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독재’가 온다? 검찰개혁 법안이 내포한 문제점들!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

서두른 검찰개혁 4법 발의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일주일이 지나자 막 집권한 여당 의원들이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검찰개혁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지난 윤석열 검찰정권에 의해 검찰의 치부가 분명히 드러났기에 개혁에 대한 일반 국민의 공감만큼 법안 발의가 신속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움켜쥔 검찰은 수사를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잘 할 수도 있고, 선택적으로 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소도 마찬가지니, 검찰이 아무리 말이 안 되는 결정을 내려도 누구도 어떤 실효적인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이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쪼개어 놓자는 것이 이번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검찰개혁 4법은 현재의 검찰권 축소 외에 국민에게 어떤 유익을 줄지 잘 보이지 않는다. 검찰에서 다른 곳으로 넘겨진 권력 역시 국민을 위해 잘 통제되며 사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4개 법안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공소청을 신설해 기소권을 공소청에 맡기고자 하는 것이다. 또 종전에 검찰이 가지고 있었던 수사권을 신설 중대범죄수사청 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여러 수사기관의 권한을 조정하고 통제할 기구로 국가수사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이 들어있다. 검찰의 권한을 여러 기관에 나누어 각 기관이 견제하게 하자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장경태(왼쪽부터)·민형배·김용민·강준현·김문수 의원이 지난 6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법 폐지법안, 공소청 신설법안 등 검찰개혁을 위해 발의한 법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족한 점은 없을까

그런데 과연 기관의 권력 분립이 바로 기관의 권력 견제로 이어질까? 개별 기관이 분립과 견제에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모를까, 거대권력에 굴종하고 말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공수처의 사례에서 견제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시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윤 어게인’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새로운 검찰정권이 국회까지 장악한다면 입법을 통해 검찰의 부활을 시도하겠지만, 설령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대통령은 신설된 기관을 포함해 모든 형사사법 기관의 우두머리를 자기 사람으로 심을 수 있다. 공소청, 중수청의 청장후보추천위원회나 국수위 위원추천위원회는 모두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선발하기 좋도록 법안이 마련되어 있다. 대통령의 손아귀에 모든 권력을 주었으니 독재하기로 마음먹은 대통령이라면 얼마든지 현재보다 어렵지 않게 인권을 유린할 수 있다.

현재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사람 중에서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비대해진 중수청 등 수사기관을 국가수사위원회가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니 사법 피해자의 고통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본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의 검찰개혁 안처럼 검찰의 직접 인지수사권은 없애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와 보완수사 기능은 검찰에 남겨두자고 제안한다.

현재의 법안이 가진 문제는 이 밖에도 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래 검찰개혁이 좌절된 상황에서 비대하고 과도한 검찰권을 쪼개는 이번의 입법안은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윤석열 검찰정권이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종신집권의 독재국가로 회귀시킬 뻔한 내란 사건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개혁을 미룰 수 없다. 시급히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되 보완 입법이 필요한데, 더욱이 현재의 법안에는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데도, 보완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검찰 권력을 해체하고 재편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사법판단을 할 수 있는 권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진= 연합뉴스

사법시민주권의 목표를 실현하자

현재 법안은 ‘국민주권주의’를 거듭 말하면서도, 정작 법안의 내용에는 사법시민주권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형사사법 권력에서 시민주권은 선발, 행사, 징계의 세 영역에서 골고루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 신설될 공소청장 및 지역공소청장 등을 시민이 직접 선출할 수도 있으니, 이는 현재 미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주요한 사건의 수사권이나 기소권 행사를 시민이 주도할 수 있으니, 시민 다수가 참여하는 수사위원회나 시민검사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찰위원회와 대배심제 그리고 일본의 검찰심사회가 선례가 된다.

또 공소청, 중수청 등의 검사나 수사관 징계에 시민 다수가 참여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부분 주에서 판검사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일반 시민이 다수를 차지한다. 신설 법안에는 공소청의 공소심의위원회나 중수청의 수사심의위원회 등의 구성에 외부 위원을 과반으로 한다고 하였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외부 위원 한두 명만 기관의 요구에 맞는 사람으로 정하게 하면, 이들 위원회는 설사 일부 시민의 참여를 보장한다 해도 '들러리' 위원회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시민이 과반을 넘는 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또 법률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위원회가 아니라면, 시민의 견제를 기반으로 한 시민주권은 시늉에 그칠 것이다.

시민이 실질적 권력을 가져야한다

검찰개혁을 신속히 추진하되 확실히 시민주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완 입법을 하라는 것이 내 주장이다. 형사사법 절차에 일반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제도는 꿈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은 물론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서구의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는 물론이요, 근래에는 인접 동아시아 국가인 일본과 대만조차 시민주권에 기반한 형사사법 개혁을 이루었다.

시민주권주의에 따른 형사사법 개혁에 대해 비용이니 효율성이니 딴지를 거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시민이 주인이고 시민이 주인이라면 당연히 시민이 형사사법적 판단권력을 가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시민이 그런 판단권력을 행사하지 못해도 최대한 시민이 실질적인 권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다.


※ 정병설은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한글소설을 중심으로 주로 조선시대의 주변부 문화를 탐구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동학, 특히 해월 최시형의 사상에 눈을 떴고, 바로 이어진 1년간의 베를린 안식년 체류에서 동학의 시각으로 독일 사회를 바라보면서 민주주의에 이르렀다. 그 결과물로 『시민 없는 민주주의』(문학동네, 2025)를 출간했다. 대표 저서로는 『나의 문학 답사 일지』, 『조선시대 소설의 생산과 유통』, 『권력과 인간-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