 국가가 늘어났다는 소식도 실적 성장과 주가 부양의 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총 직후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를 중국에 공식 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성인환자의 부분발작 치료제로 신약허가 승인을 받은 뒤 3개월여 만에 거둔 성과다. 이에 따라 중국 전역의 주요 병원 등에서는 첫 처방이 동시에 이뤄졌다.
정희령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사성의약품(RPT) 파이프라인은 1월 SKL35501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IND)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며 "향후 3년간 RPT 영역 내 2개 이상의 추가 IND이 예정돼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은 인수가격 협의로 지연되고 있으나 연내 성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판관비 확대 속 수익성 시험대

시장에서는 올해 실적의 관건을 판매관리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유지 여부로 본다.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이 확대되면서 외형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따른 연구개발(R&D)비 증가로 이익 성장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올해 가이던스는 엑스코프리 매출 5억5000만~5억8000만달러, 기타매출 총 1100억원 수준"이라며 "다수의 파이프라인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R&D비가 증가하고 연 판관비는 최대 57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올해 1분기 호실적은 지난해 4분기 운송 중 재고 등 계절적 영향으로 예정돼 있어 판관비 사용 수준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회사는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비용 증가를 상회하면서 수익성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세노바메이트의 고마진 구조를 기반으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매출총이익률은 △2021년 94.7% △2022년 84.6% △2023년 90.4% △2024년 92.1% △2025년 93.9% 등을 기록해 고마진 구조가 수치로 확인됐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판관비가 올라가더라도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있어 괜찮다"며 "매출과 이익 상승률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 "원가가 낮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한다"며 "판관비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으니 수익성이 악화될 일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