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직무급제 도입 확대
“업무 혁신을 통해 위기 돌파”
삼성, 2016년 임직원 반발로 실패
재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그룹은 직무와 전문성 중심의 보수 체계인 ‘직무급제(직무 기반 인적자원 인사제도)’의 순차 적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페이퍼컴퍼니 등을 제외한 30여 개 계열사에 직무급제를 순차 적용할 방침이다.
이는 직무 전문성을 강화해 혁신적 성과 창출 및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더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직원에게 급여를 더 주는 방식으로 급여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위기 돌파를 위한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로직스·대홍기획·롯데이노베이트에 이미 도입한 직무 기반 HR 인사 제도를 롯데백화점, 롯데웰푸드 등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에 최근 롯데지주는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컬, 롯데웰푸드 등에 각 계열사에 맞는 직무급제 도입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기반으로 핵심 계열사는 상반기 안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한 뒤 노동조합 측과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은 지난해 직무급제를 선 도입한 바 있다.
대상자는 연구개발(R&D) 직, 사무직, 생산관리직, 판매직 등 수만 명으로 알려졌으나, 일반 생산직은 제외된다. 아울러 롯데의 직무 기반 HR 인사 제도는 직무 가치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보상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이에 대해 롯데의 한 관계자는 “직무 기반 HR은 직무 가치와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보상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전체 계열사 직무를 40여 개로 구분하고 직무 가치, 전문성에 따라 5개 등급(레벨 1~5)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례로 R&D는 가장 높은 5등급에 해당하며, 기획은 4등급에 해당한다. 여기서 1등급과 5등급의 기본 격차가 20% 이상 나도록 설계할 예정으로 알려져 노조 측의 반발이 예견된다. 이는 똑같은 A 평가를 받아도 5등급과 1등급의 기본 격차가 20% 이상 나기 때문에 기본급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 개인별·부서별 실적 평가에 연동되는 성과급은 직무급과 별도로 책정해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직무급제를 도입한 사례는 국내 주요 대기업 중 롯데가 처음으로 확인돼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6년 직급 체계 단순화, 2021년 연공형 직급 폐지 예고 등 직무급제 도입 준비를 마쳤지만, 직원 반발로 전면 도입에 실패했다.
롯데그룹 역시 삼성의 사례를 두고 노조를 중심으로 직무급제 도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우려하고 있다.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면 노조와의 협의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과반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이를 위한 협상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롯데는 위기 돌파를 위해 직무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쉽게 물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자산 매각과 희망퇴직 등 임시방편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그룹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의 한 관계자는 “단순 보상 체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 인사 제도 개편을 통해 경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사측이 직무급제 도입을 향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순조로는 직무급제의 도입을 위해 해결책까지 마련했다.
롯데에 따르면 이들은 순조로운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직원의 현재 연봉을 유지한 채 상위 등급 직군에 추가 급여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을 내세운다. 이어 직무급제의 도입과 함께 근무 기간에 따라 사원, 대리, 책임(과장), 수석(차·부장)으로 승진하는 직급제를 폐지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러한 롯데의 임금 체계 개편을 두고 “굉장히 이례적이다”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구내 주요 대기업 중 롯데그룹이 임금체계와 기업문화, 업무 강도 측면에서 매우 보수적인 집단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는 국내 주요 기업 중 가장 늦은 2018년에 연봉제를 도입했으나, 연차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서열 시스템은 이후에도 크게 바꾸지 않은 바 있다. 이에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정년까지 다닐 수 있는 ‘꿀직장’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다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유통 화학 등 주력 사업의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자, 롯데그룹이 칼을 빼 든 것으로 보인다. 즉, 앞서 자산 매각과 희망퇴직 등의 조치로 유동성 위기설을 타개하려고 했으나, 이는 단순한 임시방편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룹의 체질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케미컬과 롯데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이어 일부 계열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자산 매각 작업 역시 순항 중이다. 앞서 롯데케미컬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을 1,275억 원에, 일본 화학사 레조낙의 지분 4.9%를 2,750억 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